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디, 아람코 상장 앞서 OPEC 원유감산 압박...기업가치 높인다 2019-11-11

이라크 나이지리아 증산, 국제유가 상승 걸림돌
자금 필요한 사우디 경제개혁 계획 중대 변수로
"내달 정례회의서 내년 말까지 감산연장 할수도"
일각선 "하락 위험 없어 추가 감산 낮아" 시각도
원유 증산 원하는 러시아·美 걸림돌로 작용할 듯

▲빈 살만 왕세자(사진=AP/연합)


사우디아라비아 국영기업 아람코의 기업공개(IPO)를 앞두고 석유수출국기구(OPEC)의 맹주격인 사우디가 회원국들에게 원유감산에 대한 압박을 가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이는 감산을 통해 국제유가를 끌어올려 다음달 11일 상장하는 아람코의 기업가치를 상승시키겠다는 의도로 해석된다. 이를 위해 사우디가 추가 감산을 단행할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된다. 다만 전문가들은 미중 무역협상에 대한 기대감이 커진 만큼 감산 규모를 늘리는 것이 필요한지에 대해서는 의구심을 제기하고 있다.


◇ 이라크·나이지리아, 감산 합의에도 산유량 늘려

지난 7일(현지시간) 미 경제매체 CNBC는 애널리스트들의 발언을 인용해 사우디가 국제유가를 끌어올리기 위해 이라크나 나이지리아 등 원유감산에 미진한 회원국들을 대상으로 감산 압력을 가할 가능성이 크다고 보도했다. 호주뉴질랜드은행(ANZ)의 애널리스트들은 투자노트에서 "산유국들은 기존에 합의한 규모에 맞춰 감산을 적극적으로 이행할 계획이다"고 전했다.

현재 사우디는 러시아 등과 같이 비(非)OPEC 산유국들과 함께 OPEC+를 결성해 감산 합의를 이끌고 있다. OPEC+는 지난해 11월 산유량을 하루 120만 배럴 감산하기로 합의하고 올해 1월부터 실행에 들어갔다. 이번 감산 합의는 내년 3월까지 지속될 예정이다. OPEC+는 다음달 5일 오스트리아 빈에서 개최되는 산유국 정례회의에 모여 감산정책에 대해 논의할 예정이다.

그러나 이라크와 나이지리아 등의 일부 OPEC 회원국들로 인해 원유 감산 합의가 제대로 이행되지 않고 있다. 실제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지난 8월 OPEC 산유량은 이라크와 나이지리아이 공급을 늘리면서 일평균 2961만 배럴을 기록했다. 올해 들어 산유량이 전월 대비 증가세를 나타낸 것은 8월이 처음이다. 즉, 산유국들의 감산 노력과 미국의 대(對) 이란·베네수엘라 제재 등으로 인해 원유생산량이 줄어들고 있음에도 이라크, 나이지리아 등 일부 산유국들이 증산을 이어가면서 감축분이 상쇄된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이라크의 경우 지난 8월 산유량은 사상 최고치인 일평균 488만 배럴을 기록하면서 ‘OPEC의 골칫덩이’로 전락하게 됐다. 이 기간 이란의 원유 수출량도 전월대비 일평균 4만 배럴 증가한 360만 배럴로 집계됐다. 당시 S&P 글로벌 플라츠의 데이브 언스베르거 글로벌 원자재 부문장은 "이라크는 감산을 이행하고 있는 OPEC 입장에서 큰 문제"며 "이는 특히 산유국들이 향후 회의에서 감산 합의를 이끌어내는데 더욱 어렵게 만든다"고 평가했다.

이라크는 지난 9월부터 생산량을 낮추는 방향으로 회원국들과 겨우 합의를 이뤘다. 그러나 11일 오일프라이스닷컴에 따르면 이라크의 지난 10월 원유생산량은 일평균 477만 배럴로, 이는 주어진 할당량 대비 3만 배럴 높은 수준이다. 

나이지리아도 마찬가지로 감산합의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는 또 다른 ‘문제아’로 거론되고 있다. 당초 산유국들은 나이지리아에 일평균 168만5000 배럴을 생산하라고 권고했다. 이후 8월부터는 나이지리아에 생산량 177만4000 배럴을 지키라고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이지리아는 올해 2월부터 최소 180만 배럴의 원유를 생산하고 있다. 특히 나이지리아의 경우 지난달에는 한도치 대비 일평균 14만 배럴 더 많이 생산한 것으로 나타났다. 


◇ 감산 압박 나서는 사우디…추가 감산 가능성도

이렇듯 OPEC 회원국들이 감산합의를 이행하고 있지 않는다는 것은 원유 공급량을 줄이지 않아 국제유가가 상승할 여력이 부족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글로벌 경기 침체로 원유 수요가 둔화된데다 미국 등 일부 산유국들마저 생산량을 늘리고 있어 원유 공급량이 줄어들 가능성은 낮다는 평가다. 미국의 원유 생산량은 현재 일평균 1200만 배럴에서 2024년 1690만 배럴까지 증가할 것으로 전망됐다.

