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동향

엄마는 왜 전장 속에서 카메라를 들었나…다큐 '사마에게' 2020-01-12

시리아 내전 참상 5년간 기록, 62개 영화제서 수상

딸과 전 세계인에게 보내는 편지

'사마에게'[엣나인필름 제공·재판매 및 DB금지]

(서울=연합뉴스) 조재영 기자 = 건물을 뒤흔드는 굉음과 죽음이 일상화한 곳. 사방이 핏빛으로 물드는 전장의 한복판에서 별처럼 빛나는 눈을 지닌 딸이 태어난다. 아이 이름은 하늘이란 뜻의 '사마'. 공군도, 공습도 없는 깨끗한 하늘을 바라는 마음에서 지었다. 카메라를 손에 든 엄마는 아이에게 말한다. "네가 선택한 것도 아닌데, 너를 이런 곳에서 낳다니, 엄마를 부디 용서해줄래."

오는 23일 개봉하는 다큐멘터리 영화 '사마에게'는 2011년 이래 계속하는 시리아 내전 참상을 시민기자이자 한 아이 엄마인 와드 알-카팁이 담은 작품이다. 평범한 여대생이던 그는 민주화 시위에 참여한 일을 계기로 알레포에서 벌어진 일들을 5년간 카메라에 담았다.

정부의 민주화운동 탄압에서 시작한 시리아 내전은 내부 종족·종파 갈등과 극단주의, 분리주의 개입으로 전선이 복잡해졌고, 미국과 러시아 대리전 양상으로 확대하면서 9년째 진행 중이다. 이 과정에서 반정부 세력 거점이었던 알레포는 폐허로 변해간다.

'사마에게'[엣나인필름 제공·재판매 및 DB금지]

와드는 그와 뜻을 같이한 친구이자 의사인 함자를 만나 부부의 연을 맺고, 딸을 낳는다. 아내가 카메라를 들었다면, 남편은 수술칼을 손에 쥐었다. 20일간 890건 수술, 6천명 환자를 치료하며 알레포 병원에서 고군분투한다.

와드의 시선은 곧 관객의 시선이 된다. 마치 와드의 카메라 뷰파인더로 직접 세상을 보는 것 같은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정부군과 러시아군 폭격이 있을 때마다 눈앞은 마구 흔들리고, 포화가 걷히면 부상자와 시신이 쏟아진다. 차마 눈 뜨고 보기 힘든 끔찍한 학살 현장이 눈 앞에 펼쳐지기도 한다. 그럴 때는 영화를 그저 감상하고 슬퍼하는 것 자체가 사치로 느껴질 정도다.

'사마에게'[엣나인필름 제공·재판매 및 DB금지]

'사마에게'[엣나인필름 제공·재판매 및 DB금지]

늘 그렇듯 기쁨과 슬픔, 희망과 절망은 짝패다. 전장에서도 예외는 아니다. 와드는 아이가 태어난 순간, 기쁨과 사별의 고통을 동시에 떠올린다. 아이의 옹알이 소리 너머로는 귀를 찢는 듯한 폭격 음이 들린다. 태어나서 전쟁밖에 경험하지 못한 아이는 이제 웬만한 폭격 소리에는 울지도 않는다. 엄마는 그게 또 슬프다. 어제까지 함께 웃고 떠들며 행복한 시간을 보낸 동료들은 다음날 폭사하거나 무너진 건물더미에 깔려 하나둘씩 떠난다. 죽음은 아무리 마주해도 익숙해지지 않는 법. 남편과 딸, 사랑하는 사람을 당장이라도 잃을 수 있다는 공포는 때로 삶을 압도한다. 와드는 "제 자식을 직접 묻기 전에 먼저 세상을 뜬 엄마가 부럽다"고 털어놨다.

'사마에게'[엣나인필름 제공·재판매 및 DB금지]

그래도 그는 카메라를 놓지 않는다. 2016년 12월 가족과 함께 알레포에서 대피할 때도 그간 촬영한 모든 영상을 끝까지 지켜냈다. 그는 훗날 다큐로 완성하기 위해 자신이 찍은 영상들을 보며 다시 한번 그때와 똑같은 고통을 느껴야 했다고 한다. 현재 영국에 머무는 와드는 "우리가 무엇을 위해 싸웠는지 알아주길 바란다"면서 "시리아의 참상은 지나간 역사가 아니라 현재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결국 이 작품은 엄마가 딸에게 보내는 편지이자, 전 세계인에게, 그리고 역사를 통해 깨우침을 얻을 다음 세대에게 보내는 편지인 셈이다. 지난해 제72회 칸영화제에서 최우수 다큐멘터리상을 받는 등 전 세계 62개 영화제에서 62관왕을 차지했다.

 

출처 연합뉴스

https://news.naver.com/main/read.nhn?mode=LS2D&mid=shm&sid1=104&sid2=234&oid=001&aid=00113295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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