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정보

영화 속 그곳…모로코의 매력에 젖다 2020-03-06

유럽서 1시간…아프리카의 관문
할리우드 블록버스터의 촬영지
천년고도 등 UN 문화유산 8곳

과거 죄수들의 사형장이어서 '죽은 자의 광장'으로 불리던 이곳, 제마 엘 프나 광장은 마라케시에서 빼 놓을 수 없는 여행자의 필수 코스가 됐다. 밤이 돼서야 비로소 특유의 혼란스런 활기가 광장을 휩싼다. 이 광장 주변에는 바라케시의 명물, 재래시장 수크가 여행자의 발길을 끈다.

과거 죄수들의 사형장이어서 '죽은 자의 광장'으로 불리던 이곳, 제마 엘 프나 광장은 마라케시에서 빼 놓을 수 없는 여행자의 필수 코스가 됐다. 밤이 돼서야 비로소 특유의 혼란스런 활기가 광장을 휩싼다. 이 광장 주변에는 바라케시의 명물, 재래시장 수크가 여행자의 발길을 끈다.

스페인에서 지중해의 병목 쯤에 해당하는 지브롤터 해협만 건너면 만나게 되는 북아프리카의 관문, 모로코다. 배를 타고 1시간이면 닿을 수 있어 아프리카 중에서 가장 유럽적인 색채를 띠는 곳이다.

먼 아프리카여서 선뜻 나설 수 없었던 이 곳을 우리는 이미 영화 속 세상으로 수없이 만났다. 연식(?)이 좀 있으신 분들은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지중해 연안의 이곳에서 만난 두 연인의 사랑을 그린 험프리 보가트와 잉그리드 버그만 주연의 이 영화 '카사블랑카'를 떠올리실 테고, 그렇지 않으신 분들은 전직 비밀정보국 요원 제이슨 본(매트 데이먼)이 탕헤르(Tangier)의 작은 가게들로 가득찬 좁고 복잡하면서 골목길에서 펼치는 모터사이클 체이싱과 지붕과 창문을 넘나드는 파쿠르 액션 등이 빛나는 '본 얼티메이텀'이 떠오르시겠다.

이 뿐이랴, 이던 헌트(톰 크루즈)가 '미션 임파서블:로그네이션'에서 모터사이클로 추격자들을 따돌린 곳 또한 카사블랑카다. 이렇듯 모로코는 수많은 영화제작자들의 단골 로케이션이 돼 왔다. 1982년 버티 히긴스는 영화 카사블랑카에서 모티브를 따와서 팝송 '카사블랑카'를 히트시키기도 했다.

영화의 단골 촬영지로 꼽히는 구 시가지, 메디나를 비롯해서 역사도시, 고고학 유물지 등 무려 8곳이 유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돼 있어 세계인의 발길을 끈다. 아프리카의 토착 문화에 유럽식 건물과 이슬람의 문화가 어우러져 혼란스러우면서도 매혹적인 모로코로 간다.


 

사하라 사막의 붉은 모래 물결.

사하라 사막의 붉은 모래 물결.

카사블랑카의 하산 2세 모스크.

카사블랑카의 하산 2세 모스크.

재래시장의 전통 신발 가게.

재래시장의 전통 신발 가게.



◇경제 수도, 카사블랑카

대서양 연안에 자리해서 해질녘 석양이 눈부신 모로코의 최대 도시이다. 스페인어로 '하얀 집'을 뜻하는 인구 330만 명의 이 도시는 아프리카 전체에서도 10위 안에 드는 도시로 모로코의 경제와 무역을 책임지는 곳이다. 실제 수도는 기차로 1시간 거리에 있는 동쪽의 라바트(Rabat)이다. 프랑스 식민지 시절 성장가도를 달렸던 곳이라 프랑스풍의 노천 카페가 많다. 영화 카사블랑카로 유명해졌다는 '릭의 카페'(Rick's Cafe)를 찾는 이들이 줄을 잇지만, 영화 촬영 당시 미국과 영국이 프랑스령 북아프리카를 침공 중이어서 실제 어느 한 컷도 이곳에서 찍지 않았다고 한다. 릭의 카페 역시 영화의 분위기를 살린 것일 뿐이다.

모로코의 도시들 중 유일하게 트램이 다니는 등 현대적인 면모를 자랑한다. 구 시가지를 뜻하는 메디나(Medina)는 다른 곳에 비해 규모가 작은 편, 이 메디나를 지나 바닷가로 향하면 멀리서부터 같은 양식으로는 세계에서 가장 높다는 높이 210m의 첨탑, 미나렛(Minaret)이 보이기 시작한다. 비교적 최근이라고 할 수 있는 1993년, 당시 국왕 하산 2세가 7년에 걸쳐 완성한 사원으로 실내 수용 인원 2만 5000명, 광장까지 더한다면 10만명에 이르는 사원으로 세계에서 3번째로 큰 사원이다. 바다로 뻗어나간 매립지 끝에 지어져 보는 각도에 따라 바다 위에 떠있는 착각을 불러 일으키기도 한다. 그래서 로컬들에게나 여행자들에겐 대서양으로 지는 최고의 일몰 명소로 꼽힌다.



