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소경제] 산유국 사우디도 뛰어들어…수소 운반 핵심된 ‘암모니아’ 2020-09-17
까다로운 수소 저장·운송, 암모니아로 해결
석유 풍부한 사우디도 친환경 수소·암모니아 생산

중동 최대 산유국인 사우디 아라비아에 세계 최대 규모의 친환경 수소 생산기지가 들어선다. 사우디는 올해 7월 미 산업용 가스회사 에어프로덕츠와 손잡고 홍해에 인접한 도시 네옴(NEOM)에 대규모 그린수소·암모니아 생산공장을 짓기로 했다. 이번 사업에는 총 50억달러(약 5조9000억원)가 투입된다.

사우디는 저(低)유가 시대에 대비해 석유 의존도를 낮추고, 신재생 에너지를 비롯한 다양한 신사업을 키우는 국가개혁 프로젝트 ‘비전 2030’을 추진 중이다. 수소 생산기지 역시 이런 개혁의 일환으로 구축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사우디는 해당 시설에서 4GW(기가와트) 규모의 태양광·풍력 에너지로 만든 전력을 활용해 물을 전기분해함으로써 2025년부터 매일 650톤의 그린수소를 생산한다는 계획이다. 이는 2만여대의 수소버스를 운행할 수 있는 양이다. 이렇게 만든 수소는 액상 형태로 암모니아에 저장해 필요한 장소로 운송하거나 수출할 예정이다. 사우디는 수출 규모가 상당할 것으로 보고 일 120만톤 규모의 친환경 암모니아도 함께 생산하기로 했다.

사우디아라비아는 580조원을 들여 조성 중인 미래형 첨단 도시 네옴을 100% 태양광·풍력 등 재생에너지 도시로 전환한다는 목표로 세계 최대 규모의 수소 생산기지를 세우기로 했다. / 네옴 홈페이지
세계 주요국이 수소경제 육성에 나서면서 수소를 안전하게 저장·운송하는 수단으로 암모니아가 주목받고 있다. 현재 수소경제 활성화의 주요 걸림돌 중 하나는 비용인데, 업계는 암모니아가 이 비용을 낮추는 데 기여할 것으로 보고있다. 온실가스를 배출하지 않는 재생에너지 기반 그린수소의 생산비용은 화석연료 기반 회색수소보다 최소 2.5배 비싸다. 이 뿐만 아니라 수소는 저장·운송에도 비용이 많이 들어 그동안 사업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수소 가격에서 운송비는 약 30~40%를 차지한다.

수소는 상온에서 기체 상태이기 때문에 저장·운송이 까다롭다. 마틴 탠클러 블룸버그NEF 선임연구원은 "수소는 천연가스보다 부피당 밀도가 낮아 저장하기 어렵다"며 "압축 수소를 담은 탱크의 크기는 동일한 양의 천연가스를 실은 탱크의 4배 크기여야 하는데, 저장고의 부피가 커질수록 비용도 자연스럽게 증가한다"고 설명했다. 기체 상태에서 부피가 큰 수소를 압축, 고압탱크에 담아 운송하려면 비용이 늘어날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수소가 이른 시일 내 경제성을 확보하려면 수소 생산은 물론 저장·운송 비용을 획기적으로 절감해야 하는데, 수소업계는 이를 위해 암모니아를 활용한 수소 저장·운송 기술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수소를 액상 암모니아 형태의 화합물로 변환하면, 기체 상태보다 더 많은 양의 수소를 저장해 원하는 곳까지 손쉽게 옮길 수 있다. 수소는 영하 253℃에서 액체 상태로 바뀌는데, 이때 부피가 800분의 1로 줄어들어 저장과 운송이 용이해진다.

호주 연방과학산업연구기구(CSIRO) 연구원들이 수소 생산 소재를 연구하는 모습. CSIRO는 금속분리막을 이용해 암모니아에서 고순도 수소를 추출하는 기술을 갖고 있다. /CSIRO
현대자동차는 호주 최대 종합 연구기관인 호주연방과학산업연구기구(CSIRO)와 세계 4위 철광석 생산업체 포테스큐와 함께 암모니아에서 고순도 수소를 추출하는 기술을 공동 개발하기로 했다.

현대차 (170,000원▼ 1,500 -0.87%)관계자는 "암모니아에서 고순도 수소를 추출하는 기술이 상용화되면 호주의 풍부한 재생 에너지를 기반으로 수소를 생산하고 이를 암모니아 형태로 바꿔 장거리 운송할 수 있게 된다"고 말했다.

천연가스를 분해해 수소를 추출하는 방법과 달리 암모니아는 분해 시 수소와 질소만 생성하기 때문에 친환경적으로 수소를 생산할 수 있다는 게 장점이다. 또 암모니아는 이미 철강, 화학 등 주요 산업 현장에서 널리 쓰이는 원료로 생산시설, 운반선 등 인프라도 갖춰져 있어 별도의 인프라 투자가 필요 없다.

글로벌 화학기업 바스프가 운영하는 독일 소재 암모니아 생산 공장 모습. / 바스프 제공
수소경제 구축에 적극적인 일본은 정부 주도로 80여개 기업과 연구소가 ‘그린 암모니아 컨소시엄’을 구성했다. 미쓰비시중공업 등이 참여하는 컨소시엄은 호주, 사우디 등으로부터 액상 암모니아 형태의 수소를 수입하는 작업을 올해부터 본격화한다는 계획이다. 애초 컨소시엄은 여러 운반 수단을 고려했지만, 액상 암모니아 형태의 수소가 액화수소보다 안정적이라고 최종 판단했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는 전했다. 액화수소는 영하 253℃도의 극저온 상태를 유지해야 하는 만큼 고도의 기술력을 요구하기 때문에 영하 33℃도에 액화하는 암모니아보다 경제성이 떨어진다.

컨소시엄은 수입한 암모니아에서 다시 수소를 추출하는 과정을 거치지 않고 암모니아를 곧장 발전소 연료로 사용하는 방법도 고려 중이다. 암모니아를 석탄발전소의 연료로 사용해 석탄 사용 비중을 줄이고 온실가스 배출량도 감축한다는 구상이다.

다만, 아직 암모니아에서 수소를 추출하는 기술이 발달하지 않아 실제 산업에 적용하기까지는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에너지기술연구원 관계자는 "현재 국내외 주요 기업과 연구소에서 암모니아 수소 추출기술을 개발하고 있어 관련 기술이 5~7년 내 상용화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출처 조선일보(2020.9.17.)
https://biz.chosun.com/site/data/html_dir/2020/09/16/2020091602531.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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