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동향

[기고] “그들을 영웅으로 부른건 국가였다”...-레바논 평화유지군 동명부대를 다녀와서 2015-08-21

한쪽 어깨에는 유엔마크를, 또 다른 반대쪽 어깨에는 태극기. 대한민국으로부터 8천600㎞ 떨어진, 그야말로
이역만리 레바논에서 국제평화유지군(PKO)으로 활동하는 동명 부대를 두고 하는 말이다.

 

2015년 7월 어느 날. 레바논 현지 동명 부대를 위문할 좋은 기회가 필자에게 찾아왔다. (종교계의 존경을 받고 덕망이 높으신 훌륭한 목사님을 모시고 참여하게 되어). 사실 필자는 이 행사가 계획된 한 달 이전부터 출발 당일까지 부대 방문에 대한 기대감과 설렘으로 들떠 있었다. 그것은 ‘국가와 민족’이라는 좀 더 다른 차원, ‘보이지
않는 곳에서 희생하는 수많은 이들이 있어 나와 내 가족의 삶이 온전하게 유지된다’라는 그간의 믿음을 확인할 수 있다는 기대감에서다. 특히, DMZ로 상징되는 남북한의 분단극복을 고민해온 한 사람으로서 분쟁지역의 평화와 그 평화를 유지하기 위해 몸부림 치는 역사의 현장을 눈으로 직접 확인하고 체험해 보고 싶은 욕심도 있었다.

 

우리 일행은 레바논 현지 도착과 함께 남부 타르 지역으로 이동, 300여 명의 자랑스러운 우리 동명 부대 장병을 마주할 수 있었다. 대한민국을 대표해 평화유지에 헌신하는 국군장병을 위문하는 뜻 깊은 자리다. ‘지원받던 나라에서, 세계평화를 위해 지원하는 나라가 됐다’라는 자부심을 느끼기에도 충분했다. 필자는 이들을 마주하는 것만으로도 사실 가슴 뭉클해짐을 느꼈다. 동명 부대의 평화유지 업무가 시작된 것은 지난 2007년부터였다. 전쟁을 위한 불법무기 유입과 무장 세력을 차단하기 위한 고정감시 역할이 주된 임무다. 특히 주둔지나 책임지역 일대 등 테러위험 세력의 활동을 감시하고 차단해야 하는 위험하고도 막중한 임무를 펼친다. 현지 주민들을 위한 의료
지원, 학교지원, 도로포장 등 주민 숙원사업 해결은 물론 우리의 태권도를 전수하는 일에 이르기까지 온갖 사업들도 해낸다. 이런 탓에 현지 주민들이 한국군을 향해 “꾸리~꾸리(한국)”를 연호할 정도로 현지화하고 있단다.
대한민국 그리고 한국군의 위상 이 높아짐을 실감할 수 있었다.

 

필자는 동명 부대를 찾아 이들을 위문하면서, 그리고 한편으로 ‘국가정보원 해킹의혹’ 사태 등 이래저래 어수선한 정국을 바라보며, 국가와 민족 앞에 무한히 겸손했고, 자신을 내려놓았던 수많은 영웅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었다. 해방과 분단의 70년 역사. 50년대 기아의 시기를 딛고, 60~70년대 배고픔을 벗어나 빠른 번영을 이룰 수 있었던 것은 이와 같은 숨은 영웅들 때문 아니겠는가. 이들은 적어도 사사로운 개인의 이익이나, 정파적 이해관계, 자신들만의 이념으로 국가의 이익에 맞서지는 않았다.

 

 

2002년 온 나라를 들썩이게 한 월드컵 대회와 그 와중에 NLL을 침공한 북괴 함정 그리고 전투. 과연 한일 월드컵이 죽음으로 NLL을 지키고자 했던 윤영하 소위와 승조원들이 없었더라면 가능했겠는가. 온 국민이 축구경기로 텔레비전 화면에 빠져 있을 때 이들은 북괴의 총탄에 팔다리가 잘려나가면서도 NLL을 사수했다. 그럼에도, 이들의 장렬한 전사 소식은 월드컵 TV화면 아래 한 줄짜리 자막처리, 그게 다였다. 그들을 외면한 것은 이념이었으며, 그들을 영웅으로 부른 건 국가였다. 적어도 우린 이러한 영웅들에게 이념의 잣대로, 정파적 이해관계라는 잣대로 재단해선 안 된다. 평화유지군으로 활동하는 동명 부대 장병에게 그리고 국가와 민족 앞에 자신을 내어 놓은 역사의 수많은 영웅에게 우린 박수를 보내야 하지 않겠는가.

 

 

70주년이다. 신제국주의와 식민 지배를 정당화하려는 일본의 우경화가 더욱 노골적이다. 위안부 문제를 정당화하며, 11년째 독도를 저들의 영토로 명시하고 있다. 이런 일본의 기가 막힌 역사왜곡이 이어지는 가운데, 필자는 마침 현지를 방문한 박종우(알자지라 SC) 전 국가대표 축구 선수를 만나게 되었다. ‘독도는 우리 땅’ 이라는 피켓 퍼포먼스로 우리에게 익숙한 보물 같은 선수다. 이러한 우리의 젊은이들에게 더 많은 박수를 보내고, 더 많이
찾아내어 영웅으로 만들어야 하지 않을까. 그것이 조국을 위해 초개와 같이 목숨을 내던진 우리의 진정한 영웅들 앞에 당당하고 떳떳한 시민으로 기억되는 길이 아닌가 싶다.



출처 : 경기일보 (2015년 08월 21일)

 

첨부파일
관련 첨부파일이 없습니다.
이전글,다음글
이전글 [데스크칼럼] 나이로비 엑스
다음글 다음글이 존재하지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