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기업소식

삼성, 미래기술로 ‘포스트 오일’ 잡는다 2019-09-25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왼쪽)이 지난 15일(현지시간) 삼성물산이 시공 중인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 도심 지하철 공사 현장을 찾아 현장 관계자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삼성전자 제공]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중동사업에 그룹의 사활을 걸고 있다. 이 부회장은 오일머니로 ‘탈(脫)석유 프로젝트’를 추진 중인 중동이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삼성그룹 미래 먹거리의 원천이 될 수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실제 삼성그룹이 지닌 사업 포트폴리오는 중동 국가들의 니즈에 정확히 들어맞는다. 반도체·5G(5세대 이동통신), 인공지능(AI) 등 첨단 ICT(정보통신기술)에서 경쟁력을 보유한 삼성전자를 필두로 삼성물산, 삼성엔지니어링, 삼성중공업 등의 탁월한 EPC(설계·조달·시공) 능력은 ‘포스트 오일’ 시대를 준비하는 중동 국가들에게 강력한 시너지가 될 수 있다.

이 부회장은 이번 중동 출장에 삼성 계열사 뿐 아니라 국내 다른 기업까지 대거 이끌고 나선다. 이는 대한민국 1등 기업 총수로서 중동에서 새로운 사업기회를 모색할 수 있도록 힘을 보태겠다는 의지로도 읽힌다.

엄치성 전국경제인연합회 국제협력실장(상무)은 “중동 산유국들은 석유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막대한 오일머니로 첨단산업 국가를 건설하고 싶어하지만 관련 기술과 인력이 부족하다”며 “ICT와 플랜트, 건설 분야 등에서 경험과 노하우를 가진 삼성과 같은 국내 기업들에 관심이 클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發 2차 중동붐 부나=이재용 부회장이 중동 사업을 적극적으로 챙기면서 재계에서는 삼성발(發) 2차 중동붐에 대한 기대감 또한 높아지고 있다.

사우디아라비아 정부는 2016년 국가경제 개조 계획인 ‘사우디 비전 2030’을 내놓고 총 7000억달러(837조원)를 투입해 ‘석유왕국’ 사우디를 첨단산업국가로 변신시키겠다는 구상을 밝혔다. 이를 위해 5000억달러(598조원) 규모의 세계 최대 스마트시티 조성사업인 ‘네옴(NEOM) 프로젝트’와 100억달러(12조억원) 규모의 홍해 개발 프로젝트, 에너지원을 신재생으로 전환하는 ‘에너지 트랜스포메이션’, ‘키디야(Qiddiya) 엔터테인먼트 복합단지 건설’ 등을 추진 중이다.

아랍에미리트(UAE) 역시 2017년 4차 산업혁명 글로벌 허브를 목표로 ‘UAE 4차 산업혁명 전략’을 수립하고 이를 실현하기 위해 6개 분야에서 23개 전략을 마련했다.

이 부회장은 중동과의 협력사업 확대를 위해 올들어 6차례나 현지 실세들과 잇달아 회동하며 각별한 공을 들였다. 이 부회장은 지난 추석연휴를 포함해 사우디와 UAE 등 중동 출장을 상·하반기 두차례 다녀왔고, 모하메드 빈 자이드 알 나흐얀 UAE 아부다비 왕세제와 무함마드 빈 살만 빈 압둘 아지즈 알-사우드(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 왕세자를 한국과 현지에서 총 6차례 만났다.

지난 17일에는 사우디 방문 중에 빈 살만 왕세자와 3개월 만에 다시 만나 산업, 건설, 에너지, 스마트시티 분야에 대한 투자와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이 부회장은 지난 6월에도 방한한 빈 살만 왕세자를 삼성 영빈관인 승지원으로 초대해 4대 그룹 총수와 함께 만난 바 있다.

당시 이 부회장은 다른 총수들이 돌아간 뒤 승지원 정원에서 빈 살만 왕세자와 단독으로 만나 5G와 AI, IoT, 반도체 등 미래 중동 사업에 대한 의견을 나눈 것으로 알려져 주목 받았다. 빈 살만 왕세자는 같은 날 문재인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 한국에 에너지 등 83억달러(약 10조원) 규모의 통큰 투자를 약속했다.

이 부회장의 중동 중시 행보는 빈 살만 왕세자와의 회동을 준비하는 과정에서도 드러났다. 이 부회장은 빈 살만 왕세자를 만나기 이틀 전 삼성물산·삼성엔지니어링 경영진과 미팅을 갖고 “중동지역 국가의 미래산업 분야에서 삼성이 잘 해낼 수 있는 부분을 찾아보고 협력강화 방안을 마련해 발 빠르게 대응해야 한다”며 “기회를 현실화하기 위해서는 기존의 틀을 깨야 한다”고 주문하기도 했다.

▶반도체 불황서 日도발, 사법리스크까지…사상 초유 위기 정면돌파= 이 부회장의 10월 아부다비 방문은 삼성이 당면한 사상 초유의 위기를 극복할 기반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도 적잖은 의미를 지닌다.

삼성전자 영업이익의 70%를 차지하는 반도체 업황 부진과 미중 무역분쟁, 일본 수출규제 등 산적한 대외 악재 속에 대법 파기환송, 삼성바이오로직스 공판 등 사법리스크까지 겹치면서 삼성은 말 그대로 사면초가에 몰렸다.

 

이 부회장은 이에 지난달 초 한일관계가 악화하자 비상 사장단 회의를 소집해 “긴장은 하되 두려워 말고 지금의 위기를 극복하자”며 “새로운 기회를 창출해 한 단계 더 도약한 미래를 맞이할 수 있도록 만전을 기하자”고 당부한 바 있다.

재계 관계자는 “삼성이 처한 환경은 엄중하지만 중동에서 미래 먹거리를 찾겠다는 이 부회장의 의지는 확고한 것으로 보인다”며 “이 부회장이 중동 실세들과 자주 접촉하는 것은 삼성 계열사 뿐 아니라 국내 기업들에게도 중동에서 새로운 사업기회를 모색할 수 있는 일종의 ‘세일즈 외교’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출처: 헤럴드경제 (2019년 9월 2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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