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동향

중동 부호를 위한 '2019 두바이 모터쇼'는 얼마나 럭셔리할까 2019-11-18

[두바이 파일럿 도전기-132] 자동차에 관심이 많은 사람이라면 '세계 4대 모터쇼'란 말을 들어봤을 것이다. 기관이나 사람에 따라 차이는 있지만 보통 독일 프랑크푸르트, 프랑스 파리, 스위스 제네바, 미국 디트로이트 모터쇼를 지칭한다.

모터쇼는 자동차 업계의 흐름을 살필 수 있는 좋은 기회이자 차후 개발 방향을 추정해볼 수 있는 좋은 기회다. 마니아 입장에서라면 평소 접하지 못했던 초럭셔리 차들도 마음껏 타보고 만져볼 수 있고, 신차 정보도 한곳에서 구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두바이' 하면 떠오르는 오일머니로 범벅된 왠지 돈이 많을 거 같은 느낌처럼, 두바이 모터쇼는 중동의 부호들을 위한 럭셔리 에디션이나 현지 고급화 전략에 맞춘 모델들을 주로 선보이면서 어느덧 세계 4대 모터쇼와 견주는 세계급 모터쇼로 자리 잡았다.

마침 필자가 살고 있는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에서 '2019 두바이 국제 모터쇼(Dubai International Motor Show)'가 최근 열려 다녀왔다.

필자는 누군가 "자네에게 차란 무엇인가"라고 묻는다면 "뭐긴 뭐예요. 그냥 이동수단이죠"라고 대답하는 대표적인 '차알못(차를 알지 못하는 사람)'이건만, 오히려 그러하기에 보통 사람 눈으로 잘 감상할 수 있었던 것 같다.
 

럭셔리한 위용의 두바이 경찰차들이 도열해 있다.
▲ 럭셔리한 위용의 두바이 경찰차들이 도열해 있다.

1만원 정도 하는 입장권을 끊고 전시장으로 들어가려고 하는데, 럭셔리함으로 치장한 두바이 경찰차들이 참가자들을 먼저 반겼다. 두바이에 살다 보면 가끔 이런 초럭셔리 경찰차들을 보곤 하는데, 여기에 다 모아놓은 것 같다.

어디 보자. 왼쪽부터 BMW, 마세라티, 아우디 스포츠카들을 경찰차 버전으로 개조한 것들이다. 딱 봐도 대당 몇억 원이 넘어가는 차들이다. 예전에 페라리 경찰차도 봤던 기억이 나는데, 여기에는 없는 걸 보면 실제로 순찰을 나갔나 보다.

전시장에 들어가자마자 나를 반기는 것은 다름 아닌 일본차 브랜드 중 하나인 미쓰비시였다. 두바이에는 도요타, 혼다, 닛산 등 일본차가 많이 진출해 있는데 미쓰비시도 그중 하나다. E-에볼루션 시리즈가 사람들 이목을 끌었지만, 대충 보고 지나쳤다. 미안하지만 너희를 보러온 건 아니야.
 

모터쇼 전시장에 마련된 슈퍼카
▲ 모터쇼 전시장에 마련된 슈퍼카
모터쇼 전시장에 마련된 슈퍼카
▲ 모터쇼 전시장에 마련된 슈퍼카

조금 안에 들어가자 럭셔리카들을 브랜드별로 줄지어 놓고 직접 관람객이 안에 탈 수 있는 코너가 반겼다. 대략 슈퍼카 한 20대 정도가 서 있다. 하려는 사람들이 많아서 그런지 줄이 꽤 길게 늘어서 있다.
 

이태리 명품차 브랜드 마세라티의 부스
▲ 이태리 명품차 브랜드 마세라티의 부스

한참 뭔가 이름 모르지만 엄청 비싸 보이는 그 차들을 보면서 고개를 옆으로 돌리자 바로 삼지창 로고의 마세라티 부스가 눈길을 끌었다. 그란투리스모MC부터 시작해서 르반테 트로페오 SUV 에디션까지 현지에서 잘나가는 모델들을 모아놨다.
 

