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동향

"신비로운 고대 이집트 문명 전할 수 있어 기뻐요" 2015-11-18
#1980년. 아홉 살 소녀가 아버지 서재에서 역사책 한 권을 발견했다. 아이의 눈길을 사로잡은 것은 필레 신전
(이집트 필레 섬에 세워진 이시스 여신을 위한 신전). 아이는 아버지에게 신전에 새겨진 글자를 읽어 달라고
졸랐다. 이집트 상형 문자를 읽을 수 없던 아버지는 "고대 이집트 사람이 쓰던 글자"라고만 설명했다.



#2015년. 국내 최초로 이집트 상형 문자 원본을 한국어로 해독한 전래 동화가 나온다. 영국 리버풀대학교에서 이집트학을 전공하고, 현재 런던 대영박물관에서 일하는 강주현(45) 씨가 쓴 어린이 책이다. 상형 문자가 무엇
인지도 몰랐던 아홉 살 소녀는 35년이 흐른 지금, 상형 문자를 읽고ㆍ쓰고ㆍ말하는 전문가가 됐다.



지난 16일 만난 강 씨는, '이집트의 신비로운 섬' 출간을 일주일 앞두고 들뜬 모습이었다. 강 씨는 "이집트는 4대 문명 발생지 중 한 곳이지만 국내에 알려진 게 별로 없다."며, "신비로운 이집트 문화와 상형 문자를 소개해
기쁘다."고 말했다.



이집트판 '신밧드의 모험'으로 불리는 이 책은 주인공이 이름 모를 섬에서 겪은 모험담을 그렸다. 전래 동화 곳곳에는 이집트 생활 양식이 드러난다. 예를 들어 주인공인 선원은 어떻게든 살아서 고향에 돌아가려고 노력하는데, 그 이유가 다름 아닌 고대 이집트의 가치관 때문이다. 당시 이집트 사람은 다른 나라에서 죽는 것을 가장 큰 형벌이라 여겼다고 한다. 전통 이집트 예술 양식에 따라 지은이가 직접 그린 삽화도 이색적인 볼거리다.


무엇보다 한글과 함께 수록된 상형 문자에 눈이 간다. 사람ㆍ동물을 본떠 만든 상형 문자는 700개가 넘는 자음과 모음으로 이루어져 있다. 과학적인 언어로 통하는 한글의 자모가 24개인 것과 비교해도 월등히 많다. 강 씨는
"자음과 모음이 많다는 건 그만큼 표현이 풍부했단 뜻"이라며, "이를 통해 고대 이집트인이 얼마나 높은 문명
수준을 자랑했는지 알 수 있다."고 말했다.



강 씨는 영국에서 유학하며 상형 문자를 배웠다. 국내에 이집트학과가 개설된 대학이 한 군데도 없어서다. 어릴 때부터 이집트를 좋아했지만, 정보를 얻을 곳은 거의 없었던 그는 이런 척박한 환경을 바꾸고 싶은 마음이 크다. 이집트 전래 동화 출판이 그 첫걸음이다. 그는 전래 동화 시리즈를 7권까지 낼 계획이다. 마지막으로 강 씨는
"언젠가 국내에 상형 문자를 배우려는 사람이 많아지면 직접 가르치고 싶다."는 포부를 드러냈다.





출처 : 소년한국일보 (2015년 11월 17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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