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동향

[Festravel] 신전 내부 비추는 일출 쇼, 드러나는 파라오 위엄에 탄성 2015-0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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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집트 아부심벨신전은 기원전 13세기 람세스 2세 시대의 건축물이다. 고대 이집트인은 1년에 딱 두 차례, 태양이 떠오를 때 신전 깊숙한 곳까지 빛이 스며
들게끔 신전을 설계했다. 현대인들은 아부심벨신전을 무대로 한 일출 쇼를 축제로 기리고 있다. 태양과 인간을 연결하려 했던 고대 이집트인들의 열망을 느낄 수 있는 아부심벨축제를 소개한다.

람세스 2세는 기원전 1279년부터 1213년까지 67년간 이집트를
다스린 파라오다. 모세가 유대인을 이끌고 홍해를 가르며 이집트를 탈출할 때 이집트를
다스렸던 왕, 영화 ‘십계’에서 율 브리너가 맡았던 역할도 람세스 2세였다. 지금의 수단·시리아·이스라엘까지 영토를 확장하며 이집트 역사상 가장 강력한 제국을 건설한 왕이기도 했다.



람세스 2세는 태양의 아들을 자처하며 스스로 신이 되고자 했다. 그의 강력한 왕권을 과시라도 하듯 영토 곳곳에 수많은 건축물을 남겼다. 그중 가장 웅장한 규모를 자랑하는 것이 이집트 남부 누비아 지방에 있는 아부심벨신전이다. 아부심벨신전은 람세스 2세를 위한 대신전과 왕비 네페르타리를 위한 소신전으로 구성됐다. 대신전 전면에는 람세스 2세를 형상화한 석상 4개가 나란히 서 있다. 각각 높이가 20m에 달하니 어떤 인간이라도 파라오를 우러러 볼 수밖에 없는 구조다. 석상 중 하나는 지진으로 파괴돼 상반신이 뚝 잘린 채 땅에 떨어져 있지만 고대 왕국을 지배했던 파라오의 위엄을 느끼기에는 모자람이 없다.


아부심벨신전은 고대 이집트문명의 진수라고 평가받는다. 그도 그럴 것이 평소에 아부심벨신전은 거대 석상이 있는 전면에만 빛이 비치지만 람세스 2세의 생일인 2월 21일, 대관식일인 10월 21일 등 1년 중 딱 이틀만 신전의 깊숙한 곳까지 햇빛이 비치도록 설계됐다. 이 같은 시각적 효과는 람세스 2세의 위엄을
드높이는 데 일조했다. 태양의 움직임을 면밀히 계산할 수 있었던 이집트의 천문학 지식 덕분에 이 같은 설계가 가능했다.



하지만 이제 2 21, 10 21일 신전 안쪽에 해가 들지 않는다. 현재 아부심벨신전이 원래 위치보다 65m 정도 위쪽에 있는 탓이다. 아스완하이댐 건설 계획으로 아부심벨신전이 수몰될 위기에 처하자 유네스코 위원회가 신전을 이전했기 때문이다. 신전을 1000여 개 블록으로 쪼갠 뒤 지금 자리에 껴 맞췄다. 당시 블록 한 개 무게는 30t이 넘었다고 한다. 이전 공사가 진행된 뒤 신전 깊숙이 볕이 드는 날짜는 하루씩 늦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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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이집트에서는 매년 2월 22일과 10월 22일 일 년에 단 두 번 아부심벨축제를 열고 있다. 2월 22일과 10월 22일 일출이 시작되면 신전 내부(성소)로 햇살이 들어오는 신비로운 장관이 연출된다. 항시 어두웠던 성소 안쪽 벽부터 환하게 밝아지면서 신전 안쪽의 아문(Amun), 라-호라크티(Ra-Horakhty) 석상에 빛이 들어온다. 입구에서 성소를 바라봤을 때 가장 왼쪽에 있는 프타(Ptah) 석상에는 빛이 닿지 않는다. 프타가 죽음과 어둠의 신을 상징한다는 점을 염두에 둔
의도적인 설계였다. 아부심벨의 경이로운 장관은 약 20분간 지속된다. 길게 늘어선 수많은 관광객들이 탄성에 젖는 시간이다. 뛰어난 건축 기술과 상상력을
갖고 있었던 고대 이집트인들의 열정이 그대로 전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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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부심벨축제에 참가하려면 축제 당일 새벽부터 서둘러야 한다. 일 년에 딱 두 번밖에 열리지 않는 일출 쇼를 보기 위해 전 세계에서 관광객이 모여들기
때문이다. 아부심벨축제를 찾는 관광객들은 대부분 아스완에서 출발한다. 현지 여행사 일일 투어 프로그램을 이용해 축제를 관람할 수 있다. 아스완에서
미니버스로 3시간 정도 이동하면 아부심벨에 닿는다. 축제 당일에는 해돋이 전후로 민속 공연이 펼쳐진다. 남녀노소 어우러져 민속 노래를 부르며 흥을 돋운다. 알록달록한 원형의 큰 보자기를 돌리는 수피 댄스도 놓치기 아까운 볼거리다.




출처 : 중앙일보 (2015년 09월 2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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