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막 한가운데 親환경 첨단도시…산유국의 '無油 도전' 2017-07-10

사막에서 몰아치는 혁신폭풍-(上)中東의 미래 ‘마스다르시티’를 가다

마스다르시티 전경/사진=마스다르컴퍼니

마스다르시티 전경/사진=마스다르컴퍼니

지난달 21일 아랍에미리트연합국(UAE)의 수도 아부다비 시에서 차로 30분 거리에 있는 마스다르(Masdar) 시티 지하 주차타워. 이곳에선 2035년 미국 시카고를 배경으로 한 SF(공상과학) 영화 ‘아이로봇’을 방불케 하는 장면이 펼쳐졌다. 동행한 주UAE 한국대사관 직원이 “이곳에서부턴 휘발유 차량은 들어갈 수 없다”며 차를 주차 시켰다. 현장관리자가 2번 정거장에서 대기하라고 안내했다. 그가 리모컨으로 자동차를 호출하자 3분 뒤 무인 전기차가 한 대가 미끄러지듯 움직여 기자 앞에 섰다.

PRT(Personal Rapid Transit System)라고 이름붙인 이 차 내부는 2명이 마주보고 앉도록 돼 있고, 왼쪽 벽에 설치된 터치형 인포테인먼트 기기에서 목적지를 선택하면 이동한다. 직선 도로에서 속도 40km/h, 굽은 도로에선 25km/h로 달리는 PRT 4대가 분주하게 방문객들을 실어 날랐다. 운전대를 잡지 않아도 차 스스로 목적지까지 데려다 주는 무인운전시스템의 생활화. 100년 뒤나 가능할 것만 같았던 영화 속 모습이 사막도시 한복판에서 현실화되고 있었다.
 

PRT 스테이션은 마스다르시티 입구에 세워진 전기차 정류장으로 1대당 탑승인원은 총 4명이다./사진=마스다르

PRT 스테이션은 마스다르시티 입구에 세워진 전기차 정류장으로 1대당 탑승인원은 총 4명이다./사진=마스다르


정차 시 선로에 부착된 무선충전장치를 통해 에너지를 공급받는 PRT의 디자인은 페라리, 벤틀리, 롤스로이스, 제규어 등 세계 유명 자동차 브랜드들이 대거 참여했다.

2006년 첫 삽을 뜬 마스다르는 ‘세계 첫 탄소배출 제로 도시’를 꿈꾼다. 2015년 말 남경필 경기도지사 스마트도시 구축의 시범사례로 이곳을 찾으면서 국내에 알려졌다. 마스다르시티는 아부다비 정부가 2008년 2월 아부다비 인근의 6km 부지에 5만명의 거주자와 1500개의 친환경 기업을 수용하는 신재생에너지 신도시를 건설한다는 취지로 시작된 프로젝트다. 총 220억 달러의 예산이 투입됐다. 도시 운영에 필요한 모든 에너지는 태양광(42%), 태양열(5%), 태양열 온수(15%), 폐기물 발전(8%) 등 신재생 에너지로 충당해 탄소발생을 제로화한다는 목표다. 도시 내 10MW(메가와트)급 태양광 발전소가 운영된다. 지난 2009년 6월엔 국제재생에너지기구(IRENA) 사무국을 유치했다. 2025년 완공을 목표로 현재 1단계 건설이 완료됐으며, 전기자전거·무인차·경전철 등 친환경 교통수단을 운행하고 있다.

“산유국이 대체 왜?”라는 의문부호가 붙는다. 앤서니 맬로즈 마스다르컴퍼니 기획본부장의 답변은 이렇다. “사실 산유국이라고 하기엔 턱없이 부족한 매장량이죠. 1967년 오일 발견은 하나의 전환점이였어요. 50년 밖에 쓸 수 없는 아주 적은 양의 기름, 정부는 산업 다각화가 절실했죠. 탈 석유국가로 자급자족할 수 있는 나라를 만든다는 계획 아래 마스다르시티라는 대규모 친환경 도시 인프라 건설에 나선 겁니다.“
 

