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동향

"매일 3시간 연습" 케이팝 경연대회 우승한 이집트 남매 2015-07-31




단발 머리를 빨간색으로 염색하고 핑크색 옷을 입은 누나. 청재킷에 한쪽 손에만 낀 검은 장갑으로 독특한 멋을 낸 남동생의 모습은 처음부터 예사롭지 않았다.

 

30일 오후 이집트 수도 카이로 기자주에 있는 예술종합학교 사이드 다르위시 대극장.

 

'2015 케이팝 이집트 경연대회'에 출전한 아난 사크르(21.여)와 그의 남동생인 알라 무사(17)는 전체 19개 참가팀 중에서 단연 주목을 받았다.

 

한국 댄스그룹 방탄소년단(BTS)의 '호르몬 전쟁'과 걸그룹 소나무의 '데자뷔' 음악에 맞춘 남매의 현란한 춤은 다른 팀과 확연히 달라 보였기 때문이다.

 

의상과 헤어스타일도 참가팀 중 가장 튀는 데다 절도가 있었고 그들의 춤 동작 하나하나는 공연장 1,2층을 가득 메운 관중 1천여명을 열광케 했다.

 

두 곡에 맞춰 완벽한 호흡을 자랑한 남매는 화려한 무대 매너까지 선보여 10여분 간 관중의 환호를 끊임 없이 이끌어냈다.

 

남매팀은 결국 전체 19개 팀 중에서 심사단으로부터 최고점을 받아 대상을 차지했다.

 

이집트 제2의 도시 알렉산드리아 대학에서 관광학을 전공하는 사크르는 "이 대회를 앞두고 하루에 3시간 이상씩 매일 연습을 했는데 이렇게 대상을 받게 돼 매우 기쁘다"고 소감을 밝혔다.

 

그의 케이팝 경연대회 출전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13년부터 매년 케이팝 경연대회에 홀로 출전했지만, 입상조차 하지 못했다.

 



알렉산드리아는 물론 카이로에서 케이팝 춤을 배우거나 연습할 곳도, 댄스를 가르쳐 줄 만한 사람도 없어 유튜브 동영상만이 자신의 유일한 스승이었다.

 

다행히 케이팝과 춤을 좋아하는 고교 3학년인 동생이 합류하고 부모가 "할 수 있다"라는 자신감을 주면서 힘을 얻었다.

 

비록 자신의 집 거실과 자신의 방이 연습장이었지만 올해는 연습 시간을 더 늘려 전체 90개팀 중에서 19개팀만을 선정하는 예선전을 무난하게 통과한 뒤 본선에선 최고의 상까지 거머쥐었다.

 

사크르는 "케이팝은 아랍권이나 미국, 유럽 음악보다 더욱 힘이 넘치고 종류도 훨씬 다양해 더 좋다"며 "정말 즐기면서 했는데 이렇게 큰 상까지 타게 돼 보람을 느낀다"고 환하게 웃으며 말했다.

 

그는 이어 "앞으로 이집트인들을 더 즐겁게 할 수 있는 케이팝 스타가 되는 게 개인적인 꿈"이라고 강조했다.

 

사크르의 동생 무사도 "오늘 무대에 서는 순간 잘할 수 있다는 확신이 들었고 관중의 열기가 더해지면서 자신감도 얻었다"며 "누나와 함께 이집트의 케이팝 스타가 되도록 노력하겠다"고 했다.

 

이번 대회를 주최한 한국문화원의 박재양 원장은 "남매의 공연은 다른 출연자들을 압도할 정도의 실력이었다"고 평가하면서 "이집트 내 케이팝의 인기를 다시 한번 실감한 만큼 내년엔 더 큰 행사로 진행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대회 공연장은 1천석이 만석으로, 주최측은 안전상 선착순으로 자리를 배분했는데 공연장으로 들어가지 못한 이집트인 100여명은 안타까운 표정을 지으며 바깥으로 흘러나오는 음악 소리만을 들어야 했다.

 


출처: 연합뉴스 (2015/7/31 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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