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겹쳐진 시간의 도시… 보물이 된 사람들 2020-03-16
이집트를 상징하는 기자의 피라미드 세 개는 과거의 영광을 자랑하듯 압도적인 모습으로 서 있다. 왼쪽부터 쿠푸 피라미드, 카프라 피라미드, 멘카우라 피라미드. 그 뒤로 기자 시내가 보인다.
이집트 카이로는 4500년 전으로 시간여행을 떠날 수 있는 마법의 입구다. 피라미드와 스핑크스 앞에 서면 비현실적인 존재를 눈앞에서 맞닥뜨리는 상황에 경이롭고 신비로운 감정에 휩싸인다. 1000년 또는 2000년 전이 얼마 되지 않은 것처럼 느껴지는 곳이 카이로다.


익숙하고 친숙한 피라미드

기자 피라미드와 스핑크스 주위를 낙타를 타고 둘러볼 수 있다.

이집트를 대표하는 건축물 첫 번째가 피라미드와 스핑크스다. 피라미드는 나일강 남서쪽, 카이로에서 자동차로 20분쯤 떨어진 옛 도시 기자에 있다. 현대적인 건물 사이로 멀리 피라미드가 보이면 이집트 방문이 실감난다. 도시와 피라미드가 바로 붙어 있다는 것도 놀랍다. 현대와 4500년 전 과거가 공존한다.

 

피라미드는 2000년 전 고대 로마인에게도 유물이었다. 지금의 우리가 콜로세움을 고대 유적 취급하듯. 기원전 100년에 태어난 율리우스 카이사르에게 피라미드보다 TV가 시기적으로 더 가깝다.

 

기자 피라미드는 크게 세 개의 대피라미드와 여섯 개의 소피라미드로 구성돼 있다. 대피라미드 중 가장 큰 피라미드는 북쪽에 있는 쿠푸 피라미드로 높이가 137m이다. 가운데 있는 피라미드는 카프라 피라미드(높이 136m), 남쪽 피라미드는 가장 작은 멘카우라 피라미드(높이 61m)다. 멀리서 보면 높은 지대에 건설된 카프라 피라미드가 가장 높게 보인다. 

피라미드는 어릴 적부터 사진이나 그림, TV로 많이 봐왔던 만큼 친숙한 존재다. 실제로 눈 앞에서 피라미드를 보면 어떤 사람은 생각만큼 크다고, 또 다른 사람은 생각보다 작다고 말한다.


현재의 피라미드는 사각형 돌덩이가 계단식으로 쌓인 모습이다. 원래는 전체를 석회로 매끈하게 덮고 각양각색의 무늬와 색상을 입혔다고 한다. 7세기 이후 이슬람 시대에 모스크를 짓기 위해 피라미드의 돌들을 가져다 사용하면서 지금 같은 모양새가 됐다.

쿠푸 피라미드를 짓는 데 평균 무게 2.5t의 돌덩이 230만 개가 사용됐다. 가장 무거운 돌덩이는 20t 이상이다. 가까이서 피라미드를 보면 거대한 돌덩이를 어떻게 운반했는지 놀랍다. 돌덩이들이 거의 빈틈없이 들어맞는 것도 놀랍다. 돌덩이를 밑바닥에서부터 꼭대기까지 무려 200단 이상 쌓아올렸다. 대부분의 돌덩이는 가까운 채석장에서 가져왔지만 화강암은 800km 떨어진 아스완에서 운반했다고 한다. 피라미드 하나를 만들기 위해 10∼20년 걸린 것으로 추측하고 있다. 

피라미드는 어릴 적부터 사진이나 그림, TV로 많이 봐왔던 만큼 친숙한 존재다. 실제로 눈 앞에서 피라미드를 보면 어떤 사람은 생각만큼 크다고, 또 다른 사람은 생각보다 작다고 말한다.


피라미드 주위 환경은 조금 소란스러운 편이다. 관광객을 실어 나르는 수많은 버스와 자동차, 기념품을 파는 잡상인, 낙타와 마차 등이 피라미드 주위를 어지러이 오가기 때문이다.

피라미드 안은 어떻게 생겼을까. 미라가 좁고 어두운 통로를 헤매는 것은 아닐까. 쿠푸 피라미드의 돌덩이를 밟고 올라가면 안으로 들어가는 입구가 나온다. 원래 입구는 현재 입구의 약 10m 위에 있다. 현재 입구는 피라미드 도굴꾼이 9세기경 뚫은 것이다. 

