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동향

[윤용수의 아랍기행]8. 알렉산드리아 2014-10-16

▲ 지중해 도시로 유명한 이집트 알렉산드리아에서 가장 주목 받는 알렉산드리아 도서관. 도서관 벽면에 전 세계 글자가 다양하게 새겨져 있는데, 그중 한글도 있어 우리나라
관광객들로부터 인기를 얻고 있다. 윤용수 제공
 
이집트는 나일강을 중심으로 형성된 국가다. 인근의 다른 아랍 국가처럼 이집트도 전체 국토의 약 95%가
사막이지만 국토를 남에서 북으로 가로지르고 있는 나일강 주변은 비옥한 농토다. 이 때문에 이집트 전체 인구의 약 99%가 전체 국토의 5%(나일강 주변)에 몰려 사는 기형적인 인구 분포를 보이고 있다. 공중에서 이집트를
내려다보면 나일강을 따라 도시와 촌락이 형성되어 있고 나머지는 사막인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세 대륙을 잇는 문명의 교차로
 
상이집트(이집트 남부지역)에서 하이집트(이집트 북부지역)로 흐르는 나일강의 잦은 범람으로 인해 하이집트의 나일강 주변 지역은 삼각형 형태의 비옥한 농토가 형성되었다. 고대 그리스의 철학자 헤로도토스가 '이집트는
나일강의 선물'이라고 표현한 것은 이집트의 이러한 특이한 지리적 환경을 표현한 것이다. 



유럽-아시아-아프리카 잇는 교차로  
지중해 모든 문명·유적 살아 숨 쉬는 곳  
알렉산드리아 도서관 외벽, 전 세계 문자 한눈에  
7대 불가사의 '파로스 등대'는 지진으로 파괴
 



나일강의 선물이자 비옥한 농토의 꼭지점에 위치한 도시가 '지중해의 진주'라 불리는 알렉산드리아다.
카이로에서 북쪽으로 280㎞ 떨어진 지중해 연안 도시이며 하이집트의 꼭짓점이자 유럽과 아시아, 아프리카를
연결하는 문명의 교차로이다. 이런 이유로 알렉산드리아는 일찍부터 이집트는 물론이고 지중해 전역에서도 가장 풍요로운 도시가 됐다. 


알렉산드리아 거리.
이 도시의 이름은 알려진 것처럼 BC 4세기 마케도니아의 알렉산드로스 대왕이 동방원정을 시작하며 점령한
도시에 자신의 이름을 붙인 데서 유래했다. 이 도시를 점령한 대왕은 건축가 디노크레테스에게 도시 리모델링을 명령한 것이다. 지금도 그때의 도시 기틀이 유지되고 있다.



■세계 7대 불가사의, 파로스 등대 

알렉산드리아는 지중해 역사에서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지중해를 지배한 거의 모든 나라는 예외 없이
알렉산드리아를 점령했다. 동지중해의 중심이자 아시아와 아프리카 대륙의 길목이라는 지리적 이점도
중요했지만, 이보다 더 큰 이유는 알렉산드리아를 기점으로 하는 나일강 삼각주의 비옥한 토지와 여기서 생산된 밀 때문이었다. 예를 들어 로마가 이곳을 점령했을 때에는 로마 전체 밀 소비량의 30%을 알렉산드리아에서
충당했다고 한다. 


교통과 비옥한 토지를 가진 땅에 사람이 모이고, 문화가 발달하는 것은 당연한 이치다. 알렉산드리아에는 세계
7대 불가사의 중 하나라는 파로스 등대가 있었고 고대 세계에서 가장 큰 도서관인 알렉산드리아 도서관도 있다. 


파로스 등대는 알렉산드로스 대왕과 함께 동방원정을 수행한 그의 장군 프톨레마이오스가 건국한
프톨레마이오스 왕조(BC 305~BC 30) 때 건축됐지만, 14세기 발생한 지진으로 파괴되었다. 기록에 의하면 약 50㎞ 거리에서도 이 등대를 볼 수 있었다고 한다. 사실 고대 파라오 시대 때 이미 스핑크스와 피라미드를 건축한 이집트인들이니 등대를 세우는 것은 그렇게 힘든 일이 아니었을지도 모른다.



■알렉산드리아 도서관의 한글 

알렉산드리아 도서관은 프톨레마이오스 왕조의 후원으로 발전했다. BC 3세기 건립된 이후 로마가 이집트를
점령한 BC 30년까지 지중해 지역 지식과 학문의 중심지였다. 강의와 연구를 위해 당시 전 지중해 지역의
학자들이 이곳에 몰렸다. 


