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동향

무주 태권도대회에 내전중인 시리아 선수 참가한 사연 2015-08-28
현지 국가대표 감독 지낸 전상호 사범 노력 덕분…"안정되면 또 가겠다"

지난 23∼26일 전북 무주에서는 '2015 세계 유소년 태권도선수권대회가 열렸다. 이 대회에는 국적과 인종을
초월해 60여 개국에서 1천200여 명의 태권도인이 참가했다.


참가자 중에는 내전 중이고, 한국과는 외교 관계가 단절된 시리아 선수들도 있었다. 시리아는 지난 2011년부터 바트 정부를 축출하고자 하는 반군과 정부군 사이의 전쟁을 하고 있으며, 수니파 무장조직인 '이슬람국가'(IS)가 몇 개의 마을을 장악하고 있기도 하다.

이런 혼란 속에서도 시리아 태권도협회장은 3명의 선수를 이끌고 무주를 찾았다. 내전으로 태권도 보급마저
끊어진 상황에서 이들은 어떻게 왔을까?



바로 1998년 한국국제협력단(코이카)이 파견한 태권도 사범으로 이 나라에 들어간 전상호(53) 씨와의 인연 때문이다. 전 사범은 시리아 입국 후 이듬해부터 2011년 민주화 혁명이 발발하기 전까지 태권도 보급에 앞장섰고, 국가대표 감독도 맡아 태권도 중흥에 일익을 담당했다. 

매년 선수들을 끌고 한국에 전지훈련을 오는 동시에 크고 작은 국제대회에 출전해 메달을 따기도 했다.  

그러나 내전이 격화하면서 한국 정부는 2012년 시리아를 '여행 제한 국가'로 지정했고, 전 사범도 그에 맞춰
시리아를 떠나야만 했다. 

귀국한 그는 인근 레바논을 찾아가 제자들의 사연을 듣는가 하면 국내에서도 전화나 문자메시지를 통해 현지
소식을 전해들었다. IS가 극단적인 원리주의와 무력 행동으로 유혈 사태를 빚고 급기야 서방 민간인을 공개 처형하자 미국과 동맹국들은 IS 근거지에 공습을 감행, 시리아 주민이 극도의 불안에 떨고 있을 때 전 사범도 한국
에서 함께 걱정했다.


전 사범은 28일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제게 태권도를 배운 제자들은 '무서워 못 살겠다. 한국에 가게
해달라'는 메시지를 하루가 멀다하고 보내왔다"며 "실제 제자가 참변을 당했다는 소리를 듣기도 했다"고
전했다. 

밖에서도 제자들과 시리아 태권도 발전, 내전 종식을 기원한 그는 지난 7월 코리아 춘천 오픈대회에 시리아 선수들을 출전시키려고 노력했다. 그러나 여건상 한국행 비자를 받지 못해 무산됐다가 이번에 무주대회에 규모는
작지만, 참가를 성사시켰다.


미수교국의 민간인인 이들은 어떻게 한국에 왔을까. 선수단은 국경을 넘어 레바논까지 가 그곳 한국대사관에서 비자를 받아 '태권도 본고장'에 들어왔다. 시리아 외곽은 내전으로 몸살을 앓고 있지만, 이들이 국경을 통과하는 데는 크게 문제가 없었던 것이다.

"지난 시간 어려운 역경 속에서도 홀로 시리아에 파견돼 태권도를 전파한 결과는 결코 고정된 실체가 아니라
생명력을 가지고 움직이는 문화라는 것을 알았습니다. 타국 문화는 국제사회에서 보편화하기도 하고, 어느 정도 생명력을 유지하다가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기도 합니다. 이슬람국가 시리아에서도 태권도는 시대에 부흥하는 가치관을 성립해 가는 것이죠. 태권도의 가치관은 국가의 사회발전에 따라 변화하고 새로운 사회에 들어맞는
능력이 필요한데, 태권도는 신체를 통한 교감이 매력을 느끼게 하는 것으로, 그 자체가 가치관을 세울 수 있는
능력일 수 있기 때문입니다."


아직도 '시리아한인회장' 명함을 들고 활동하는 그는 "시리아 선수단이 한국을 찾은 이유는 단순한 단계를 넘어 문화교류 교감이 깊이 전해져 있기 때문이며, 바로 문화의 힘, 태권도의 흡입력"이라고 풀이했다. 

지금은 한인들이 시리아를 다 빠져나와 한 명도 없지만 2010년 한인회를 설립한 이후 한때는 180명까지 늘어나기도 했다. 상황이 좋아지면 또 한인의 진출이 늘어날 것이기에 한인회장을 그만둘 수가 없다고 설명한다. 

전 사범은 일주일 일정으로 방한한 선수단이 전지훈련까지 하고 갈 수 있도록 여러 기관에 도움을 요청하고
있다. 

또 매년 선수단을 초청해 양국간 문화교류를 이어갈 수 있도록 해달라고 정부에 호소하기도 한다. 

전 사범의 노력으로 시리아는 1999년 태권도협회를 독립시켰고, 아시아태권도연맹(ATU)과 세계태권도연맹(WTF)에도 가입했다. 그리고 국제대회에도 모두 출전했다. 그의 코치급 제자만도 80명에 달하고, 태권도를 수련하는 인구도 1만 명까지 증가했었다. 수도 다마스쿠스를 비롯해 여러 도시로 태권도를 전파했다.

아내와 함께 입국한 그는 한국체대에서 박사과정을 밟으면서도 가끔 레바논으로 날아가 현지 소식을 파악하고 있다.  

다마스쿠스의 살던 집 창고에 살림을 그대로 두고 온 그는 "내전이 안정되면 곧바로 다시 들어가 태권도를
가르치겠다"고 의욕을 보였다.


'시리아 사랑'에 빠진 그는 평택 출신으로, 용인대 태권도학과 1기 졸업생이다. 태권도 공인 8단이며 단국대에서 석사학위를 받았다. 중학교 2학년 때 정식으로 태권도에 입문해 40여년 간 외길을 걷고 있다.  


전상호 사범(맨 왼쪽)과 시리아 태권도 선수단.


출처 : 연합뉴스 (2015년 08월 2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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