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동향

[世智園] 낙타요리 2015-03-13
아랍권에서 손님 환대는 무슬림의 위신, 명예와 관련된 기본 의무다. 사막에서는 누구나 길을 잃고 목숨이
위태로워질 수 있기 때문에 길 잃은 자에게 환대를 베풀어 미래의 재앙에 대비하고자 하는 지혜의 산물이다.
환대의 규율에 따라 주인은 도망자, 살인자라 할지라도 내쫓지 못한다.


아랍인들은 요즘도 집이나 가게 앞에 물이 가득 든 항아리와 컵을 놓아두어 목마른 자들로 하여금 마시게 한다. 무슬림 들이 가난한 사람들에게 흔쾌히 현금을 베푸는 `사다카(sadaqah)`도 환대의 전통에 뿌리를 두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이 중동 4개국 순방길에 아랍권 최고 환대인 `낙타 요리`를 두 번이나 대접받았다고 해서 화제다. 아랍권에서 낙타는 곧 생존을 의미한다. 낙타는 400㎏ 이상을 싣고 물 한 모금 안 마시고 400㎞를 이동한다.
돼지고기를 금지한 쿠란에서도 낙타 고기는 허용했다. 사막에서 조난당할 경우 낙타 외에는 먹을 게 없기
때문이다. 정작 아랍에서도 낙타 고기를 먹어 본 사람은 흔치 않다고 한다. 죽여서 먹는 것보다 살아 있을 때 효용 가치가 훨씬 커서다.


낙타는 양질의 고기와 풍부한 젖(낙유)을 공급한다. 낙타 한 마리를 잡으면 200㎏ 이상의 고기가 나오는데
훈제와 염제, 육포 등 다양한 방법으로 조리하고 보관한다. 낙타젖은 `라반(액체 요구르트)` 및 수백 종류의
치즈로 재탄생한다.


과거 유목민들은 낙타젖을 발효시켜 만든 낙타젖술로 애환을 달래기도 했다.
 
 
   
낙타 가죽은 텐트나 신발, 털은
카펫이나 깔개가 된다. 뼈판은 기록용 캔버스, 낙타
배설물은 연료로 사용되며 낙타 오줌은 샴푸 대용이다. 낙타 오줌으로 머리를 감는 횟수는 곧 사막 여성의 사회적 지위와 부유함의 척도다.


아랍 결혼식에서 가장 진귀한 요리는 `낙타 통구이`다.
달걀을 삶아서 닭의 배 속을 채우고 그 닭으로 양의 배 속을 채운 뒤 다시 그 양으로 낙타의 배 속을 채워 이틀 동안 푹 찌는 요리다. 귀한 낙타를 통째로 조리하는 데다 조리법도 까다로워 가격이 엄청 비싸다. 암컷 낙타만 해도 마리당
최소 2만~3만달러를 호가한다. 낙타 요리가 `전 재산을
털어 환대한다`는 의미를 갖는 이유다. 낙타 고기는
지방질이 꽤 많으며 소고기 비슷하다고 한다.


사막 이동 수단이 다양해지면서 낙타에 대한 예우가 전 같지 않다.

최근 요르단이나 카타르에서는 낙타를 부위별로 나눠 파는 낙타 정육점이나 낙타 목을 대롱대롱 걸어놓은 재래시장 풍경이 흔하다. 터키에선 소시지로 만들어 판매하기도 한다니 그 맛이 정 궁금하다면 한 번쯤 여행길에 시도해 볼 일이다.




출처 : 매일경제 (2015년 3월 1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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