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동향

코로나19의 한파에도 문화의 꽃은 피어난다. 2020-05-07

해마다 이슬람교의 금식월인 라마단이 다가올 때면 이곳 이집트 사람들의 얼굴에서도 작은 설렘을 엿볼 수 있다. “라마단 카림(라마단 기간은 관대하다)”이라는 인사말에서 느낄 수 있듯이, 그 시기에는 저마다 사회의 소외된 이웃도 챙기고 가족이 함께 모여 이프타르(해가 떠 있는 동안 금식 후 맞는 첫 식사)를 즐기는 넉넉함이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올해는 좀처럼 라마단 기간의 흥을 찾아보기 어렵다. 코로나 바이러스의 영향으로 라마단 기간 중 종교시설 내에서의 예배가 금지됐고 마을 곳곳에서 사회적 약자 등에게 제공되던 무료 저녁식사도 자취를 감췄기 때문이다. 이처럼 코로나 바이러스는 무슬림에게 가장 중요한 행사인 라마단 풍습마저 바꾸어 놓았다.

 

문화적 영역 또한 마찬가지다. 이미 지난 3월 중순부터 이집트 정부는 다중이 모이는 문화행사를 금지시켰고 오페라하우스 등 대중 문화시설도 문을 닫은 지 오래다. 설사 정부 조치가 머지않아 해제된다고 하더라도 사람들 마음에서 코로나19 트라우마를 완전히 떨쳐버리는 데에는 오랜 시간이 더 필요한 듯하다.

 

최근의 이러한 상황은 세계 각국에서 한국문화를 전파하는 한국문화원에도 더할 나위 없는 어려움을 안겨주고 있다. 꽃피는 5, 주재국 방방곡곡을 돌며 한국의 문화를 한창 전파할 시기지만 코로나에 갇혀 꼼짝없이 일손을 놓고 있는 형국이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아까운 시간을 흘려보내자니, 뭔가 할 도리를 못 하는 것처럼 느껴지고 특히, 어렵게 일군 한류의 터전을 한순간에 잃지 않을까 하는 조바심마저 들게 한다.

 

다행히 요즘 세계 곳곳에서는 고립 생활을 하는 개인들을 위해 인터넷으로 음악이나 공연 콘텐츠를 제공하는 시도가 전개되고 있는데 반응 또한 괜찮은 것 같다.

 

이러한 흐름에 맞춰, 주이집트한국문화원도 온라인에서 한류 팬들을 다시 불러 모으고 그들과 함께 한국의 문화를 즐기는 다양한 노력을 이어나가고 있다.

 

이미 세종학당 한국어 강좌를 온라인 수업으로 전환한 데 이어, K-Pop, 클래식 등 다양한 공연 영상을 SNS를 통해 방영하고 쌍방향 소통하는 문화프로그램을 여러 차례 편성해 현지 한류 팬들의 갈증을 작게나마 덜어준다는 계획이다.

 

물론 인터넷을 통해 접하는 공연 영상이 현장에서 오감으로 느끼는 감동을 따라갈 수야 없겠지만, 문화적 춘궁기(春窮期)를 겪고 있는 이 시기에는 이 또한 요긴한 변통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실제로 지난 4월에 시작한 온라인 한식 강좌에서는 200여 명이 실시간으로 동참하며 한국에서 유행하는 달고나 커피만드는 과정을 함께 즐겼고, 조만간 오픈 예정인 온라인 K-Pop 지도 프로그램은 벌써부터 SNS에 회자되며 젊은 층들의 관심을 불러 모으고 있다.

 

이처럼 코로나 바이러스의 한파는 우리 인류에게 전례 없는 활동의 제약을 가져왔지만, 그 속에서도 온기를 유지하며 문화의 꽃을 피워나갈 수 있다는 새로운 가능성도 함께 안겨주었다.

 

어느덧 이집트의 코로나19 확진자 수는 7천 명을 상회하며(55일 기준) 아프리카 대륙에서 최대 확진 국가 중의 하나가 됐다. 이 나라의 열악한 의료여건으로 인해 언제쯤 다시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을지 예측하기조차 어려운 상황이다.

 

하지만 현대 문명의 산물인, 어쩌면 차갑게 느껴지는 인터넷 정보기술에 따스한 문화적 온기를 실어 여러 사람을 이어준다면 누구나 고립감 없이 함께 힘든 시기를 견디어 나갈 수 있을 것이다.

 

 

출처 재외동포신문 (2020.5.7.)

http://www.dongponews.net/news/articleView.html?idxno=419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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