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장에 에어컨 설치? 아예 축구장을 거대한 에어컨으로 만들었다 2020-03-02

카타르 도하 공항에 발을 딛자마자 아스팔트 열기가 몸에 뜨겁게 전해졌다. 몇 걸음 가지 않았는데도 땀으로 금세 옷이 젖었다. 여름철 최고 기온 45. 이런 나라에서 월드컵이 열린다니. 개최 시기를 겨울로 미루고 냉방 시설을 설치하는 게 대안이 될까. 스포츠과학과 경영학을 전공하는 나는 카타르의 월드컵 구상이 궁금해 지난해 5월 완공된 카타르 알 자눕 스타디움을 찾았다.

 

카타르 월드컵 조직위는 개최국 선정 전부터 '열기' 잡기에 사활을 걸었다. 조직위는 맨 먼저 '닥터 쿨(Dr.Cool)'로 불리는 냉방 전문가 사우드 압둘 가니 박사를 냉방 시스템 총괄 엔지니어로 영입했다. 가니 박사는 자신만만했다. "월드컵 냉방 시스템 성패는 얼마나 적은 에너지를 이용해 경기장을 냉방할 수 있는가에 달렸습니다." 그는 이를 위해 냉방에 쓰는 냉각수를 계속 재사용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었다.

 

실제 냉방 시스템이 적용된 7개 월드컵 경기장 주변엔 축구장 절반 크기의 에너지센터가 세워져 있었다. 경기장 냉방에 필요한 전력은 태양광 에너지로 생산하는데 에너지센터에서 이 에너지를 저장하고 이를 이용해 냉각수를 만드는 역할을 한다.

 

카타르월드컵 8강전이 열릴 알 자눕 스타디움에 설치된 냉방 송풍구.

이렇게 만들어진 냉각수는 지하에 매설된 관을 타고 경기장으로 흘러간다. 그러면 경기장에 설치된 라디에이터가 냉각수를 이용해 시원한 바람을 만들고, 운동장과 관중석에 설치된 1500여개 송풍구를 통해 경기장 전체의 온도를 20~25도 수준으로 유지한다. 경기장에 에어컨을 설치하는 게 아니라 경기장 자체를 하나의 에어컨으로 만든 셈이다. 카타르 프로축구 수퍼스 리그(QSL)에서 뛰는 구자철 전 국가대표 선수는 "더위로 인한 추가적인 체력 손실이 줄어들어 경기력 향상에 도움이 된다"고 했다.

 

냉방 시스템은 카타르와 월드컵을 위한 것만은 아니다. 지구온난화 등으로 효율적 냉방은 이미 세계 각국의 최대 관심사다. 실제 중국, 미국, 멕시코 등이 카타르 기술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고 한다. 가니 박사는 냉방 시스템을 농업에 적용하는 연구도 진행 중이다. 그는 불필요한 태양열 흡수를 줄여 작물재배에 적합한 온도를 유지하는 온실을 개발하고 있다. 땅이 척박하고 기온이 높은 중동에선 냉방 기술이 재배 작물 범위에도 영향을 준다. 그는 "냉방 기술이 사회의 근간이 되는 농업에 적용된다는 것은 의미가 있다""월드컵이 끝나도 우리 냉방 기술은 고부가가치 미래 기술로 주목받을 것"이라고 했다


출처 조선닷컴 (2020.3.2.)

https://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20/03/01/2020030101475.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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