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동향

"K팝·韓 드라마,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대화의 다리 놓았다" 2014-12-05
"동방신기 사인 받아준다고요? 와, 대박! 감사해요."

스무 살 쌍둥이 자매 마이사와 가이다가 또렷한 한국어로 소리를 질렀다. 지난달 26일 주(駐)팔레스타인
한국대표부가 자리 잡은 요르단강 서안 도시 라말라. 성지(聖地) 예루살렘에서 차로 30분 거리인 이곳은
팔레스타인 자치정부가 자리한 팔레스타인 땅이다. 작년 세계한류학회(회장 박길성 고려대교수)가 주최한 한류 에세이대회에서 대상을 받은 마이사는 아버지, 언니, 이모부와 함께 이곳을 찾은 박길성 회장 일행을 만나려고
아침 일찍부터 서둘렀다. 이곳서 차로 북쪽으로 1시간 반 거리인 작은 마을 아크라바에서 살기 때문이다.


◇인터넷에서 배워 불고기, 김치 만들어

마이사 자매가 한류를 접한 건 사촌 권유로 2007년 귄상우가 나온 드라마 '슬픈 연가'를 본 게 시작이었다. 곧
동방신기, 샤이니, 소녀시대. ss501 등 K팝에 빠져들었다. 마이사는 "학교에서 아침 운동할 때 동방신기의 'Hi ya ya 여름날'을 틀었는데, 학교 전체가 동방신기 안무로 들썩거렸다"고 자랑스레 말했다. 마이사는 "카카오톡으로 한국 친구들과 연락을 주고받는다"고 했다. 마이사의 세 살 위 언니는 "인터넷에서 한국 음식 요리법을 배워
불고기도 만들어 먹었다. 김치도 담그고, 김밥도 만들어 봤는데 맛이 없다"며 아쉬워했다.



	작년 한류 에세이대회에서 대상을 받은 팔레스타인 쌍둥이 자매 마이사·가이다가 한복을 입고 맵시를 잔뜩 부린 사진을 카카오톡으로 보내왔다. 오른쪽은 지난달 25일 예루살렘 히브리대에서 한류를 주요 주제로 다룬 ‘문화외교와 소프트파워’ 워크숍. K팝과 드라마는 서로 적대적인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젊은이들을 화해로 이끄는 역할로 주목받고 있다
 
작년 한류 에세이대회에서 대상을 받은 팔레스타인 쌍둥이 자매 마이사·
가이다가 한복을 입고 맵시를 잔뜩 부린 사진을 카카오톡으로 보내왔다. 오른쪽은 지난달 25일 예루살렘 히브리대에서 한류를 주요 주제로 다룬 ‘문화외교와
소프트파워’ 워크숍. K팝과 드라마는 서로 적대적인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젊은이들을 화해로 이끄는 역할로 주목받고 있다. /김기철 기자
 
올해 에세이 대회서 1등을 차지한 스물두 살 히암도 마이사 가족과 함께 왔다. 영어 교사인 그는 한국 드라마를 보다 펑펑 운 적도 많다고 했다. "한국 드라마는 따뜻하고 인간적이에요. 팔레스타인의 암울한 현실 때문에 잊고 있던 인간적 감정이 드라마를 통해 솟구칠 때가 많아요." 히암은 "한국이 20세기 전반 일본 지배를 받으며
우리처럼 고통을 겪은 걸 안다. 이런 공감대가 한류를 친근하게 만드는 것 같다"고 했다.


◇이스라엘 뒤덮은 한류 바람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적대적인 두 진영에 한류가 들불처럼 번지고 있다. 이스라엘 국립 히브리대 니심
오트마즈긴(Otmazgin) 교수는 조직화된 한류 팬을 이스라엘에만 5000명, 팔레스타인에 3000명쯤으로
추산한다. "한류는 공감대가 전혀 없는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젊은이들이 K팝과 드라마를 보면서 서로 대화를 나눌 수 있는 기반을 제공하고 있어요." 오트마즈긴 교수는 히브리대 한국어 강좌를 들은 팔레스타인 학생이
이스라엘 학생과 한류를 공통분모 삼아 대화하는 사례를 들었다. BBC 온라인 뉴스도 작년 7월 "중동: K팝이
평화를 위한 희망을 부른다"는 제목의 기사를 실었다.


지난달 25일 예루살렘 시내 히브리대에서 해리 트루먼 평화연구소와 고려대 한류융복합연구소, 히브리대 공동 주최와 한국국제교류재단 후원으로 열린 '문화외교와 소프트 파워' 워크숍에서도 한류는 주요 화제였다.
히브리대를 비롯한 이스라엘 연구자들은 한류의 성공사례를 문화외교의 자원으로 주목했다. 텔아비브대 파블로 우틴 박사는 "'늑대들' '레이비스'를 만든 영화감독 나봇 파부샤도는 스스로 박찬욱 감독의 영향을 받았다고
밝히고 있다"며 이스라엘 영화에 대한 한국의 영향을 지적했다.


니심 오트마즈긴 교수는 "이제 해외 연구자들이 한류를 주목하지 않으면 한국학의 활력을 유지하기 어려울 만큼, 한류의 중요성이 커졌다"고 했다.

박길성 세계한류학회 회장은 "한국의 산업화와 민주화 모델이 세계에 매력적인 자원으로 비치던 시기는 지났다. 이젠 세계인이 공감할 만한 문화적 매력으로 한류를 앞세워야 한다"고 했다.


출처 : 조선닷컴 (2014년 12월 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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