이는 사우디에게 악재다. 사우디가 아람크의 IPO를 거쳐 경제구조를 개혁하는 ‘비전 2030’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자금을 끌어모아야 한다. 결국 아람코의 수익성과 기업가치를 내세우기 위해서는 국제유가를 끌어올리는 것이 중요하다. 아람코는 오는 17일 주식 공모 가격 산정에 들어간 뒤 다음달 4일 첫 거래 가격을 결정한다. 이 과정에서 국제유가의 향방은 아람코의 기업가치에도 중대한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사우디 아람코.


이에 따라 사우디가 다음달 열리는 산유국 정례회의에서 감산 이행률을 높이기 위해 회원국들을 압박할 것이라는 전망에 힘이 실리고 있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핏치 솔루션스(Fitch Solutions)의 피터 리 석유·가스 부문 수석 애널리스트는 "다음달 정례회의는 OPEC+ 산유국들의 감산합의를 재확인하는 장소가 될 것으로 보인다"며 "내년 1분기로 끝나는 기존 감산정책이 내년 말까지 연장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심지어 산유국들은 이번 회의를 통해 감산 규모도 늘릴 것으로 관측된다. MUFG(미쓰비시UFJ파이낸셜 그룹)의 에산 코만 중동·북아프리카(MENA) 리서치 부문장은 "다음달 열리는 회의에서 사우디, 아랍에미리트(UAE), 쿠웨이트 등의 핵심 OPEC 회원국들이 감산 규모를 늘리는 방안을 고려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일부 애널리스트들은 "사우디 만이라도 추가 감산에 나설 확률도 있다"고 밝혔다. 최대 산유국인 사우디가 OPEC에서 사실상 지도자 역할을 하고 있는 만큼 회원국들 사이에서 막대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기 때문에 추가 감산을 선제적으로 단행함으로써 기타 회원국들을 동참시키겠다는 분석이다. 실제 CNBC는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 왕세자가 아델 압델 마흐디 이라크 총리와 전화통화를 한 점을 들어 이라크가 올해 9월부터 원유 생산량을 8월 보다 낮출 수 있었다고 해석했다. 빈 살만 왕세자는 전화통화에서 글로벌 원유시장의 안정성을 위한 상호협력에 대해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리 애널리스트는 "(감산이) 필요할 경우 사우디는 이를 이행할 의지와 여력이 충분히 있다"고 말했다.


◇ 일각선 추가 감산에 "글쎄"


다만 일각에서는 현재 상황에서 추가 감산이 꼭 필요한지에 대해 의구심을 제기하고 있다. 싱가포르 소재 에너지조사기관 반다 인사이트(Vanda Insights)의 창립자인 반다나 하리는 "많은 사람들이 아람코 IPO 등의 이유로 인해 산유국들이 추가 감산에 나설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며 "그러나 추가 감산 가능성은 낮다"고 말했다.

그는 "최대 산유국 중 하나인 러시아는 작년부터 지금까지 감산에 대해 회의적인 시각을 유지하고 있다"며 "현재 국제유가가 박스권에 머무르고 있는 상황에서 유가 하락에 대한 리스크가 앞으로 없다고 판단되면 사우디는 러시아한테 추가 감산을 요구하기 힘들 것"이라고 진단했다.

실제 러시아는 현재까지도 감산합의를 제대로 이행하고 있지 않다. ‘셰일 붐’으로 인해 글로벌 원유시장의 판도가 러시아와 사우디 등의 중심에서 미국 중심으로 넘어간 것이 가장 큰 이유다. 러시아가 미국과의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고 시장 점유율 하락을 막기 위해서는 원유 생산량을 늘리는 것이 필수적이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지난 10월 러시아 원유 생산량은 일평균 1123만 배럴로, 전월대비 2만 배럴 가량 감소했다. 이는 러시아에게 할당된 원유생산량인 일평균 1117만 배럴을 웃도는 수준이다.

나아가 CNBC는 다음달 3일에 열리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정상회의를 계기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만나는 ‘빅 이벤트’가 산유국 정례회의보다 먼저 진행되기 때문에 추가 감산의 필요성이 불확실하다고 진단했다. 양국 정상이 NATO 정상회담 직후 영국 런던에서 만나 1단계 무역 협상 안에 서명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1단계 무역합의가 마무리될 경우 원유에 대한 수요가 점차 회복되면서 OPEC+가 따로 움직일 필요성은 낮아질 수 밖에 없다.

한편, 8일(현지시간)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12월 인도분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는 전날보다 배럴당 0.2%(0.09달러) 오른 57.24달러로 장을 마감했다.

런던 ICE 선물거래소의 내년 1월물 브렌트유도 배럴당 0.35%(0.22달러) 상승한 62.51달러를 기록했다. 

 

출처 에너지 경제 (http://www.ekn.kr/news/article.html?no=4630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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