마세라티 옆 페라리 부스
▲ 마세라티 옆 페라리 부스
페라리는 역시 빨강색이 가장 어울리는것 같다
▲ 페라리는 역시 빨강색이 가장 어울리는것 같다

마세라티 옆에는 누가 같은 이탈리아 브랜드 아니랄까봐 페라리 부스가 버티고 있다. 페라리 하면 강렬한 빨강 스포츠카 아니겠는가. 중동 부호로 보이는 한 현지인이 진짜 차에 관심이 있어 보이는지 심각한 얼굴로 차 내부를 이곳저곳 만지면서 직원과 얘기를 한다. 직원은 견적서를 들고 옆에서 상대해주느라 정신이 없다. 금방이라도 10억원 정도 현금을 꺼내서 돈을 지불할 것만 같은 저 포스는 무엇인지.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보였던 BMW부스
▲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보였던 BMW부스

마세라티가 이탈리아 럭셔리카의 한 축이라면 다른 한 축은 BMW, 포르쉐 등 독일차 브랜드일 것이다. 건너편에 자리 잡은 BMW 부스는 다른 부스에 비해 차종도 많고 규모도 커 보였는데, 신형 X6에 사람들이 많이 모여 있다. M850i 8시리즈도 얘기만 들어봤는데 실제로 이렇게 보고 앉아보니 기분이 썩 좋았다.
 

중국의 제일가는 명품차 브랜드 ‘훙치’도 이번 모터쇼에 선보였다
▲ 중국의 제일가는 명품차 브랜드 ‘훙치’도 이번 모터쇼에 선보였다

중국 최고 럭셔리차를 만들어내는 회사인 '훙치' 부스를 처음으로 본 것도 인상적이었다. 훙치는 '대륙의 롤스로이스'란 별명이 있다. 대한민국의 제네시스, 미국의 캐딜락같이 중국 주석들의 의전용으로 자주 사용된다. 마오쩌둥, 덩샤오핑, 장쩌민, 후진타오 모두 훙치를 애용했으며, 시진핑 역시 훙치 L5를 의전차량으로 사용하고 있다.
 

중동 부호를 위한 `2019 두바이 모터쇼`는 얼마나 럭셔리할까

한 가지 아쉬운 점은 현대차와 기아차 등 우리나라 브랜드들이 올해 두바이 모터쇼에는 참가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2년 전 '2017 두바이 모터쇼'만 해도 당시 제네시스가 새로운 모델도 처음 공개하고, 중동에서 공격적인 마케팅을 펼쳤던 것으로 기억되는데 말이다. 여전히 위풍당당하게 모터쇼 한가운데를 차지하고 있으면서 카메라 세례를 독차지하는 일본, 독일차와는 대조적인 모습이었다.
 

두바이 현지인이 럭셔리카를 사기 위해 이것저것 알아보고 있다. 실제로 이 분은 이 사진을 찍은 뒤 차구입 계약을 했다.
▲ 두바이 현지인이 럭셔리카를 사기 위해 이것저것 알아보고 있다. 실제로 이 분은 이 사진을 찍은 뒤 차구입 계약을 했다.

또 하나 특기할 만한 것은 이번 모터쇼에서 흰 옷을 입은 두바이 현지인들이 실제로 구매를 하는 장면을 많이 목격했다는 것이다. 필자가 전시장에 머무른 2시간 남짓한 시간에도 아랍 부자 형님들이 이렇게 옆에 직원을 대동한 채 계약 성사를 하는 장면을 몇 번이고 계속 봤다. 나중에는 '그래 돈 많아서 좋겠다'란 생각과 함께 '나라면 무슨 스포츠카를 사야 하나' 하는 위험한(?) 생각까지 들었다.

중동은 럭셔리카 시장에서 가장 큰 영향력을 행사하는 곳으로 평가받는다. 오일머니를 기반으로 구매력이 큰 왕족과 부호가 많기 때문이다. 중동에서 잘 팔리는 럭셔리카는 전 세계 어디에 내놓아도 품질이 보장된다는 속설이 있을 정도다.
 

중동 부호를 위한 `2019 두바이 모터쇼`는 얼마나 럭셔리할까
전시장을 찾은 사람들. 평일 낮이었는데도 불구하고 많이 붐비는 편이었다.
▲ 전시장을 찾은 사람들. 평일 낮이었는데도 불구하고 많이 붐비는 편이었다.

2년마다 열리는 두바이 모터쇼, 올해는 2017년 모터쇼보다 규모가 축소됐다는 평가도 받고 있지만 여전히 나에게는 '부호의, 부호에 의한, 부호를 위한' 그런 오일머니 냄새 가득한 모터쇼였다.

그래도 좋은 점이 있었다면 배기통, 엔진, 토크, 파워트레인, 소프트톱 등이 어쩌고 저쩌고 그런 것들 하나도 모르는 나 같은 '차알못' 소시민도 이곳에 널린 슈퍼 고급차의 향연을 보면서 마냥 행복했다는 것이다. 다음 두바이 모터쇼는 2021년에 열린다. 그때는 어떤 고급차들이 또 이렇게 돈 없는 소시민들을 홀리면서 행복한 상상을 하게 만들는지.

 

출처 매경 프리미엄 (https://www.mk.co.kr/premium/life/view/2019/11/27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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