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칼럼]하늘 장악하는 중동 항공사 2016-05-17

[국제칼럼]하늘 장악하는 중동 항공사

서정민 | 한국외대 국제지역대학원 교수

 

 

‘중동=석유’ 등식이 빠르게 바뀌고 있다. 중동의 기업들도 최근 다양한 분야에서 비약적인 실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원유를 이용한 석유화학산업이 중국에 이어 세계 2위 지위를 차지하고 있다. 서비스산업의 발전도 주목을 끌고 있다. 두바이를 중심으로 한 교통, 물류 및 관광 허브로 중동이 부상하고 있다. 석유에 의존하는 틀에서 벗어나 산업다각화를 하려는 노력이 곳곳에서 성과를 보이고 있다.

 

가장 대표적인 사례가 항공 분야다. 원유를 값싸게 이용할 수 있어 다른 국가보다 비교우위를 가지기 때문이다. 아랍에미리트연합(UAE) 두바이의 에미리트항공, 아부다비의 에티하드항공, 카타르의 카타르항공 등이 전면에 나서고 있다. 이미 인천공항에서도 세 항공사는 매일 중동으로 향하는 승객을 실어 나르고 있다. 막대한 자본력을 앞세워 최신 대형 기종을 운영하면서 승객을 끌어모으고 있다. 다국적 승무원을 고용하면서 서비스 질도 높이고 있다. 글로벌 항공 전문 평가기관인 스카이트렉스가 선정한 2015년 세계 우수 100대 항공사에서 카타르항공이 1위를 차지했다.

 

규모에 있어서는 두바이의 에미리트항공이 이미 세계적인 항공사로 자리매김했다. 전 세계 항공사 중 국제선에 가장 많은 항공기를 운항 중이다. 국제선 승객 이용실적 세계 1위다. 83개국 150여개 도시를 취항한다. 보유하고 있는 248대 항공기 모두 300석 이상 대형 기종이다. 좌석 수 500석이 넘는 초대형 항공기 A380의 수가 77대로 세계 1위다. 최근 65대를 추가 주문했다.

 

경영 실적도 좋다. 2015년에는 1985년 창사 이래 가장 큰 순이익을 기록했다. 19억3000만달러였다. 직전 회계연도보다 56% 상승했다. 매출액 대비 순이익률도 3.3%에서 8.4%로 상승했다. 저유가가 사상 최대 이익의 주된 이유였다. 그러나 이 항공사가 지난 28년 연속 흑자를 내고 있다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 지속적인 양적 성장이 그 비결이다. 2015년 승객 수는 8% 증가한 5190만명이었다.

 

중동 및 이슬람 전통을 극복하고 글로벌화한 것도 성공비결이다. 회장은 두바이 현 지도자의 삼촌인 아흐마드 빈 사이드 알 마크툼이다. 하지만 CEO는 항공분야 전문가인 영국인 팀 클락이다. 항공사 직원 5만7000명 중 자국인은 5%도 되지 않는다. 승무원은 100% 외국인이다. 이 때문에 한국 젊은이가 가장 많이 일하는 해외기업 중 하나가 됐다. 700여명의 한국인이 지상 및 항공에서 근무하고 있다. 최근 2년 동안 한국인 승무원을 200여명 채용했다. 95개 출신국가 중 영어권인 영국, 호주에 이어 세 번째로 비율이 높다.

 

이처럼 중동의 경제 환경이 급변하고 있다. 과거처럼 석유를 팔아 사치하는 졸부 국가가 아니다. 지속성장 가능한 미래를 위한 준비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여기에 세계 최고층, 최고급 호텔, 최대 인공섬 등을 만들어 투자자와 관광객을 끌어들이고 있다. 2014년 말부터 시작된 저유가 시대를 극복하기 위한 변신의 노력도 배가되고 있다.

 

사우디아라비아의 부왕세자이자 국왕의 아들인 무함마드 빈 살만이 4월 사우디 ‘비전 2030’을 발표한 것도 이런 맥락에서다. 석유가 아닌 다른 분야에서 성장의 동력을 찾겠다고 천명한 것이다. 자국 내 최대기업인 국영석유기업 아람코의 지분 5%를 주식시장에 매각해서라도 투자자금을 마련하겠다고 발표했다.

 

대통령의 이란 방문 성과를 놓고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42조원에 달하는 수주기대 효과를 놓고 실현 가능성에 대한 갑론을박이 있다. 자원부국인 이란의 경제적 잠재력을 놓고 볼 때 어느 정도 달성할 수 있을 것이다. 문제는 수주 규모가 아니다. 협력 분야다. 에너지, 건설 및 플랜트 등 인프라 재건 수주에 집중돼 있다. 그런데 이란이 진정으로 원하는 협력 분야는 제조업 등 다양한 분야다. 8000만 인구를 부양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산업발전, 즉 산업다각화가 절실한 나라다.

 

 

출처 : 경향신문 (2016년 5월 1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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