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라비안 아파트,미지의 세계로... 2016-06-20
<上> 男女不同席ㆍ열사의 땅 “아라비안 아파트" 

 

 

 

 

열사(熱沙)의 땅, 아라비아. 최근 이곳에는 모래바람이 아닌 ‘신도시 바람’이 불고 있다. 사우디아라비아는 2025년까지 도시지역에 약 300만가구를 지어야 할 정도로 주택 부족난을 겪고 있다. 지난 2014년 기준으로 우리나라 수도권의 주택 수가 약 722만3700만가구이니, 가히 폭발적인 주택 수요다. 다른 중동 국가의 상황도 마찬가지다. 사우디아라비아 등 일부 중동 국가는 국민들에게 주택을 혼수(婚需)로 무상 지급한다. 최근 쿠웨이트 정부는 신도시 계획을 줄줄이 발표했고, 미국 기업이 첫 삽을 떴다. 우리 건설사도 중동의 신도시를 기회의 영역으로 보고 최근 수주를 타진하는 모양새다. 한화건설의 이라크 비스마야 신도시 건설사업, 한국토지주택공사(LH)의 쿠웨이트 신도시 건설 추진 등 한국형 신도시의 수출길이 열린 이때, ‘아라비안 아파트’는 과연 어떤 모습일지 중동의 문화를 바탕으로 재미있는 설계ㆍ시공ㆍ자재 이야기를 조명했다.

 

 


△로마에선 로마법 

 


“로마에 가면 로마법을 따르라.” 기원후 340년경 생겨나 1700여년간 통용되는 지혜다. 이는 한국형 신도시 수출에서 중심이 되는 문구다. 제아무리 우리에게 편리한 아파트 설계라도 다른 문화권의 사람들에게는 쓸모 없는 것으로 전락할 수 있는 까닭이다. 특히 2030년까지 전 세계 도시화율이 60%에 달한다는 유엔(UN)의 전망이 있는 만큼, 신도시 수출사업은 앞으로 우리 건설산업의 최대 효자 품목으로 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때 우리가 수출하는 신도시는 철저히 현지화(localization)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그 중심에는 ‘중동’이 있다. 미국, 유럽 등 서구와 아시아 문화에 익숙한 우리에게 중동의 문화나 관습은 다소 생소하다. 여성의 사회적 노출을 꺼리는 문화나, 아침에도 40도를 오르내리는 열기 등은 그들만의 주거 문화를 만들어냈다. 그 속으로 들어가면 재미있는 사실이 발견된다.



 

  
한화건설의 이라크 비스마야 신도시 아파트 

 

 


△男女不同席 

 


사우디아라비아(이하 사우디), 이란, 이라크 등은 남녀를 철저히 구분한다. 특히 사우디의 남녀 구분 문화는 상상을 초월한다. 사우디의 쇼핑몰과 레스토랑에서는 가족이 아니면 남녀가 같이 있을 수 없다. 쇼핑몰에 있는 보안요원은 여성이 다수의 남성들과 함께 입장하거나, 미혼의 연인과 같이 입장하는 것을 보면 막아선다. 패스트푸드점에서는 남녀가 따로 줄을 서며, 레스토랑에는 가족실, 남자실, 여자실 등을 구분해서 외간 남녀의 접촉을 사전에 차단한다. 조선 시대의 남녀칠세부동석은 새 발의 피인 셈이다.

 

 

 

  
사우디 아라비아 최고급 아파트 설계도안

 

 


그들이 사는 곳은 어떨까? 당연히 남녀 동선이 분리돼 있다. 여성을 포함해 가족 전체가 사용하는 공용 공간은 패밀리존(Family zone)이다. 반면 여성의 출입이 불가능하고 외부 손님이 왔을 때 사용하는 공간은 퍼블릭존(public zone)이다. 이렇게 둘을 나눈 까닭은 가족 내 여성의 얼굴을 외부인에게 보이지 않는 중동의 습성 때문이다. 

 


해안종합건축사사무소 관계자는 “한화 비스마야 신도시 건설사업에서 아파트를 설계할 때 이를 반영했다. 아파트 타입은 전통과 모던으로 나뉜다. 발주처는 전통 타입에서 퍼블릭과 페밀리 구역을 따로 나누는 것이 좋겠다고 제안했다. 여성의 동선이 퍼블릭존으로 이어지지 않게끔 동선을 나눠서 계획했다”고 말했다.

