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동향

석유대국 사우디, 관광立國 선언… '이브의 무덤' 등 기독교 유적 개방 2016-05-10

비전 2030 따라 4개 부처 개각… 석유장관 해임, 개혁파 왕족 임명
年460억달러 관광부문에 투자
이슬람 성지순례객 대상으로 관광비자 발급해 수입 확대 추진


 

사우디아라비아의 주요 관광지 지도

 

사우디아라비아의 주요 관광지 지도 
 

 

사우디아라비아가 석유 의존도를 줄이고 민간 부문을 강화하는 경제개혁안 '비전 2030'을 발표한 지 12일 만에 알리 알 나이미(81) 석유장관을 해임하는 등 첫 개각을 단행했다.

 

사우디 석유부를 21년 동안 이끌며 국가 석유 정책과 석유수출국기구(OPEC)에 큰 영향을 끼친 알 나이미 장관 자리에는 아람코(국영석유회사) CEO인 칼리드 알 팔리(56)가 임명됐다. 부서 이름도 '석유'를 떼어내고 '에너지·산업·광물자원부'로 바꾸어 신임 장관은 석유뿐 아니라 에너지 정책 전반을 담당하게 된다. 알 팔라 신임 장관은 사우디 경제 개혁을 이끄는 '실세'인 무함마드 빈 살만 부왕세자의 측근이자 왕족으로, 그의 등용은 사우디 왕가가 '탈(脫)석유' 시대를 위한 구조조정에 적극 나서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이날 무역·투자부, 교통부, 성지순례부 장관, 사우디 중앙은행 총재 등도 교체됐다. 사우디 영문 일간지 아랍뉴스는 이번 인사를 '비전 2030의 이륙(takes off)'이라고 표현했다.

 

외신들은 '비전 2030' 개혁안 중 특히 관광산업이 민간 분야를 대표하는 핵심 성장 동력이 될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사우디는 그동안 전 세계 여행자들에게 접근하기 힘든 '금단의 땅'이었다. 미 워싱턴포스트는 최근 "사우디는 멕시코 칸쿤 같은 인기 휴양지는 아니지만, 관광을 통해 경제를 부흥시키려는 왕실의 열망이 커지고 있다"며 "사우디를 휴양지·관광지로 만들려는 야심에 찬 프로젝트가 시작됐다"고 보도했다.

 

사우디에는 '여행 비자'라는 게 없었다. '외국 여행자'로 분류되는 이들은 대부분 성지(聖地) 순례 비자를 받고 메카나 메디나 등으로 향하는 순례자들이다. 사업상 사우디를 들른 외국인이 짬을 내 여행을 하려면 초청 기관의 여행증명서를 소지해야 하고, 여성 단독 여행이나 공공건물 사진 촬영도 금지되는 등 통제가 많았다.

 

하지만 '사우디 비전 2030'을 발표한 무함마드 부왕세자는 알 아라비야 TV인터뷰에서 "모든 국적의 관광객들에게 나라의 문을 열 방침"이라고 했다. 관광 부문 연간 투자 규모를 현재 80억달러에서 2020년까지 460억달러로 늘리겠다는 방침도 밝혔다. 그는 "사우디에는 비(非)이슬람 유적도 많다"며 "기독교·유대교 관련 역사 유적을 관광지로 개발하면 다양한 문화권의 관광객 유치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도 했다.

 

사우디는 관광 자원도 풍부하다. 유네스코 세계유산인 알 히즈르 고고 유적은 요르단의 명소 페트라와 연계해 기독교 성지 순례 코스로 상품성이 높다는 게 여행업계의 평가다. 태초의 여성 이브가 묻힌 자리로 알려진 제다 인근 '이브의 무덤', 국왕 별장이 있는 고산 도시 타이프, 야자수 정글이 무성한 동부 도시 호푸프 등도 관심을 끌 만한 장소로 꼽힌다.

 

사우디는 기존 성지 순례 관광 기회도 넓히기로 했다. 지난달부터 순례객이 원할 경우 관광 비자를 발급하기 시작했다. 순례객들의 지갑을 여는 게 목표다. 워싱턴포스트는 "사우디를 찾는 외국 여행객은 2014년 1826만명으로 20여년 동안 6배 증가했지만, 이들 대부분은 씀씀이가 작은 순례객들이기 때문에 관광 산업이 발전하지 못했다"고 했다.

 

사우디는 관광 산업 육성을 위해 제다 공항을 두바이·아부다비(이상 아랍에미리트)나 도하(카타르) 같은 중동의 허브 공항으로 육성하겠다는 계획이다. 2030년까지 세계 최대 규모의 이슬람 박물관을 건립한다는 구상도 세웠다. 중동 전문가인 옥스퍼드대의 토비 매티센 박사는 워싱턴포스트에 "사우디를 관광 명소로 만들려면 이슬람 근본주의가 지배하는 종교·사회적 분위기를 변화시키는 게 무엇보다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출처 : 조선닷컴 (2016년 5월 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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