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동향

꿈엔들 잊으리오, 나의 팔레스타인 2014-09-01



나는 라말라를 보았다
무리드 바르구티 지음, 구정은 옮김

정지용의 ‘꿈엔들 잊힐리야’라는 시구가 우리만의 것은 아니다. 추방된 팔레스타인 사람들도 똑같다. 그들에게도 고향이 있고, 가족과 함께 하고픈 밥상이 있고, 배를 만져주는 할머니의 손길이 있다.

 

1967년 중동전쟁으로 이집트 유학생이던 무리드 바르구티는 귀국할 수가 없었다. 1980년에는 이집트와 이스라엘의 수교로 정착했던 이집트에서도 추방됐다. 이 책은 그가 1996년, 30년 만에 팔레스타인의 고향 라말라를
방문했을 때의 귀향기다.

 

요르단 국경에서부터 이스라엘 검문소를 통과할 때까지 언제 입국 불가 통지를 받을지 모르는 불안감 속에서
가는 길. 내 나라 내 조국을 마음대로 갈 수 없는 심정은 숨죽여 운다. 녹색의 땅이라고 외국 친구들에게 자랑했던 고향은, 이스라엘의 숨통 조이기로 물이 마르고 황막한 곳이 됐다.

 

동포 학자 고 에드워드 사이드는 1997년 추천사에서 “바르구티는 이스라엘이 저지른 짓들에도 불구하고 그들을 욕하거나 장황하게 비난하지 않았다”고 했다. 바르구티가 평소 “인생은 단순화할 수 없다. 지나친 단순화는
시인인 나에게는 적”이라고 말한 것과 닿아 있다. 담담하고 간결한 문체엔 뉴스로는 담을 수 없는 팔레스타인의 내면 세계와 고통이 배어 있다.


출처 : 한겨레뉴스 (2014년 8월 31일)
첨부파일
관련 첨부파일이 없습니다.
이전글,다음글
이전글 [뷰티한국] 한국예술원 박둘선 교수, 주한쿠웨이트대사관 오픈하우스 참가
다음글 히잡 쓴 소녀시대?…중동에 부는 K-POP 열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