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https://www.yna.co.kr/view/AKR20230120128700005?input=1195m

(서울=연합뉴스) 김예나 기자 =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등으로 연기됐던 유네스코(UNESCO) 세계유산위원회가 올해 9월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열릴 것으로 보인다.

유네스코 세계유산 공식 누리집에 공개된 내용에 따르면 세계유산위원회는 이달 24일(현지시간) 유네스코 본부가 있는 프랑스 파리에서 특별 회의를 열어 제45차 위원회 일정과 안건 등을 논의한다.

세계유산위원회는 세계 문화 및 자연 유산 보호를 위해 설립된 정부 간 위원회다.

위원회는 총회에서 선출된 21개 회원국 대표로 이뤄지며, 매년 6∼7월께 회의를 열어 세계유산 등재를 심사한다. 문화유산 분야의 주요 국제 연례행사 중 하나다.

당초 제45차 위원회는 지난해 6월 19∼30일 러시아 카잔에서 열릴 예정이었으나 러시아가 그에 앞서 2월 우크라이나를 침공하면서 일정이 불확실해졌다.

우리나라를 비롯해 미국, 영국 등 46개 국가가 러시아의 회의 개최에 반대했고, 이후 러시아가 의장직에서 물러났다.

이번 특별 회의에서는 새로 의장을 맡은 사우디아라비아 측이 제안한 위원회 일정과 장소, 회의 안건 등을 논의해 확정할 방침이다.

사우디아라비아 측은 9월 10일부터 25일까지 자국 수도 리야드에서 회의를 열자고 제안한 상태다.

통상 위원회 회의가 6∼7월에 열렸던 점을 고려하면 다소 늦은 셈이지만, 의장국이 직접 제안한 만큼 별다른 문제가 없는 한 그대로 정해질 것으로 보인다.

문화재청 관계자는 "특별 회의에서 최종 논의를 거쳐 확정될 것"이라며 "제45차 위원회는 원래 작년에 열렸어야 했던 만큼 약 2년 치의 안건이 있어 준비 기간도 더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예정대로 9월에 위원회가 열리면 '가야고분군'이 세계유산에 오를지도 주목된다.

한국은 올해 회의에서 김해 대성동, 함안 말이산, 합천 옥전, 고령 지산동, 고성 송학동, 남원 유곡리와 두락리, 창녕 교동과 송현동 등 가야 무덤떼 7곳을 묶은 '가야고분군' 등재를 추진하고 있다.

만약 등재에 성공한다면 우리나라의 16번째 세계유산이 되게 된다. 자연유산을 제외한 문화유산만 놓고 보면 14번째다.

그간 위원회 회의에서는 주요 유산의 보존·관리나 세계유산 등재를 위한 이행 상황 등도 점검해왔다.

이번 회의에서는 일본 하시마(端島·일명 '군함도') 탄광 등 메이지(明治) 산업혁명 유산 관련 내용이 다뤄질 것으로 점쳐진다.

위원회는 앞서 조선인 강제 징용자에 대한 설명이 부족한 점 등을 지적하며 일본의 세계유산 관리 방식에 강력한 유감을 표하고 보존 현황 보고서(SOC)를 내도록 결정문을 채택한 바 있다.

그러나 일본 정부는 최근 제출한 보고서에서 당시 현장에서 조선인 노동자에 대한 체계적 차별은 존재하지 않았고, 조선인과 일본인의 노동 조건이 같았다는 취지의 주장을 되풀이한 것으로 확인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