세 개의 피라미드 중 쿠푸의 대피라미드는 추가로 돈을 내면 안으로 들어갈 수 있다. 내부 한 사람이 겨우 지나갈 정도로 좁고, 경사도 급하다.


피라미드 내부 통로는 한 사람이 겨우 지나갈 정도로 좁다. 반대편에서 사람이 오면 최대한 벽에 몸을 붙여야 한다. 내부에 벽화나 돋새김은 없다. 미로 같은 통로가 약 100m 이어진다. 사실 내부는 크게 볼 것은 없다. 다만 피라미드 안이 어떻게 생겼는지 두 눈으로 봤다는 것에 만족해야 한다.
 

거대한 사자의 몸에 사람의 얼굴을 가진 스핑크스는 세계에서 가장 큰 석조조각이다. 턱에는 수염을 달고 있었지만 지금은 떨어져 나가고 없다.
거대한 사자의 몸에 사람의 얼굴을 가진 스핑크스는 세계에서 가장 큰 석조조각이다. 턱에는 수염을 달고 있었지만 지금은 떨어져 나가고 없다.

쿠푸와 카프라 피라미드 사이를 지나 동쪽으로 300m 지점에 스핑크스가 있다. 스핑크스는 사자의 몸에 사람 얼굴을 가졌다. 기자 스핑크스는 이집트를 비롯한 전 세계에 있는 스핑크스 중 가장 크다. 기원전 2500년경 만들어진 것으로 추정된다. 발부터 꼬리까지 길이는 73m, 바닥에서부터 머리까지 높이는 20m 정도다. 오랫동안 모래 속에 파묻혀 있다가 19세기에 발견됐다. 원래 머리에는 두건이, 정면에는 코가, 턱에는 수염이 있었다. 두건은 오랜 침식과 풍화에 의해, 수염과 코는 인위적으로 없어졌다고 추측하고 있다.

스핑크스 등에 올라가 만져볼 수 있었던 시절도 있었지만 현재는 10m 정도 떨어진 펜스 뒤가 가장 가깝게 볼 수 있는 곳이다.


고대 유물의 집합지 이집트 박물관
 

이집트 박물관은 16만 점이 넘는 고대 이집트 유물을 소장하고 있다.

카이로 시내에 있는 이집트 박물관은 이집트 여행의 출발점 같은 곳이다. 고대 이집트 문명과 5000년 이집트 역사의 정수를 모아 놓았다. 16만 점이 넘는 유물이 있다. 현재 박물관은 1902년 만들어졌다. 기자 피라미드 인근에 새 박물관을 건설하고 있다. 올해 완공되면 현재 박물관에 있는 유물들이 옮겨져 전시될 예정이다.

지상 2층 건물 박물관에서 인기 있는 유물들은 주로 2층에 전시돼 있다. 관람객이 가장 많이 찾는 곳은 투탕카멘(재위 기원전 1361년∼기원전 1352년) 전시실. 아홉 살에 파라오에 즉위해 18세에 죽었다. 대부분의 파라오 무덤이 도굴꾼에 의해 훼손된 것과 달리 투탕카멘 무덤은 1922년 왕가의 계곡에서 발견될 때까지 도굴꾼의 손을 피했다. 그런 이유로 투탕카멘 무덤에서는 진귀한 유물들이 쏟아져 나왔다. 그 유물들이 투탕카멘 전시실에서 3000년이 넘는 세월을 간직한 채 사람들을 맞이하고 있다. 

이집트 박물관은 5000년 이집트 역사를 결집해놓은 곳으로 무려 12만 점의 고대 이집트 유물을 소장하고 있다. 제대로 둘러보려면 하루도 부족하다.
이집트 박물관은 5000년 이집트 역사를 결집해놓은 곳으로 무려 12만 점의 고대 이집트 유물을 소장하고 있다. 제대로 둘러보려면 하루도 부족하다.


전시실 가운데에는 투탕카멘 미라의 얼굴을 감쌌던 황금가면이 있다. 11kg의 금으로 만든 황금가면은 바로 얼마 전 만들어진 것처럼 완벽한 보존 상태를 자랑한다. 매우 섬세하고 화려하게 조각된 이 황금가면은 당시 이집트의 뛰어난 세공 기술을 한눈에 보여준다.