 

 

 

  
한화 비스마야 신도시 주택 설계도안 (전통 타입) 

 

 


비스아먀 신도시 아파트의 전통 타입(140㎡)을 보면 거실(Living room)을 오른편에 두고 현관과 맞닿게 설계했다. 안쪽 깊숙이 안방(Master Bedroom)과 작은 방(Room 3, 3번방) 등 개인적인 공간을 놓아 손님이 접근하기 어렵게 동선을 계획했다. 종교적인 영향으로 가족의 프라이버시를 중시하는 문화가 아파트에 그대로 반영된 것이다. 다만 최근에는 여성의 사회활동이 늘고 지위도 높아지면서, 이러한 문화가 점점 사그라들고 있다고 한다. 때문에 퍼블릭과 페밀리 구역의 동선을 구분하지 않은 모던 타입도 인기가 있다.

 

 

  
사우디아라비아 수도 리야드에 위치한 아파트

 

 


△태양을 피하고 싶어서 

 


아침에도 비지땀을 흘려야 하는 중동. 뜨거운 열기를 피하고자 하는 중동인들은 건축물의 입면을 독특하게 구성했다. 이라크 비스마야 신도시 아파트와 한국의 아파트를 비교하면 잘 알 수 있다. 

 


중동 아파트의 창문은 매우 작다. 햇볕이 매우 강열하기 때문에 한여름에도 두꺼운 커튼을 치지 않고서는 버틸 수 없다고 한다. 창이 작아도 들어오는 빛의 양이 어마어마해서 방에 조명을 안 켜도 될 정도다.

 

 

  
이라크 비스마야 신도시 아파트

 

 


아파트 복도 벽도 매우 높다. 마찬가지로 빛을 최대한 차단하려는 목적이다. 이는 전통 가옥에서도 흔히 발견된다. 

 


복도형 아파트를 만드는 곳은 대체로 저가형 아파트에 속한다. 건축설계업계 관계자는 “아파트가 복도형이면 엘리베이터를 최소한으로 만들 수 있다. 전 가구가 1개의 엘리베이터를 사용할 수도 있어 공사비가 절감되고, 싼 값에 주택을 공급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발코니도 안쪽으로 깊숙이 들어가 있다. 한국식 아파트는 어떻게든 일조량을 늘리려고 개방돼 있지만, 이곳은 그늘 지는 곳을 기필코 만들어야 한다.

 

 

  
사우디 최고급 아파트

 

 


특히 중앙난방이 안 되는 곳이 많아 발코니에는 에어컨 실외기가 놓인다. 이곳 사람들도 우리처럼 냉ㆍ난방이 필요하지만 보일러는 놓지 않는다고 한다. 

 


대신 냉난방이 모두 되는 에어컨이 인기이며, 겨울에는 라디에이터(주위에 얇은 금속판으로 된 핀(fin)을 많이 붙인 도관 속에 온수를 통하게 해서, 대기 속으로 열을 방출시키는 방열기)를 쓰는 수준이다. 

 


아파트 동 배치도 눈여겨볼 만하다. 중동지역의 전통 가옥은 중정(건물 안이나 안채와 바깥채 사이의 뜰)을 활용해 환기 기능을 높였다. 여기저기 바람이 잘 통하고 시시각각 그늘도 만들어주기 때문에 사막 지역에서는 더할 나위 없는 배치다. 때문에 비스마야 신도시를 보면 아파트 대부분이 ‘ㄷ’자형이거나 ‘ㅁ’자형이다. 동 자체에 중정을 둔 셈이다. 

 


겉으로 보면 중동 아파트들은 답답해 보이지만 나름의 이유가 있다.

 

 

  
이란의 전통적인 집 

 

 


△“무더위에 콘크리트 안 굳어” 

 


폭발하는 주택 수요로 인해 단기간에 수만채의 아파트를 공급해야 하는 중동 국가들은 시공 방식에서 모듈화를 택하고 있다. 이를테면 현장에 콘크리트 벽체를 만드는 공장을 세운다. 공장에서 콘크리트 사이에 스티로폼 등 단열제를 넣고 벽체를 빠르게 만들어 낸다. 이는 옆의 현장으로 옮겨져 차곡차곡 붙여진다. 레고처럼 모듈화된 자재들이 빠르게 조립되니 공기가 단축될 수밖에 없다. 

 


특히 날씨가 너무 덥거나 추우면 콘크리트 강도가 적정 수준에 도달하지 못한다. 때문에 중동에서는 흔히 콘크리트를 혼합할 때 물 대신 얼음을 부어서 수화열을 경감시킨다. 여기에 묘듈화 방식을 택하면 규모가 작아 콘크리트를 빠르게 굳힐 수 있고, 공장 내에서 굳히기 때문에 온도 조절에도 수월하다. 중동의 아파트는 싸게, 많이 공급해야 했던 우리네 1970년대 모습과 닮아 있다.

 

 

  
이란 전통적인 집 구조

 

 

 

출처: 건설경제신문(2016년 6월 2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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