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동향

[글로벌 경제현장] 라마단, 뷰티 시장을 키우다 2015-06-29


- 禁食 기간, 내 피부를 지켜라
  물 못 마셔 푸석해진 피부 위해 수분공급 제품 사는 사람 늘어
  마스크팩, 20~30代 남성에 인기


- 후발주자로 뛰어든 'K-뷰티'
  안 한 듯 투명한 한국식 화장법, 인도네시아 여성 사이에서 인기
  아모레퍼시픽·더페이스샵 등 유니레버·로레알 아성에 도전

 


대(大)바겐세일이라는 것은 한눈에 알 수 있었다. 쇼핑몰 입구부터 'DISKON(할인)'이라는 문구가 큼지막하게
걸렸다. 곳곳에 설치된 마네킹 양쪽 팔뚝에는 종이 가방이 서너 개씩 들려 있었다. '세일'을 광고하는 것이었다. 명품으로 치장한 30~40대 여성이 대부분으로, 화장품 코너가 특히 복잡했다. 지난 25일 오후, 인도네시아 굴지의 쇼핑몰 '그랜드 인도네시아'의 풍경이다. 이날은 라마단(Ramadan·금식월) 8일차였다.



◇라마단은 둘도 없는 백화점 '대목'



금식기(禁食期)인 라마단은 역설적으로 백화점 대목이다. 라마단이 끝나면 인도네시아 최대 명절인 르바란(Lebaran)으로 곧장 이어지기 때문이다. 이 기간에는 우리나라 명절처럼 귀성 전쟁이 벌어진다. 시골집에 돌아가기 전에 선물을 사는 풍습도 같다. 또 여성들은 부모님을 뵙기 전에 꽃 단장을 한다. 이를 위해 인도네시아 노동법은 라마단에 접어든 달에는 월급만큼의 보너스를 지급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영국 일간지 파이낸셜 타임스(FT)는 "라마단이 끝나면 메이크업, 미백 제품, 담배나 콘돔 판매가 증가한다"며 "금식이 끝났기 때문에 즐거운 시간을 보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이라고 보도했다.



올해 라마단은 다음 달 18일까지다. 무슬림(이슬람 신자)들은 이 기간에 해가 뜬 시간에는 물이나 음식을 입에
대지 않는다. 그런데 라마단 기간 중 화장(化粧)을 금하는 규정은 없다. 먹지 않아도, 화장은 멈추지 않는 것이다. 오히려 선물용, 피부 보호용으로 라마단 기간 화장품 판매가 평소의 1.5배 이상 증가한다. 그랜드 인도네시아
라네즈 매장에서 일하는 아니타(42)씨는 "라마단 기간에는 못 먹어 푸석푸석해지는 피부를 보호하기 위해 '모이스처라이저(수분 공급)' 제품이 특히 잘나간다"면서 "수분 마스크팩이 인기인데, 20~30대 젊은 남성들이 이
제품을 집중적으로 사간다"고 말했다.



◇美에 눈을 뜬 29.2세 젊은 인도네시아, 중국 2배 화장품 시장 성장률



2013년 인도네시아 화장품 시장성장률은 16.98%로, 중국(8.77%)의 배에 가깝다. 세계 넷째 인구 대국인
인도네시아는 인구의 61%가 35세 미만 젊은 층이다. 인구 평균나이로 따져도 한국이 40.2세, 중국 36.7세인 데 비해 인도네시아는 29.2세다. 국민소득이 늘어나면서 남성화장품 시장도 매년 10% 이상씩 꾸준히 성장하고 있다. 인도네시아 미용 업계 관계자는 "'젊은 인도네시아'가 미(美)에 관심을 갖는 것은 당연한 수순"이라고 분석했다.





세계 최대 이슬람 국가인 인도네시아는 국민의 87%가 무슬림이라서, 잘 팔리는 화장품 종류에도 이 같은 문화적인 특성이 반영된다. 이 나라에서는 클렌징 제품이 꾸준히 잘 팔린다. 하루 다섯 번씩 이뤄지는 기도에 앞서
'목욕 재계'를 하기 때문이다. 최근 이슈는 '할랄(Halal)'이다. 할랄은 이슬람 율법에 따라 무슬림이 먹고 쓸 수
있는 제품이다. 피부에 바르는 화장품에는 알코올이나 돼지 성분이 들어가서는 안 된다. FMI리서치에 따르면
올해부터 2020년까지 할랄 화장품 시장은 9.9% 증가할 것으로 관측된다. 57.6%의 인도네시아 무슬림은 "할랄 승인이 된 화장품을 선택하겠다"고 응답했다. 실제 할랄 인증을 받은 현지업체 '와다(wardah)'가 선전하고 있다.



할랄 화장품의 인기가 늘어나는 이유에 대해 ESOMAR(유럽마케팅여론조사협회)는 "인도네시아 여성들은 서구권 여성처럼 되고 싶어 하면서도, 동시에 자신의 뿌리에서 멀어질 것을 걱정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글로벌 화장품 업체들이 시장 선점, 한국은 후발주자



현재 인도네시아 화장품 시장은 세계 굴지의 화장품 업체들이 석권하고 있다. 시장 1~3위 업체는 유니레버, 프록터 앤드 갬블, 로레알 순이다. 한국 화장품 업체들도 자카르타를 중심으로 매장을 늘리고 있다. 2004년 11월부터 현지에 진출한 더페이스샵은 현재 인도네시아 전역에 63개 매장을 열었다.


 

중국 시장에서 성공을 거둔 아모레 퍼시픽도 최근 인도네시아 현지에 설화수·라네즈·에뛰드 등의 브랜드를 내놨다. 이만희 아모레퍼시픽 인도네시아 법인장은 "고급 브랜드 설화수는 고객 한 분이 한 번에 구매해가는 평균
단가가 이 나라 대졸 초임 수준인 476만 루피아(약 40만원)에 이른다"며 "TV 광고를 하지 않지만, 명사들의
소문을 타고 작년 같은 기간보다 103%의 매출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에는 선남선녀가 많다'는 인식을 활용한 한류(韓流) 마케팅도 활발하다. 현지에서는 한 듯 안 한 듯 투명한 한국식 화장법이 '케이뷰티(K-beauty)'라 불린다. 이 법인장은 "케이뷰티에 대한 관심이 높아짐에 따라 프리미엄 백화점 위주로 메이크업 시연(試演) 행사를 열고 있다"고 말했다.



더페이스샵은 광고 모델을 김현중(가수·탤런트), 수지(가수·탤런트), 이재이(모델)로 순차적으로 교체했다. 다음 달부터 새로 대세로 떠오른 김수현(탤런트)을 전면에 내세운다. 더페이스샵 관계자는 "젊은 여성들을 중심으로 한류 스타처럼 하얗고, 투명한 피부를 갖고 싶어 하는 소비자가 늘고 있다"며 "미백 제품인 '화이트 트리'는 월평균 2000만원대 매출을 꾸준히 기록하고 있다"고 말했다.


출처 : 조선일보 (2015년 6월 2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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