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자에게 중동은 기피의 땅이다. 잦은 테러와 열악한 기후로 부정적 이미지가 큰 탓이다. 그러나 중동이라고
다 위험한 건 아니었다. 중동에 품었던 오해가 오만과 카타르에서 풀렸다. 두 나라를 누비는 일은 위험천만한
모험이 아니라 즐거움이었다. 그 낯선 사막의 나라도 여느 나라와 똑같이 볼 것과 즐길 것 많은 매력적인
여행지였다.
오만, 석유만큼 풍요로운 자연
아라비아반도 동남쪽에 위치한 나라 오만은 과거 인도양과 페르시아만, 아라비안반도와 서아시아 대륙을
연결하는 요충지였다. 지금은 미지의 휴양지로 입소문이 퍼져 유럽에서 찾아오는 관광객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잠자리는 오만의 수도 무스카트(Muscat)의 호텔에서 해결하더라도 오만의 속살을 제대로 즐기려면 시내를
벗어나야 한다. 내륙 깊숙한 곳으로 들어서면 검붉은 암석지대가 끝도 없이 펼쳐진다. 생명체 하나 못 살 것 같은 층층의 암석이 동양에서 온 이방인에게는 그저 절경으로 보인다. SF영화 ‘2001 스페이스 오딧세이’에 나왔던
목성 풍경 안에 들어선 기분이다.
무스카트에서 30분쯤 자동차로 달려 니즈와(Nizwa)에 들어서면 거대한 산악지대가 펼쳐진다.
아랍에미리트에서 뻗어 나와 오만까지 이어지는 하자르 산맥(Hajar Mountains)이다. 제일 높은 봉우리는 해발 1527m에 달하지만 와디 바니 아우프(Wadi Bani Awf) 쪽으로는 자동차로 오를 수 있다. 이 길이 청년 오마니(Omani, 오만인)가 즐겨 찾는다는 오프로드 드라이브 코스다.
길은 험하다. 자동차가 뒤로 미끄러질 것처럼 가파른 경사도 경사지만 길바닥이 거친 돌 천지다. 제대로 된
표지판도 없다. 다른 사람이 밟고 지나간 타이어 자국을 따라 밟다 보니 어느덧 정상이요, 또 하산 길이다.
산에서 내려오면 물이 흐르는 계곡이다. 현지 용어로 와디(Wadi)로 일종의 간헐천 같은 것이다. 뱀처럼
꼬불꼬불한 협곡 물길을 질주하는 건 국내에서는 느낄 수 없는 스릴과 재미다. 누구라도 비명인지 웃음인지 모를 요란을 떨게 마련이다.
바다도 기막히다. 무스카트에서 동남쪽으로 한 시간쯤 자동차로 달리면 퀴리얏(Quriyat)의 해안이다. 퀴리얏은 오만의 대표적인 어촌이다. 모래사장 바로 뒤로 수산시장이 있다. 허름해 보여도 물고기가 잡히는 시간이면
어부는 물론이고 어부의 자녀들까지 몰려나와 물고기를 나르고 판다. 통통배에서 그물로 끌어올린 물고기는
물 마를 틈도 없이 새로운 주인을 찾아간다.
퀴리앗 인근 핀스(Fins) 해변은 캠핑족 차지다. 배보다 차가 더 많다. 파도가 얕고 해변 옆으로 기암절벽이 운치를 더해 오만 특유의 자연을 만끽할 수 있다. 오만 사람들은 자신의 나라를 ‘축복받은 땅’이라 부른다. 석유만큼이나 풍요로운 자연이 있어서다.
●여행정보=카타르항공(qatarairways.com/kr, 02-3772-9000)이 하루에 한 번 인천공항에서 도하공항까지 직항을 운항한다. 직항이 없는 무스카트는 도하를 경유해 들어가야 한다. 인천에서 도하는 9시간, 도하에서
무스카트는 1시간30분쯤 걸린다. 도하는 현지 공항에서 30달러에 30일 관광비자를 발급한다. 오만은
관광목적으로 무비자 입국이 가능하다. 카타르항공은 도하 시티투어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크루즈 또는
자동차를 타고 도하 곳곳을 돌아본다. 1인 30~150달러(약 3만3000~16만5000원). 중동은 여름에는 섭씨
50도를 웃돌지만 12월부터 2월까지는 한낮에도 30도를 넘지 않는다.
출처 : 중앙일보 (2014년 12월 22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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