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동향

[34개국 네트워크 ‘월드 리포트’] 모로코, 라마단은 배고프고 힘든 기간? 음식 소비 오히려 60% 늘어 2015-08-04
라마단 기간 낮 시간 동안의 금식이 끝나고 밤이 되면 식구, 이웃들과 함께 모여 음식을 나눈다. <출처: stickyphotos.org>


‘라마단’은 아랍어로 ‘타는 듯한 더위와 건조함’을 뜻하는데 이슬람력의 아홉 번째 달로서, 30일 동안 일출에서
일몰까지 음식·흡연·성행위 등이 일절 금지된다. 이는 이슬람 의무 중 하나인 금식을 수행하는 것으로, 어린이와 노약자 등을 제외한 모든 무슬림은 반드시 지켜야 한다. 심지어 독실한 무슬림의 경우에는 자신의 침까지도
삼키지 않고 내뱉는다. 전 세계 16억명의 무슬림이 동일한 기간 자신의 종교적 정체성을 지키며 금욕과 인내를 시험하는 시기인 라마단은 올해 6월18일에 시작해 한 달 동안 계속됐다.



라마단 기간에는 해가 떠있는 동안 모든 식당과 카페가 영업을 하지 않는 것은 물론, 공공 장소에서 음식을 먹는 것도 일절 금지된다. 밤에 먹고 낮에는 활동이 줄어드는 관계로 관공서를 포함한 많은 기업체들의 근무시간이
변경되고 줄어든다. 보통 오전 11시쯤 일과를 시작해서 점심식사 시간 없이 일한 후, 오후 3~4시쯤이면 업무를 종료한다.


라마단 기간 금식으로 인해 식음료를 포함한 모든 소비가 줄어들 것으로 생각한다면 큰 오산이다. 실제로 이 기간 모로코 현지인들의 음식 소비는 크게 증가하는데, 특히 라마단 초기 소비량은 평상시 두 배가량 증가한다. 지난해 모로코 정부 통계에 의하면, 일반 가정의 85%가 라마단 기간의 음식 소비를 위해 평소보다 60% 이상 지출
규모를 늘린다고 한다.


 
박한별(경북PRIDE상품 모로코 시장조사원·InTouch Solutions 근무)



일출서 일몰까지 금식·금연·금욕
해지면 먹고 즐기는 축제로 전환
가전제품·의류 등 최대 소비시즌


전반적으로 보았을 때 라마단은 식음료뿐만 아니라
다양한 품목에 대한 연중 소비가 가장 활발한 시기라고 할 수 있다. 다른 기간에 비해 집에서 보내는 시간이 증가
하기 때문에 영상 관련 가전제품의 수요가 특히 늘어난다. 라마단 시작 한 달 전부터 TV와 냉장고 등 생활 가전제품의 판매가 평균 20% 이상 증가한다. 특히 최근 3~4년 전부터는 라마단이 여름과 겹치면서 에어컨과 냉장고의 판매량이 30% 급증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또 라마단 직후 명절 중에 선물교환 관습에 따라 의류와 완구류의
매출도 크게 늘어난다. 라마단 기간 대부분의 상점과 식당·카페는 밤늦게까지 영업하는 것이 일반적인데, 밤새 계속되는 이런 축제 분위기가 소비자들의 지갑을 여는 데 큰 역할을 하고 있다.


라마단 기간을 잘 활용한다면 모로코를 포함한
북아프리카 지역에서 이 기간을 사업 확장의 기회로 삼을 수 있다. 물론 낮 시간 동안의 금식으로 인해 비즈니스와 관련된 현지인 및 공무원들을 만나 상담하거나 도움을
받기는 어려울 수도 있다.



그러나 필자의 경험에 의하면, 라마단은 현지인과의 비즈니스 관계를 위한 최적의 기회다. 해가 진 후 처음 식사하는 ‘이프타르’시간이 되면, 많은 현지인들이 금식으로 지친 피로를 풀며 마음의 여유를 가지게 되어 활기를
되찾기 마련이다. 이때가 바로 그들과 함께 음식을 나누며 친분을 만들어 가고 사업에 대해 협의하기에 좋은 기회인 셈이다.



실제로 현지 기업인들은 이프타르를 비즈니스에 많이 활용하고 있는데, 외국인 투자자와 사업가들도 이런
문화적·종교적 특수성을 이용한다면 현지인들의 마음을 사로잡으며 큰 사업 성과를 만들어 갈 수 있을 것이다.
라마단 직후의 ‘이드 스기르’ 명절 때 현지인의 초청을 받는다면 명절 선물을 간단히 준비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이렇듯, 라마단 심리와 소비 트렌드를 파악한다면 이전에 보이지 않던 새로운 비즈니스 영역으로의 개척이
가능하다고 믿는다.


출처 : 영남일보 (2015년 07월 3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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