◇붉은 진주, 마라케시

카사블랑카에서 남서쪽에 자리한 도시 마라케시(Marrakech)는 1062년 베르베르인들이 세운 알모라비데 왕국의 수도였다. 그리스 신화 속 거인의 이름을 딴 거대한 산맥 아틀라스의 자락에 자리한 고대도시다. 모로코에서 시작해서 알제리, 튀니지까지 걸쳐 있는 이 산맥은 무려 2400km에 이른다. 영화 미션임파서블에서는 이곳에서 모터사이클 추격신이 펼쳐진다.

이슬람권의 문화 중심지여서 시가지는 붉은 색으로 채색된 미로와 독만한 건축 양식으로 유네스코 문화유산에 등재됐다. 이 도시의 구시가지 중심에는 '사자의 광장'이란 뜻의 제마 엘프나 광장(Jemaa El-Fna Square)이 도시의 쉼표 역할을 하고 있다. 광장은 식당, 가판대를 비롯해서 원숭이, 코브라 등으로 거리 공연을 하는 이들로 붐빈다. 이 광장 주변으로 마라케시의 동의어로도 쓰이곤 하는 재래시장 수크(Souq)가 자리하고 있다. 손재주 좋은 베르베르인들의 고향인 이곳은 유럽과 아랍이 만나는 교차로다. 이곳에서는 시겟바늘을 과거로 되돌린 듯한 풍경이 여행자들을 사로잡는다. 미로처럼 좁은 골목이 꼬리를 물고, 그 골목길을 따라 끝도 없는 상점들이 이어진다.

이 광장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 프랑스의 장식 미술가인 자르댕 마조렐이 만든 정원이 고즈넉히 자리하고 있다. 코발트블루, 주황, 노랑 등 아프리카를 닮은 강렬한 색채가 인상적인 이곳은 다양한 열대 식물과 아름다운 꽃들이 관람객들을 맞이한다.



◇붉은 사하라, 에르그 쉐비

지중해에 면한 지역을 제외한 북아프리카 대부분을 차지하는 거대한 사막, 사막의 대명사로 자리한 사하라가 거기 있다. 이 사하라 사막 투어야 말로 모로코 여행의 하일라이트다. 마라케시의 제마 엘프나 광장 주변에는 1박 2일부터 시작하는 다양한 상품을 파는데, 2박 3일이 큰 무리가 없다. 2박 3일 투어는 첫날 마라케시에서 비로소 사하라가 시작되는 메르주가(Merzouga)까지 다녀오는 일정인데, 자동차로 무려 8시간이 넘게 걸린다. 오가는 이틀 동안 중간중간 관광지를 들르고, 본격적인 사하라 투어는 이튿날 하루. 낙타를 타고 모로코 사하라(Moroccan Sahara)의 백미, 에르그 쉐비(Erg Chebbi)로 간다. 이곳에는 높이가 무려 150m에 이르는 사구가 자리하고 있다. 붉은 모래 바다의 물결 너머로 떨어지는 석양은 평생 잊지 못할 감동이다. 이곳 오아시스에서 하룻밤을 보내기라도 한다면 칠흑같은 밤하늘에 쏟아지는 은하수는 말해 무엇하랴. 이른 새벽 사구 정상에서 바라보는 장엄한 일출은 또 어떻고.



◇천년고도, 페스

모로코 중북부 산기슭의 페스강 연안에 자리한 페스(Fes)는 모로코의 대표적 고대 도시로 789년 이드리스 이븐 압둘라가 건설하여 810년 아들 이드리스 2세 때 수도가 됐다. 무려 1200년의 역사를 자랑한다. 이곳의 구 시가지 두 곳 중 페스 엘 발리(Fes-el-Bali)는 이드리스 왕조가 세운 수도의 모습을 비교적 온전하게 지켜온 중세의 도시다. 메디나 전체가 띠를 두른 듯 높은 성벽으로 둘려 싸여 있는데다 9000개의 골목이 미로처럼 얽혀 있어 길을 잃는 건 어쩌면 당연지사. 이 고도의 한켠에 관광객의 발길을 끄는 염색공장이 자리하고 있다. 공장 주변의 가게에서 내려다보거나, 안으로 들어가서 구경할 수도 있다. 시간이 허락한다면 분지처럼 내려앉은 메디나를 내려다 볼 수 있는 메레니드 왕조의 무덤(Merenid Tombs)에 올라 보자. 1250년 페스를 정복했던 메레니드 왕조의 고분 유적이 자리하고 있지만, 관광객들에겐 천년고도를 내려다 볼 수 있는 전망대에 다름 아니다.



출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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