박물관을 돌아다니다 보면 미처 덮개를 제거하지 못했거나 아무렇게나 놓인 듯한 유물들도 눈에 많이 띈다. 얼마나 많은 유물이 있으면 이렇게 제대로 대접받지 못한 채 있는지 의아하다. ‘멘카우라 왕과 여신들’ 조각 같은 국보급 유물도 유리관 밖에 전시돼 있다. 

이집트 박물관은 5000년 이집트 역사를 결집해놓은 곳으로 무려 12만 점의 고대 이집트 유물을 소장하고 있다. 제대로 둘러보려면 하루도 부족하다.
올드 카이로에는 초기 그리스도교의 박해와 수난의 역사가 스며 있다. 아기 예수가 숨었던 지하동굴, 성모마리아 나무 등 그리스도교의 성지 순례지들이 많이 남아 있다.


이집트 박물관은 제대로 보려면 하루라는 시간도 부족하다. 전시실은 이집트 왕조별로 나뉘어 있다. 조각상과 그림 등은 상징으로 가득하다. 이집트 신화와 역사를 충분히 알아야만 이해할 수 있다. 이집트 여행 전 고대 이집트 공부가 필요한 이유다.


없는 것 빼고 다 파는 칸 엘칼릴리 시장
 

카이로에서 가장 오래된 재래시장인 칸 엘칼릴리는 사람들로 발디딜 틈이 없을 정도로 많은 사람들이 모이는 곳이다. 한때 1만 개가 넘는 점포들이 있었고 현재도 1500여 개가 남아있다.

카이로 칸 엘칼릴리 시장은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시장 중 하나다. 터키 이스탄불의 그랜드 바자르보다 100여 년 앞선 14세기에 형성됐다. 당시 아시아와 중동, 아프리카를 오가는 대상들을 위해 숙박시설이 들어선 것을 계기로 각국 상인들이 모여들어 거대한 시장이 형성됐다. 전성기 땐 1만 개가 넘는 상점이 있었다. ‘칸 엘칼릴리에서 구할 수 없는 물건은 없다’라는 말이 유행했다. 현재는 1500여 개의 상점이 남아 있다. 

이집트 카이로 시민들은 낯선 외국인에게 친절하다. 이집트 유적들도 매력적이지만 이집트 사람들이야말로 가장 매력적인 이집트의 보물이 아닐까 싶다.
이집트 카이로 시민들은 낯선 외국인에게 친절하다. 이집트 유적들도 매력적이지만 이집트 사람들이야말로 가장 매력적인 이집트의 보물이 아닐까 싶다.


시장에는 좁고 구불구불한 골목이 끝도 없이 이어진다. 수백 년 된 건물도 많다. 몇 대를 거쳐 가업으로 운영되는 곳도 부지기수다. 향수, 카펫, 귀금속, 파피루스, 골동품, 가죽제품, 과일 등을 파는 상점뿐만 아니라 오랜 역사를 지닌 음식점과 카페도 있다. 1773년 설립된 카페 엘피샤위에서 커피를 마시고 있으면 과거로 돌아간 듯한 느낌이 든다.

상품에는 정가가 없다. 흥정을 통해 값이 정해진다. ‘자기가 산 가격을 동행자에게도 말하지 않는다’, ‘부르는 값의 3분의 1부터 흥정을 시작한다’ 등 나름대로 원칙이 있다고 한다. 

카이로에서 가장 오래된 재래시장인 칸 엘-칼릴리는 사람들로 발디딜 틈이 없을 정도로 많은 사람들이 모이는 곳이다. 해가 지면 카이로 시민들이 모두 모인 것 같은 착각이 들 정도다.
카이로에서 가장 오래된 재래시장인 칸 엘-칼릴리는 사람들로 발디딜 틈이 없을 정도로 많은 사람들이 모이는 곳이다. 한때 1만 개가 넘는 점포들이 있었지만 현재는 1500여개의 상점들이 모여 있다.


칸 엘칼릴리 시장의 진면목은 해가 지면 나타난다. 날씨가 선선해지면서 시장에 사람들이 몰린다. 상인들 얼굴에도 활기가 돈다. 골목을 누비다 보면 정말 많은 사람들을 마주친다. 카이로 시민 모두가 이곳으로 나왔나 싶을 정도다. 시장에서 만나는 이집트 사람들은 낯선 이방인에게도 미소와 친절을 베푼다. 이집트의 보물은 고대 이집트 유물이 아니라 이집트 사람 그 자체가 아닌가 싶다.

 

출처 동아닷컴

http://www.donga.com/news/article/all/20200314/1001565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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