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동향

대학생들이 펴낸 '중동에 간 우리 아버지들의 이야기' 2014-12-29
 "어머니가 암으로 임종했지만 귀국 비자가 늦어 결국 모래바람이 흩날리는 현장에서 동료들과 장례를 치렀어요. 뒤늦게 귀국해 어머니 영정사진을 가슴에 안고 한참을 엉엉 울었죠." (사우디아라비아에서 1980∼1984년
근무한 강신영(62)씨, '예순 즈음에' 중.)  

1970년대 중동에 파견돼 경제 발전에 이바지한 대한민국의 숨은 영웅들의 이야기를 자식뻘 대학생들이
여섯 권의 책으로 묶어 냈다.  

이 책은 3세대 청년들이 우리나라 발전에 땀과 희생으로 이바지한 1세대 숨은 영웅들의 삶을 재조명하고
소통하기 위한 목적으로 미래를여는청년포럼이 기획했다.

주인공들은 1970년대부터 길게는 1990년대 후반까지 사우디아라비아, 리비아 등지에 파견돼 구슬땀을 흘린
건설회사 임직원 6명이다. 

이 책에서 조명한 중동 건설역군들의 이야기는 구구절절한 가족들에 대한 그리움부터 중동의 왕자를 설득한
무용담까지 다양하다. 

리비아 대수로 공사 현장에서 8년(1987∼1989년, 1993∼1998년)을 근무한 양관철(59)씨의 자서전에는
갓 태어난 딸아이에 대한 사무친 그리움이 가득 담겨있다.

양씨는 "18개월 된 딸을 두고 떨어지지 않는 발걸음으로 리비아로 떠나야 했다"면서 "갓난쟁이 사진을 리비아
숙소 벽 한 구석에 붙여두고 보면서 딸아이에 대한 그리움을 삭히고는 했다"고 추억했다. 

역시 리비아 대수로 현장에서 8년을 일한 전남일(59)씨는 "샌드스톰이라 불리는 모래 폭풍이 심하게 불면
1m 앞도 보이지 않았고 입에 모래가 들어가 숱하게 모래를 씹었다"면서 "공사장은 허허벌판이라 숨을 곳도 없어 모래를 반찬 삼아 밥을 먹어야 했다"고 회상했다.

1976∼1987년 사우디 아라비아에서 일했던 최동수(75)씨는 주택성 장관이었던 한 왕자를 설득했던 무용담을 책에 담았다. 

최씨는 "현장에 놀이터를 건설하는데 유독 잠재적인 위험이 있다는 이유로 '그네'에 대해서 허가를 내주지
않았다"면서 "주택성 장관에게 편지로 '지금 전 세계 놀이터에서는 아이들이 그런 잠재적 위험을 무릅쓰고
도전하며 성장하고 있다'고 설득해 승인을 받았다"고 떠올렸다. 

이러한 숨은 영웅들의 이야기는 이들의 이야기를 3개월 동안 직접 인터뷰한 대학생 30여 명의 손을 통해 책으로 묶였다. 

참가자 임경희(건국대 국어국문 2학년)씨는 "인터뷰를 하면서 우리 아버지의 이야기를 듣고 있는 것 같아 마음이 뭉클해질 때가 많았다"면서 "'아무 것도 아니었다'는 듯이 말했지만 겸손한 표현이라는 걸 알아서 '어떻게 하면 더 자랑할 수 있을까' 고민을 많이 했다"고 소감을 밝혔다. 

전남일씨는 "기억도 가물가물한 어렸을 적에 내가 살아온 세상을 다시 한 번 추억해볼 수 있는 아주 값진 시간이 됐다"면서 "나도 젊은 대학생들의 이야기에 요즈음 세태를 다소나마 알게 된 귀한 시간이었다"고 만족해했다. 

미래를여는청년포럼은 숨은 영웅들의 자서전을 펴내는 기념으로 22일 오후 2시 30분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참가자 등 50여 명을 초청한 가운데 출판기념회를 연다.





출처 : 연합뉴스 (2014년 12월 22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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