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동향

[서정민의세계,세계인] 통통한 바비, 히잡 쓴 히자비 2016-02-23



미(美)의 기준이 바뀌고 있는 것일까. 미국에서 ‘통통한’ 바비 인형이 곧 출시된다. 늘씬한 팔다리와 개미허리를 가진 8등신 금발 미녀가 아니다. 아담한 키, 통통한 허벅지, 곱슬머리, 검은 피부 등을 가진 바비다. 미국 완구
업체 마텔은 24가지 헤어스타일, 22가지 눈동자 색, 7가지 피부색을 가진 다양한 체형의 인형을 곧 판매할 예정이다. 바비 인형을 생산한 지 57년 만이다. ‘상상 속의 비율’이 아니라 전 세계 ‘일반인’을 상징하는 인형을 제작
하기로 한 것이다.



마텔사의 전략 수정은 시대의 흐름을 맞춘 것이다. 글로벌 시대에 어린이들이 인터넷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매일 접하는 익숙한 세계인을 상품화하겠다는 것이다. 다양성의 시대를 무시할 수 없는 것이 현재의 비즈니스다. 그동안 바비 인형은 서구 중심의 외모 지상주의를 부추기고 미의 기준을 왜곡시킨다는 비난을 받아왔다. 실제로 지난 수년간 바비의 판매량도 감소해왔다. 백인의 피부, 푸른 눈, 금발의 천편일률적 서구 소녀는
이제 식상한 것이다. 뱃살에 허벅지살, 여드름과 흉터까지 있는 인형에게 크리스마스 선물 1위 자리를 빼앗겼다.



지난해에도 마텔은 변신을 시도했다. 다른 피부색, 눈동자 색, 헤어스타일을 가진 ‘패셔니스타’ 시리즈를
내놓았다. 하이힐을 벗기고 단화도 신겼다. 2014년 출시된 래밀리 인형이 큰 인기를 얻으면서다. 예술가 니콜라이 램이 디자인한 래밀리는 아주 평범하고 현실적인 몸매를 가졌다. 몸매 치수는 19세 여성 평균이고, 청바지,
운동화, 천 가방 등 캐주얼한 옷을 입고 있다. 실제 현실에 존재하는 다양한 캐릭터가 이제 서구 상업주의가
만들어 놓은 허상을 깨고 있다. 완구업체 레고도 휠체어를 타고 있는 장애인 피규어를 선보였다. 사회적 다양성 표현은 글로벌 시대의 한 현상이다.



이런 가운데 히잡(무슬림 여성의 머리두건)을 쓴 바비 인형 ‘히자비’도 SNS에 등장해 큰 호응을 얻고 있다.
나이지리아 출신의 무슬림 의대생이자 패션디자이너인 하니파 애덤이 인스타그램에 올린 인형들이다. 마텔사의
다양한 바비 인형 출시 소식을 듣고, 무슬림 바비 인형도 넣자고 제안하기 위한 것이다. 바비 인형에 자신이 만든 다양한 디자인과 색깔의 히잡과 아바야(무슬림 여성의 옷 위에 두르는 긴 천)를 입혔다. 애덤은 또 자신처럼 까만 얼굴의 바비에 히잡도 씌운 히자비도 만들겠다고 한다. 인종의 다양성이 자연스러운 지구촌 모습으로 인식되고, 히잡이나 아바야가 ‘여권 억압의 상징’이 아니라 존중받아야 할 이슬람 문화와 전통으로 받아들여지기를 추구
 하는 것이다. 중동 및 이슬람권에서는 이미 무슬림 인형이 큰 인기를 얻고 있었다. 2005년 출시된 풀라 인형이
대표적인 예다.



눈, 피부 색, 그리고 히잡이 아랍 소녀를 상징한다. 정체성의 지나친 강조는 때로 갈등을 야기한다. 종교, 문화,
이념적 정체성으로 인해 전쟁도 발생해 왔다. 하지만 이 다양한 정체성을 존중하는 관용이 현재까지 인류의 공존과 번영의 토대였다. 우리의 완구점과 슈퍼마켓에서도 금발의 바비 옆에 단아한 한복을 입은 시골소녀 인형이
놓이기를 기대해 본다.


 출처 : 세계일보 (2016년 02월 22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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