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격한 이슬람국 사우디…"어떻게 즐길까" 논쟁거리 2017-02-01

엄격한 이슬람 해석으로 예술과 오락에 대한 규제와 반감이 강한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어떻게 즐길 것인지"가 새삼 논쟁거리가 되고 있다.

사우디 정부는 석유 의존도가 높은 경제 체질을 바꾸고 새로운 수입원을 창출하기 위해 경제 개방을 모색하고 있다. 이를 위해 엔터테인먼트 분야의 개발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보수 종교세력과 사회적 진보 진영 간에 적절한 오락의 형태가 무엇인지를 놓고 격론이 벌어지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23일 보도했다.

WSJ에 따르면 사우디에선 영화관이 금지돼 있고, 음악 콘서트도 흔치 않아 수많은 예술가가 해외로 진출해 경력을 이어가야 하는 처지다. 그나마 몇 안 되는 즐길 거리가 쇼핑몰과 테마파크인데 보통 가족 중심적이고 남녀 구별이 존재한다.

사우디 일간 오카즈의 칼럼니스트 칼리드 알술리만은 최근 현지 TV 토크쇼에서 영화관에 반대하는 이슬람 성직자들을 겨냥, "영화에 반대하는 자들 대다수가 극장에 한 번도 가본 적 없는 사람들"이라고 꼬집었다. 오락 선택권 확대를 공개 지지하는 알술리만은 "파트와(이슬람 율법 해석)를 이해하지도 못하는 사람들이 파트와를 내는 것은 비극"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나 보수 진영도 맞받아치면서 논쟁이 달아올랐다.

최고 권위 종교기구인 울라마위원회 위원이며 저명한 성직자인 압둘라 알무틀라크는 라디오 인터뷰에서 "할리우드나 다른 곳 사람들이 여기 와서 우리를 흥겹게 하는 게 필요치 않다"고 주장했다.

사우디 정부의 경제개혁을 진두지휘하는 31세의 모하메드 빈 살만 부왕세자는 오락 선택의 결여가 사우디 도시들의 삶의 질을 악화시키고 투자자들과 외국 노동자들을 가로막아왔다고 지적했다.

 

사우디 정부는 공개 장소에서의 오락에 반대하는 종교적 보수세력들을 제어하기 위한 시도를 벌여왔다. 지난해 4월에는 한때 공포의 대상이었던 종교경찰의 권한을 제한하기로 했다. 전통적으로 종교경찰은 엄격한 도덕규범과 남녀 구별을 집행하는 기관이었으나 새로운 규정에 따라 보행자들을 구금하거나 불러 세워 신분증을 검사할 수 없도록 했다.

이어 5월에는 30세 이하가 인구의 약 60%를 차지하는 사우디 시민들에게 오락 선택권을 확대해주기 위해 전담 기구인 GEA를 신설했다. 칼리드 알팔리 석유장관은 지난주 다보스 세계경제포럼에서 "사우디를 사람이 살기에 좀 더 부드럽고 유쾌한 곳으로 만들고자 한다"며 ""왕국 안에서 사람들이 행복하게 만들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GEA는 지난해 10월 뉴욕의 댄스 그룹을 초청한 데 이어 이달 말에는 홍해안 도시 제다에서 사우디 출신 가수 모하메드 압두의 공연도 유치한다는 계획이다. 사우디 팬들은 아랍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가수 가운데 한 명인 압두의 라이브 공연을 학수고대하고 있지만, 보수파는 그의 노래가 종종 낭만적 사랑을 담고 있어 문란을 확산한다고 비난한다.

어떤 종류의 엔터테인먼트를 허용하고 금지해야 할지를 둘러싼 논쟁은 새해 첫날 터키 이스탄불 나이트클럽 총격 테러 희생자 가운데 사우디 국적자들이 포함된 것으로 밝혀지면서 점화됐다. 일부에선 술 취한 사람들과 어울려 춤을 추는 것은 허용 범위를 벗어난 것으로, 희생자 가족들에게 불명예를 안겨주었다고 소셜 미디어를 통해 비난했다.

마흐메드 알카티브 GEA 의장은 사우디 국민이 나라 밖으로 나가 오락에 쓰는 돈이 연간 200억 달러가 넘을 것으로 추산된다고 WSJ에 밝혔다. 오락 열기에 힘입어 세계 최대 롤러코스터 운영사인 식스 플래그스 엔터테인먼트 같은 미국 회사들이 사우디에 진출했다. 식스 플래그스는 리야드에 테마파크 한 곳을 열 계획이며 서부 해안에도 두 곳을 더 여는 계획을 검토하고 있다. 사우디 정부는 보수파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엔터테인먼트 장려 정책을 밀고 나갈 계획이며 자국 관련 기업들의 참여도 독려한다는 방침이다.

사우디 아라비아 리야드의 식당 가족 전용 출입구[연합뉴스 자료사진]
사우디 아라비아 리야드의 식당 가족 전용 출입구[연합뉴스 자료사진]
리야드 호화 쇼핑몰의 여성들[연합뉴스 자료사진]

리야드 호화 쇼핑몰의 여성들[연합뉴스 자료사진]

 

 

출처: 연합뉴스(2017년 1월 24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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