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동향

[새영화] 이·팔 분쟁의 안타까운 현주소 '오마르' 2015-02-02
눈앞에 5∼8m 높이의 거대한 장벽이 세워져 있다. 주변을 두리번거리던 한 남성이 밧줄 하나에 의지해 맨손으로 벽을 타고 넘는다. 벽 위에 올라앉아 숨을 고를 새도 없이 어디선가에서 날아오는 총알 세례에 굴러 떨어지듯
반대편으로 서둘러 내려온다. 

이스라엘 정부가 테러로부터 주민을 보호하겠다며 2002년부터 요르단강 서안에 건설 중인 분리장벽은
팔레스타인 주민 수만 명의 삶을 인위적으로 나눠놨다.


국제사법재판소(ICJ)가 2004년 이 장벽이 국제법에 어긋난다고 결정했지만, 장벽은 여전히 존재한다.  

 
하니 아부 아사드 감독의 영화 '오마르'는 여자친구를 만나려고 때로는 능숙하게, 때로는 위태롭게 거대한 장벽을 오르내리는 팔레스타인 제빵사 '오마르'(아담 바크리)의 얘기를 그렸다.  

친구 '타렉'(이야드 후라니)의 동생 '나디아'(림 루바니)를 좋아하는 오마르는 나디아와 결혼할 꿈에 부풀어
있다.  

하지만 청혼을 앞두고 친구들과 함께 이스라엘 군인을 쏘는 일에 가담했다가 이스라엘 비밀경찰에 잡히고만
오마르.  

수감자로 변장한 비밀경찰에 속아 약점을 잡힌 오마르는 평생 감옥에서 지내야 할지도 모르는 위기 앞에서
이중첩자가 되는 조건으로 풀려난다.

오마르는 배신자로 몰리는 상황에서도 우정과 사랑을 지키려고 애쓰지만,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오랜 분쟁 상황은 그를 가만히 놔두지 않는다.

 
결국 다시 비밀경찰에게 붙잡혀 감옥으로 향하게 된 오마르는 이중첩자의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또다시
바깥세상에 나왔다가 믿기 어려운 비밀과 거짓말을 접하게 된다.


영화는 현재 진행형인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분쟁에 대한 이야기이자 사랑하는 사람과 행복한 결혼 생활을 꿈꾸던 한 남성의 비극에 대한 이야기이다.

사람에 대한 신뢰와 믿음이 깨지는 순간은 허탈하다 못해 비참하다.

물리적인 장벽보다 더 높고 무서운 사람 사이의 심리적 장벽. 그 거대한 장벽을 만든 상황이 현실 세계에서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라는 사실이 안타까울 따름이다.

그저 평범한 삶을 원했을 뿐인 오마르가 참을 수 없는 분노를 표출하는 마지막 장면은 꽤 충격적이다. 강렬한
엔딩에 영화가 끝나고 나서도 한동안 자리에서 일어나기 어려울 정도로 울림이 크다.  

 
팔레스타인계 이스라엘인인 하니 아부 아사드 감독의 연출 의도는 "실제 팔레스타인을 보여주는 것"이었다고
한다.  

"장벽이 아무렇게나 도시를, 마을을, 사람들을 가로지르는 곳. 하지만 그 장벽을 기준으로 양편에는 아무런
차이가 없는 그 곳을 말이다."  

제66회 칸영화제 주목할 만한 시선 부문에서 심사위원상을 받은 작품이다.

2월 5일 개봉. 15세 이상 관람가. 96분. 





출처 : 연합뉴스 (2015년 1월 3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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