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동향

아랍 남녀들이 한복을 입고 추석 송편을 빚은 이유 2020-10-07
한-UAE 문화 교류클럽 TEKA에서 제작한 2020년 추석 축전 /사진=TEKA 인스타그램
▲ 한-UAE 문화 교류클럽 TEKA에서 제작한 2020년 추석 축전 /사진=TEKA 인스타그램
[두바이 파일럿 도전기-178] 올해 추석은 평소 추석과는 매우 달랐다. 코로나19 때문에 고향에 내려가는 것도 꺼리게 되고 많은 사람들이 집에서 시간을 보냈다. 그래도 설날과 더불어 민족의 가장 큰 명절 아닌가. 마음만은 즐거웠던 시간이었던 것 같다.

필자가 거주하는 아랍에미리트(UAE)에서 추석에 맞춰 특별한 행사가 열렸다. 한국-UAE 간 문화교류 클럽인 TEKA와 UAE 한국문화원이 올해 추석을 맞이해 차례상을 차리고 이를 체험할 수 있는 추석 체험 행사를 개최한 것이다.

보통 추석 체험행사와 차이가 있다면 한국인을 위한 자리가 아니라 현지 UAE 주민(Emirati·에미라티)들이 함께 즐길 수 있는 이벤트로 구성됐다는 점이다. 한국 문화에 관심 많은 현지인들에게 이러한 한국의 추석 행사는 또 다른 체험 활동이자 한국을 이해하는 좋은 시간이다.

추석 차례 상에 놓인 음식을 찍고 있는 모습. 상에 아랍 전통과일인 대추야자(Dates)가 보인다.
▲ 추석 차례 상에 놓인 음식을 찍고 있는 모습. 상에 아랍 전통과일인 대추야자(Dates)가 보인다.
에미라티들은 한복을 입은 채 호기심 어린 눈빛으로 동치미, 송편, 잡채, 과일 등 한국 음식을 차례 기준에 맞춰 준비했다. 차례상에는 한국 음식뿐만 아니라 대추야자(Dates) 등 UAE에서 생산되는 음식도 포함됐다.

필자 본인도 정식으로 한복을 입고 추석 연휴 때 차례를 제대로 지낸 것이 꽤 오래전 일인 것 같은데, 필자보다 더 한국 사람 같은 모습에 빙그레 미소가 지어졌다.

UAE에도 한국의 추석과 비슷한 명절이 있을까. TEKA 멤버인 노라 알멘할리(Nora Almenhali) 씨는 "UAE에도 추석과 비슷한 휴일인 '이드(Eid)'라는 것이 있다. 설날·추석이란 큰 명절이 2개 있는 것도 같다. 이는 UAE뿐만 아니라 모든 무슬림들이 축하하는 휴일"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오랜만에 가족들이 모여서 얼굴을 맞대고, 예배를 준비하고, 나이 많은 일가친척 분을 만나 서로 선물을 나누고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 것도 한국이랑 같다"고 덧붙였다.

UAE 현지인들이 빚은 송편의 모습. 정성이 담겨 있어 그 무엇보다 맛있어 보인다.
▲ UAE 현지인들이 빚은 송편의 모습. 정성이 담겨 있어 그 무엇보다 맛있어 보인다.
추석에 송편이 빠질 순 없는 법. 에미라티들은 송편을 직접 빚고 만들면서 한층 더 한국 문화에 흠뻑 빠졌다. 영어로 Ricecake이라고 불리는 '떡'은 그 찐득한 감촉으로 인해 익숙지 않은 외국인들에게는 호불호의 대상이기도 한 게 사실이다.

이들은 어땠을까. 노라 씨는 "송편을 만들 때 데이츠(아랍 대추야자)를 넣는 등 한국 전통 요리에 아랍의 맛을 가미해보는 실험을 해봤다. 결과는 너무나 맛있어서 대만족"이라면서 흡족해했다.

자우하라 알 하다드(Jawhara Al Haddad) 씨는 "한국인들이 추석에 어떻게 조상님들에게 존경을 표하는지 이번 행사를 통해 알게 됐다. 원래부터 한국 문화를 좋아하긴 했지만 굉장히 독특하고 즐거운 시간이었다"고 소감을 전했다.

"우리가 어디에 살든, 어떤 종교를 믿든 우리는 서로를 포용하는 풍부한 문화와 전통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느꼈어요. 그리고 다른 문화에 대해서도 그 차이를 이해하고 존중한다는 것을 이해하게 되는 순간, 편안함과 소속감을 주고 관용과 같은 가치를 강화한다는 것을 느꼈어요."

한복을 곱게 입고 차례상을 차린 뒤 사진을 찍었다.
▲ 한복을 곱게 입고 차례상을 차린 뒤 사진을 찍었다.

보편적 가치로서 휴머니즘, 그리고 말도 겉모습도 다른 우리지만 서로를 이해하려는 노력 안에서 하나가 될 수 있었던 순간이었다. 2020년 한국 추석 연휴는 이미 지나갔지만 여기 UAE에서는 이제 시작이다.

 

 

 

출처 매경프리미엄 (2020.10.7.)

https://www.mk.co.kr/premium/life/view/2020/10/290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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