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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타에 보톡스 시술을?…총 상금 60억 원 걸린 대회 2019-12-25
[특파원리포트] 낙타에 보톡스 시술을?…총 상금 60억 원 걸린 대회
“Camel Beauty Contest” 아름다운 낙타를 뽑는 대회입니다. ‘낙타 미인 대회’로 번역되기도 하는데, 암컷 낙타들만 출전한다고는 하지만 어쨌든 사람은 아니니까 그냥 ‘미모 대회’로 불러도 될 듯합니다.

터키에서 몽골에 이르기까지 낙타를 많이 키우는 나라에서는 흔한 대회이고, 사우디아라비아와 아랍에미리트 같은 석유 생산국가들도 해마다 이 ‘낙타 미모 대회’를 거창하게 치릅니다. 지난해 사우디에서는 낙타 미모 대회에서 상을 받으려고 보톡스 시술을 받은 낙타가 적발되기도 했으니, 이 대회에 대한 관심을 짐작할 수 있습니다.

낙타 미모 대회는 검은 낙타와 모래색 낙타 부문으로 나뉘어 열린다낙타 미모 대회는 검은 낙타와 모래색 낙타 부문으로 나뉘어 열린다

아랍에미리트의 경우 대회는 12월에 열리는데, 올해에는 2만 4천 마리의 낙타가 출전했습니다. 아랍에미리트뿐만 아니라 인근 사우디아라비아와 오만 등 걸프국가에서도 낙타들이 왔습니다. 낙타 수가 너무 많다 보니 며칠에 걸쳐 대회가 진행되는데, 매일 20마리가량이 아름다운 낙타에 선정됩니다.

1등의 상금은 15만 디르함, 우리나라 돈으로 4천5백만 원 정도, 2등의 상금은 3천만 원 정도입니다. 대회 전 기간에 걸쳐 200여 마리가 1, 2, 3등에 선발되는데, 총상금은 2천만 디르함, 우리 돈으로 60억 원 정도에 이릅니다.

상금은 아랍에미리트 수도 아부다비의 왕세자와 고위 관료들의 후원으로 마련됩니다. 낙타 사육 농가에 대해 왕실과 정부가 보조금을 지급하기 위해 축제를 여는 것이나 마찬가지입니다.

1위 상금은 4천5백만 원. 수상 낙타 2백여 마리에 대한 총상금은 60억 원.1위 상금은 4천5백만 원. 수상 낙타 2백여 마리에 대한 총상금은 60억 원.

그렇다면 낙타 미모의 기준은 무엇일까요? 코는 크고 귀는 작아야 하며, 목은 길고 다리는 쭉 뻗어야 한답니다. 또 다리 사이의 간격은 적당해야 하며, 혹이 있는 등의 모습이 아름다워야 하는 것은 물론 사람이 타기에도 좋아야 한다, 등등의 기준이 있습니다.

미모 심사는 국가에서 공인된 심사관들이 하기 때문에 권위가 있습니다. 또 아랍에미리트의 경우 낙타 미모 대회에 출전하려는 낙타는 먼저 경주대회에 나가서 일정 순위 안에 들어야 합니다. 단순히 겉모습만 예쁜 낙타가 아니라 건강하고 아름다운 낙타를 뽑겠다는 것입니다. 혈액검사와 엑스레이 검사 등도 거쳐야 하니, 낙타 미모 대회 본선에 오른 낙타는 메르스에 감염됐을 가능성도 거의 없습니다.

낙타를 평가하는 국가 공인 심사관들낙타를 평가하는 국가 공인 심사관들

미모 대회에 출전하는 낙타의 나이는 1살에서 3살이 주로 많아서 평균 2살 정도입니다. 야생 낙타의 수명이 40년, 사육 낙타 수명은 20년 정도라는데, 상당히 어린 나이부터 미모를 따지는 셈입니다.

이유를 물어보니 낙타는 4살부터는 임신을 할 수 있는데, 임신을 하면 성격이 매우 예민해져서 다루기가 힘들어 미모 대회 출전은 어렵답니다. 그래서 사육농가에서는 낙타가 임신하면 우리에서 풀어주고 자유롭게 돌아다니게 합니다. 대신 낙타가 자주 다니는 길목에 음식을 가져다 놓습니다.

낙타의 임신 기간은 사람과 비슷한 9개월인데, 이곳저곳을 떠돌며 자유여행을 즐기던 임신부 낙타는 출산할 무렵이 되면 주인을 찾아옵니다. 낙타를 키우는 사람들은 낙타가 개만큼 똑똑하다고 말합니다. 주인네 모든 가족의 목소리를 구별하는 것은 물론, 한 번 자기에게 해코지를 한 사람 얼굴은 반드시 기억해서 몇 년 후에라도 꼭 복수한다고 하니 낙타와 마주치면 조심하시기 바랍니다.

출전 낙타는 평균 2살. UAE에서는 경주대회 통과해야 미모대회에 출전 가능출전 낙타는 평균 2살. UAE에서는 경주대회 통과해야 미모대회에 출전 가능

이처럼 낙타는 매력적인 동물이지만, 유목민들이 낙타를 사랑하는 가장 큰 이유는 바로 ‘사람의 생존’ 때문입니다. 거칠고 황량하고 뜨거운 사막에서, 낙타는 500kg의 짐을 지고 이동할 수 있습니다. 낙타가 없었다면 아라비아 상인들은 무역을 꿈도 꾸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유목민들은 낙타를 '사막의 배'라고 부릅니다.

낙타는 또 사흘 가까이 물을 마시지 않아도 버틸 수 있고, 사막에서 간혹 자라나는 거친 풀도 씹어먹을 수 있습니다. 또 유목민들이 위기에 빠진 순간에는 우유는 물론 고기를 제공하고, 죽은 뒤에도 가죽과 털을 남깁니다.

이렇게 자신을 헌신하면서도 주인을 믿고 따르는 낙타이기에, 사막 유목민들의 삶은 낙타 없이는 단 하루도 유지될 수 없었습니다. 심지어 이슬람 경전인 쿠란에서도 낙타는 다른 동물과는 차원이 다른 존재로 기록돼 있습니다. 알라가 특별한 능력을 부여한 동물이라는 뜻입니다.

수상 소식에 환호하는 낙타 주인수상 소식에 환호하는 낙타 주인


이쯤 되면 왜 중동 석유 부국 사람들이 낙타 미인 대회에 그토록 애정을 쏟는지 이해하는 건 어렵지 않습니다. 대회가 열리는 장소인 마디낫 자이드 역시 아부다비 왕실의 고향이라고 할 수 있는 지역입니다.

결국 낙타 사육을 장려하고, 이를 통해 유목민의 정체성을 잃지 않겠다는 뜻이 낙타 미모 대회에 담겨있습니다. 1960년대 석유 발견 이후 수십 년에 걸쳐 급격한 경제성장을 이뤘지만, 그보다 앞서 수천 년 동안은 거친 사막에서 낙타와 함께 동고동락했던 유목민이었으니, 중동 사람들의 몸속에 흐르고 있는 유목민의 피는 아직도 낙타와 함께 사막을 건너던 시절을 그리워하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출처 KBS News

http://news.kbs.co.kr/news/view.do?ncd=43432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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