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동향

페르시아 왕자, 신라 공주와 사랑에 빠졌다 2014-12-04

"여기서 손병호 선생이 책을 들고 등장합니다, 그다음!"

몸으로 돌풍을 표현하듯, 땀방울을 뚝뚝 흘리며 뛰고 구르고 팔을 휘젓던 무용수들의 동작이 일순 느려졌다.
서기 7세기 페르시아의 처절한 전쟁터가 돌연 낙원처럼 묘사된 '바실라(Bashilla) 왕국'의 아름다운 궁전으로
바뀐 것. 그런데 국악 반주에 우리 궁중무용풍의 춤이다. '바실라 왕국'이란 다름 아닌 신라(新羅)였다.


	이희수(가운데 앉은 사람) 한양대 교수와 최지연(그 오른쪽) 창무회 예술감독이 ‘그 사람 쿠쉬’의 연습을 지켜보고 있다
 
이희수(가운데 앉은 사람) 한양대 교수와 최지연(그 오른쪽) 창무회 예술감독이 ‘그 사람 쿠쉬’의 연습을 지켜보고 있다. /남강호 기자
 

지난달 27일 밤 10시, 서울 창전동 포스트극장에선 최지연무브먼트의 무용서사극 '그 사람 쿠쉬'의 연습이
한창이었다. 폭군의 압제를 피해 망명한 페르시아의 아비틴 왕자는 신라에 정착해 그곳의 프라랑 공주와
사랑하는 사이가 되고, 그들의 아들 페리둔은 훗날 페르시아의 영웅이 된다는 것이 극의 줄거리다.


근거가 있는 이야기다. 이희수 한양대 교수(문화인류학)가 2010년 이란에서 찾아낸 11세기 서사시
'쿠쉬나메'〈본지 2010년 12월 6일 A20면 보도〉가 그 원전이다. 이 교수는 "가공이 섞인 문학이지만, 당시
실크로드를 통해 이어졌던 신라와 중동 지역의 교류를 드러내는 자료"라고 말했다.


이 이야기가 첫 문화 콘텐츠로 만들어진 것이 무용극 '그 사람 쿠쉬'다. 안무를 맡은 최지연 창무회 예술감독은
신라 여왕 역으로, 최 감독의 남편인 배우 손병호씨는 이희수 교수 역으로 출연한다. 그들의 딸인 손지아(6)도
어린 페리둔 역을 맡아 무대에 선다. 전홍기 무대감독은 "사실은 제작비 절감 목적도 있다"며 웃었다.


극은 전투 장면을 묘사한 군무(群舞)에 이어 이희수 교수가 이란에서 천신만고 끝에 '쿠쉬나메'의 사본을
입수하는 장면으로 이어진다. 마지막 장면에선 실제 이희수 교수가 직접 무대에 등장해 "세계와 교류한 신라의 흔적을 계속 발굴해 나갈 것"이라고 말한다. 최지연 감독은 "전쟁·신라·죽음을 표현하는 안무와 결혼식 장면 같은 연극적 요소를 통해 관객이 '쿠쉬나메'의 내용을 이해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고 말했다.




출처 : 조선닷컴 (2014년 12월 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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