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동향

[월드 톡톡] '라마단'이라면 禁食만 떠올리셨죠? 먹고 마시고, 화려한 밤 축제랍니다 2016-06-22

식품 20%·전자제품 30% 등 한 달간 소비량 크게 늘어나
무슬림 지갑 여는 열쇠인 셈



20일(현지 시각) 오후 8시 요르단 수도 암만의 상점가. 해가 지자 낮에 썰렁했던 거리가 사람들로 북적이기 시작했다. 상점들은 화려한 조명을 밝히고 손님을 맞았다. 식당들도 닫았던 문을 열고 하얀 연기를 피우며 양고기 케밥(중동권 꼬치구이)을 굽느라 정신이 없었다. 3차선 도로는 차량으로 뒤엉켰다.

 



20일 낮에는 문을 닫았던 요르단 암만 도심의 상점들이 해가 지고 어두워지자 화려하게 불을 밝히고 손님맞이를 하고 있다.
20일 낮에는 문을 닫았던 요르단 암만 도심의 상점들이 해가 지고 어두워지자 화려하게 불을 밝히고 손님맞이를 하고 있다. 무슬림은 라마단 때 낮에는 금식(禁食)하지만 해가 지면 평소보다 더 푸짐하게 음식을 먹고 가족과 친구에게 선물하기도 한다. /노석조 특파원


지난 6일부터 전 세계 이슬람 신자(무슬림)들은 해가 떠 있는 동안 금식(禁食)을 하는 라마단에 들어갔다. 라마단은 이슬람 창시자 무함마드가 알라로부터 코란의 계시를 받은 날을 기려 한 달 동안 새벽부터 해가 질 때까지 먹지도 마시지도 않는 기간을 말한다. 얼핏 경건하고 엄숙할 것 같지만, 해가 지면 무슬림들은 금식을 중단하고 축제 분위기에 들어간다. 스포츠 의류 판매장 직원인 아부 유세프는 "라마단이 진행되는 한 달 동안 16억 무슬림의 낮밤 생활이 완전히 바뀐다고 보면 된다"고 했다.



 



라마단은 무슬림 소비자의 지갑을 여는 열쇠이기도 하다. 무슬림들은 해가 진 뒤 밤을 새우며 더 풍성한 식사를 즐기고 가족·친구끼리 선물을 교환하기 때문에 관련 품목 특수(特需)가 생긴다. 무슬림 5대 의무 중 하나인 '자카트(기부)'도 많이 이루어진다. 재력가들은 가난한 사람들에게 금식 후 먹는 첫 식사인 '이프타르'를 성대하게 베풀기도 한다. 서양의 추수감사절이나 크리스마스 시즌 같은 상황이 벌어지는 것이다.

 





라마단 특수 업종의 소비 증가율 

           
하버드 비즈니스 리뷰(HBR)는 "이슬람권에서는 라마단 때 TV 광고 단가가 오르고 전화·인터넷 사용량도 급증한다"며 "백화점도 대대적 상품 홍보와 사은품 행사를 진행한다"고 했다. 요르단타임스는 "시리아 내전 여파로 중동 국가들의 경기가 침체에 빠져 있지만, 라마단 때만큼은 일시적으로 시장이 살아난다"고 했다. 2011~ 2015년 5년간을 평균해보면 라마단 기간 아랍권에서는 식품은 20%, 통신 서비스는 10% 정도 소비가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날 오후 10시쯤 늦은 식사를 마친 사람들은 전자제품 쇼핑 등을 즐겼다. 노철 코트라(KOTRA) 암만 무역관장은 "중동 부자들은 라마단 때 상대적으로 선선한 암만이나 이집트 카이로에 별장을 마련 하고 머무는 경우가 많은데, 별장을 새로 단장하느라 백색 가전 매출이 크게 늘어난다"며 "라마단이 끝나고 3일 동안 이어지는 이슬람 명절인 '이드 알피트르' 기간에는 결혼식을 많이 올려 혼수품 시장도 대목을 맞는다"고 했다.

 





다만 이란에선 라마단 특수 현상이 거의 없다. 이란은 새해 명절인 노루즈를 더 중요하게 여겨 그때 주로 가구나 가전제품 등을 장만한다.



출처: 조선일보(2016년 6월 22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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