주로 파피루스로 보관된 이 도서관의 장서 수(약 50만 권 추정)는 현재 파악할 수 없지만, 당시 지중해의 특정
국가가 보관한 전체 장서보다 훨씬 더 많았다고 전한다. 역사적인 부침에 따라 파괴와 재건이 반복되던
알렉산드리아 도서관은 2002년 유네스코의 지원을 받아 옛 도서관 자리에 최첨단 시설을 갖춘 현대식
도서관으로 다시 태어났다. 


이 도서관은 일반적인 도서관 기능뿐 아니라, 고대와 중세의 유물을 보관하고 있는 박물관과 희귀 필사본을
소장하고 있는 고문헌 자료실이 있고 고대 알렉산드리아의 모습을 복원한 지중해연구소도 있다.


이 도서관은 전 세계 문자를 새긴 외벽으로 유명하다. 한글이 있나 찾아 보았더니 외벽의 한쪽에 당당히 자리
잡고 있다. 낮선 도시의 상징 건물에 새겨진 한글을 보니 감회가 새롭다. 


알렉산드리아는 14.4㎞에 달하는 해변도로를 따라 도시가 형성되어 있다. 현재의 이집트는 이슬람 국가이나,
과거에는 그리스, 헬레니즘, 로마, 비잔틴, 오스만 터키의 지배를 겪어 지중해의 거의 모든 문명 흔적과 유적을
발견할 수 있다. 이른바 '지중해의 박물관'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특히 알렉산드리아는 유럽과 이집트를
연결하는 관문으로 고대 지중해의 가장 발달한 도시로서의 명성이 도시 구석구석에서 배어 나오고 있었다. 


문타자 궁전.
원형 그대로 보존된 로마원형극장, 그리스 기둥과 파라오의 스핑크스가 나란히 서 있는 폼페이의 기둥, 파로스
등대의 전설을 간직한 채 지중해를 한눈에 내려다볼 수 있는 카이트 베이, 로마의 안토니우스와 클레오파트라의 로맨스를 담은 문타자 궁전은 지금은 이집트 대통령의 여름 집무실로 사용되기도 한다. 



■해변가의 비둘리 요리 '별미' 

여행에 먹거리가 빠질 수 없다. 솔직히 말하면 이집트 음식에 그다지 매력을 느끼지는 않지만, 알렉산드리아의
생선 요리는 추천할 만하다. 해변가에 유명 레스토랑들이 영업 중이고 대부분의 레스토랑이 생선 요리를
제공하고 있다. 그중 생선, 오징어와 새우를 튀긴 튀김 요리는 압권이다. 한국에서 먹는 오징어 튀김이나 새우
튀김보다 양과 맛, 가격에서 압도적이다. 


알렉산드리아를 포함한 이집트에는 특이한 요리가 있다. 비둘기 요리다. 한국에서 비둘기는 평화의 상징으로
간주되어 식용으로 사용할 생각을 하지 않지만 이집트에서는 가장 사랑 받는 요리 중 하나다. 필자와 동행한
이집트 친구는 비둘기가 정력에 좋다고 알려져 결혼식 날 신랑이 먹는 요리이기도 하다고 귀띔했다. 수요가
있으면 공급이 따르기 마련이다. 이집트에서는 건물 옥상에서 비둘기를 대량 사육하는 장면을 쉽게 목격할 수
있다. 닭을 키우는 것과 다르지 않다.


흥미로운 것은 이뿐이 아니다. 여행 도중 비가 내렸다. 하지만 거의 모든 사람들이 비를 피하지 않았다.
알렉산드리아에서 비는 연중 행사나 다름없었던 것이다. 아주 잠시 내린 비인데도 도로에 물이 고였다. 하수도
시설이 잘 조성되지 않은 것이다. 


히잡에 간편한 복장의 알렉산드리아 여인들.
지금의 이집트는 정치·경제적 어려움을 겪고 있다. 하지만 알렉산드리아에서는 이집트의 과거 영광과 다양한
문명이 공존하는 장면을 쉽게 목격할 수 있다. 알렉산드리아 도서관의 지중해연구소가 추진하고 있는
알렉산드리아 복원 사업이 도시 외관의 복원뿐 아니라 화려했던 이 도시의 영광도 함께 복원했으면 하는 바람이 크다.


출처 : 부산일보 (2014년 10월 16일)
첨부파일
관련 첨부파일이 없습니다.
이전글,다음글
이전글 할랄푸드란, 무슬림이 먹고 쓸 수 있는 제품…알고보니 홍삼도?
다음글 이집트관광청, 블로그·페이스북 오픈하고 소통 강화 나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