[시론]아프리카와 중동에서 일자리 창출을 2017-07-11

민동석 외교부 아중동지역경제협력대사 

 

문재인 대통령은 4강에 이어 아시아와 유럽에 특사를 파견하면서 외교 다극화를 강조했다. 이제 외교는 아시아ㆍ유럽을 넘어 아프리카와 중동으로까지 확대되어야 한다. 저유가로 발주물량이 감소했어도 중동은 여전히 중요한 수주시장이다. 아프리카도 신재생에너지 등의 수주가능성이 높다. 최근 수주지원단을 이끌고 요르단과 모로코를 방문했다. 요르단에서 '아랍 물 주간' 행사와 '워터비지니스포럼'에 참석하고 수관개부장관과 홍해-사해 프로젝트 참여문제를 협의했다. 모로코에서는 산업ㆍ통상ㆍ투자ㆍ디지털 경제부 장관 및 청장들을 만났다. 
 
해외 건설시장에 변화의 바람이 불었다. 한때 750억달러에 이르던 수주액은 중동의 발주물량 감소로 지난해 282억달러를 기록, 2006년 이후 최저로 떨어졌다. 올해에도 크게 회복될 것 같지는 않다. 수주방식도 달라졌다. 저유가로 재정압박을 받고 있는 산유국들은 시공자에게 금융을 조달해 오도록 하거나 초기 개발단계부터 참여하는 투자개발형 방식을 요구하고 있다. 그래서 수주를 높이려면 재정당국이 정책금융수단을 제공하고 민간과 협력해야 한다. 교량, 발전소, 신도시 건설 등 기존 분야 외에 물, 신재생에너지처럼 수주가능성이 높은 새로운 분야도 발굴해야 한다. 요르단이 중동에서 물 문제 해결에 선도적인 역할을 하고 있는데, 우리가 홍해-사해 프로젝트으로 성공적인 협력모델을 만들어낸다면 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리트 등 다른 중동국가에서도 수주기회를 확대해 나갈 수 있을 것이다. 

이번에 모로코 방문에서 느낀 점은 국가별 맞춤형 전략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모로코는 유럽연합(EU), 미국 등 54개국과 FTA를 체결한 개방경제체제이고 유럽과 아프리카의 관문이다. 국왕이 신재생에너지 중심의 국가 에너지 발전과 산업다변화 전략을 주도하고 있다. 에너지 발전 분야는 물론, 항만ㆍ교통 인프라에 있어서도 수주 기회가 많아질 것이다. 최근에는 아프리카연합(AU)에 복귀해 대(對)아프리카 중심 전략적 정책으로 전환했다. 벌써 나이지리아와 초대형 천연가스 파이프라인 연결 사업을 추진 중이다. 인광석 세계 1위 매장국으로 대형 비료공장도 건설한다. 장관은 필자에게 정색을 하며 말했다. 모로코는 한국을 경제발전 모델로 벤치마킹 하려는 의지가 강하고 일본, 중국은 앞 다투어 진출하는데 왜 한국 기업들은 관심도 보이지 않느냐고. 그는 한국 자동차 유치에 관심이 많다. 장관은 모로코가 언제까지 한국에 좋은 조건을 제시할 것으로 보느냐고 대놓고 말한다. 장관과 청장들이 이구동성으로 한 말은 "수주에만 매달리지 말고 양국 간 경협을 전반적으로 확대해 가면서 수주도 추구해 달라"는 것이다.

경제가 매우 어렵다. 저출산ㆍ고령화 시대에 성장동력은 둔화되고 남미처럼 장기침체국면으로 들어가지 않을까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성장동력을 어디서 찾을까. 해외건설도 그 중 하나다. 그런데 수주가 여간 어려운 게 아니다. 이전에는 우리 기업들 간의 과당경쟁이 문제더니 이제는 실적 쌓기를 위해 손해를 보더라도 저가로 치고 오는 중국이 더 문제다. 터키 차낙칼레 교량 수주에서 보듯 오늘날 수주전은 마치 국가대항전을 방불케 한다. 일본은 아베 신조 총리가 진두지휘한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압축성장과 성공적 국토개발경험을 갖고 있다. 해외 각지에서 성실하게 프로젝트를 수행한 우리 업체에 대한 신뢰도 높다. 민관이 협력한다면 해외건설수주를 통해 기업의 해외진출과 일자리 창출은 물론, 경제의 새로운 모멘텀을 확보할 수도 있다. 아프리카와 중동에 눈을 돌릴 때다. 

 

 

 

출처: 아시아경제(2017년 7월 1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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