윈드타워는 굴뚝처럼 설치된 탑에서 공기 대류 현상을 통해 바람을 내보내는 냉방·정화장치이다/사진=마스다르

윈드타워는 굴뚝처럼 설치된 탑에서 공기 대류 현상을 통해 바람을 내보내는 냉방·정화장치이다/사진=마스다르


마스다르시티 곳곳엔 ‘탄소배출 제로’ DNA가 배어 있다. 모든 조명이 발광다이오드(LED)다. 시티 광장 한가운데 설치된 45m 높이의 원통형 구조물 윈드타워는 자연 바람을 모아 건물 사이와 복도로 시원한 바람을 내보내는 초대형 선풍기 역할을 한다. 건물 사이 간격은 최대한 좁혀 세웠다. 그렇게 생긴 그림자가 도시 속 온도를 낮춘다. 건물 옥상에 오밀조밀하게 설치된 태양 전지판 때문에 하늘에서 내려다본 마스다르시티는 거대 돔구장을 떠올리게 한다. 마스다르 시티는 사무실 임대·분양 사업을 통해 수익을 얻는다. 이곳 분양이 활발해 벌써 투자금 회수가 본격적으로 이뤄지고 있다는 귀띔이다.
 

마스다르시티 내부, 좁은 건물 사이로 천정에 설치된 태양광 패널이 보인다/사진=마스다르컴퍼니

마스다르시티 내부, 좁은 건물 사이로 천정에 설치된 태양광 패널이 보인다/사진=마스다르컴퍼니


풍력발전시스템 등 대체에너지도 개발·수출한다. 영국 전체 발전 수요의 8%를 맡고 있는 세계 최대 해상풍력발전단지 ‘런던 어레이’가 마스다르가 컨소시엄으로 참여한 작품임을 아는 자는 그리 많지 않다.

이곳엔 신재생에너지를 핵심기술로 한 크고 작은 업체 500여개 곳이 입주해 있다. 지난달 인천대학교와 친환경 스마트 캠퍼스를 구축키로 한 지멘스는 이곳에 가장 먼저 입주한 1호 업체다. 일부 기업은 UAE 정부와의 대규모 공동 R&D(연구·개발)를 수주한다는 전략적 판단에서 머물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연구중심대학인 마스다르대학원이 이곳 인큐베이터 단지에 있는 대·중소기업, 스타트업과 함께 태양전지판 소재 개발 등 협업 R&D를 추진진하고 있다. 마스다르대학원은 한국의 카이스트(KAIST)를 벤치마킹했다. UAE 정부는 대학 연구자들에게 연구비, 주거비, 생활비 일체를 지원하고 있다. 기업들에게 유용한 정보나 IP(지식재산권) 보호, 특허 출원·등록 등 사업과 관련한 일체 서비스는 리서치센터에서 모두 제공한다. 이 모든 것이 해외 유명 연구진과 첨단기업들을 불러들이는 마스다르시티의 매력이다.
 

태양이 보내는 에너지(열)를 모아 전기로 변환하는 태양열 발전소, 마스다르시티 인근 사막에 설치됐다/사진=마스다르컴퍼니

태양이 보내는 에너지(열)를 모아 전기로 변환하는 태양열 발전소, 마스다르시티 인근 사막에 설치됐다/사진=마스다르컴퍼니


물론 초기 시행착오가 없진 않았다. 이를테면 초기 태양열 발전에 대대적으로 투자했다가 2~3년 만에 태양광 발전으로 선회했다. 태양열 발전 기술이 UAE 지역 내에선 비효율적이라는 판단에서다. 인기 기술에 대한 맹목적인 추종보단 효율성을 따지겠다는 게 아부다비 정부의 방침이다. 그렇다고 이미 투자가 진행된 기술은 버리지 않는다. 필요로 하는 나라를 찾아 태양열 발전소 핵심기술을 수출한다. 런던어웨이도 같은 맥락에서 진행된 사업이다.

앤서니 맬로즈 본부장은 “이같은 프로젝트는 어쩌면 다른 국가 기업들이 얼마든지 구상할 수 있는 것”이라며 “다른 점을 꼽으라면 UAE 정부의 통찰력, 개방형 혁신 의지, 철저한 프로젝트 관리능력, 그리고 무엇보다 위험을 감수하는 용기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출처: 머니투데이(2017년 7월 1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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