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막의 나라' 중동·북아프리카, 태양에너지 '쑥쑥' 2017-04-24

이달 6일(현지시간) 14개 중동 국가들이 모여 '아랍전력공동시장'을 만들겠다고 발표했다. 이들 나라 에너지부 장관들은 '중동 전력공급 통합시스템' 개발에 힘을 모으겠다며 양해각서에 서명했다. 시장조사업체 글로벌리스크인사이트(GRI)는 16일 "이 선언이 지니는 의미는 크다"며 "중동 에너지시장에 더 큰 변화가 예정돼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변화의 중심은 태양에너지다. GRI는 "미래의 공동 전력시장에서 태양에너지의 역할이 대폭 커질 전망"이라며 "중동 나라들이 신재생에너지에 막대한 투자를 하고 있다"고 전했다.

GRI에 따르면 지속적인 저유가 국면에 가파른 인구증가 추세까지 겹치면서 중동, 북아프리카 국가들이 안정적이고 다변화된 에너지 포트폴리오에 투자하고 있다. 2050년 인구 6억9200만명을 예상하는 이 지역 나라들은 미래 에너지 수요를 충족하기 위해 발전 용량을 크게 늘려야 하는 처지다.  


경제와 사회안정에 절실

게다가 국제신용평가사 피치는 올해 배럴당 평균 52.50달러의 유가를 전제로, 대부분의 산유국들이 그 가격으로는 2017년 손익분기점을 맞추지 못할 것이라고 예견했다. 대표적으로 사우디아라비아가 재정적자를 면하기 위해서는 배럴당 평균 74달러대는 돼야 한다. 대부분 산유국들도 마찬가지 상황이다. 이같은 상황에서 중동, 북아프리카 국가들의 에너지 정책 변화 움직임은 제대로 된 방향설정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재정적 압박은 장단기적으로 사회불안이라는 위험을 동반한다. 예산문제뿐 아니라 에너지와 관련된 사회적 동요도 크다. 들쑥날쑥한 국내 전력공급은 이라크와 레바논, 이집트 등에 사회적 소요를 일으킨 주된 원인이었다. 공동 전력시장과 공동 전력망은 경제·사회적 안정성을 높여 에너지 불안을 완화하는 데 도움이 된다.

석유비축량 감소와 기후변화, 원유가격 불안 등은 중동이 미래 에너지 공급을 늘리기 위해 대안을 찾아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유력 후보는 태양에너지다. 전 세계 사막이 빨아들이는 태양에너지는 막대하다. 이론적으로 전 세계가 1년 동안 사용하는 에너지량은 사막에 작열하는 태양을 6시간만 모으면 된다.

중동, 북아프리카 국가들은 그같은 잠재력에 집중하고 있다. 인포마 에너지그룹 국장인 애니타 매튜스는 "지난해 전 세계적으로 재생에너지 투자가 엄청났다"며 "중동 국가들도 석유의존도를 줄이고 발전용량을 늘리기 위해 그같은 흐름을 따라가고 있다"고 말했다. 사우디와 쿠웨이트, UAE 등 걸프협력회의(GCC) 소속 6개국은 중동, 북아프리카 전체 전력용량의 47%를 차지한다. 이들 나라는 2020년 재생에너지 목표치를 세웠다. 이를 위해 3160억달러의 과감한 투자가 필요하다.

이는 중동, 북아프리카 전반에서 수천억달러어치의 투자 기회가 부상하고 있다는 얘기가 된다. 태양에너지 발전과 전력공급망 건설 부문이다. 유럽 최대 에너지 생산업체인 프랑스전력청(EDF)은 중동 지역의 재생에너지 프로젝트를 따내기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다. 국영전력회사인 EDF는 핵발전 기반 포트폴리오를 다각화하고 점차 늘어나는 시장의 수요를 끌어온다는 목표를 세웠다. 지난해 중동, 북아프리카 국가가 입찰에 부친 태양에너지 설비용량은 2기가와트(GW)에 달한다.

올해 걸프협력회의 소속 국가들의 발전소 건설계약은 지난해 대비 14% 늘어난 255억달러다. 사우디는 지난해 대비 50% 늘어난 123억5000만달러어치의 계약을 맺었다. 이런 가운데 사우디는 지난 1월 처음으로 태양열·풍력 발전프로그램을 국제입찰에 부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정부 주도의 재생에너지 계획과 스마트시티(첨단 정보통신기술을 이용해 주요 도시의 공공기능을 네트워크화한 도시) 개발 계획으로 중동, 북아프리카 지역의 전선망시장이 확대되고 있다. 2023년까지 매년 8.4%의 성장률을 보일 것으로 전망된다. 120억달러의 새로운 시장이 창출되는 것이다. 사우디의 연간 성장률은 이보다 높은 9%가 될 전망이다. 열에너지 저장장치 시장도 2022년까지 매년 11%의 성장을 구가할 전망이다. 62억달러어치의 시장이다.

이같은 흐름은 중동, 북아프리카 전반에 해당하지만 그중 걸프협력회의 소속국, 특히 사우디가 선두에 나섰다. 사우디는 '비전2030'과 '살만국왕의 재생에너지 이니셔티브'를 선언한 바 있다. 또 지난해 5월 의사결정구조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기존 에너지부와 산업·광물자원부를 합친 거대부처를 출범시켰다. 미국 박막태양전지 제조업체인 '퍼스트솔라'의 중동지역 부회장 아메드 나다는 "최근의 흐름은 이전의 지지부진한 노력과는 다르다"며 "국왕이 직접 나서 재생에너지로의 전환에 대해 약속하고 실행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사우디 살만 국왕은 에너지 다변화에 대한 지속적 노력을 주도하는 리더십을 펼칠 것이라고 공언하고 있다.  


GCC가 태양에너지 투자 주도

국영전력회사인 '사우디일렉트리시티'의 해체 계획을 밝힌 것이 대표적 사례다. 효율성이 떨어진다는 이유다. 덕분에 사우디 안팎의 투자자들은 프로젝트의 진정성과 관련해 비상한 관심을 갖게 됐다. 태양에너지로 전환하는 것은 사우디가 전력발전에 쓰는 돈을 크게 절감하게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사우디는 하루 300만배럴의 석유소비량 가운데 1/3 가량을 국내 발전에 쓰고 있다. 태양열발전소를 짓게 되면 낭비되는 태양전력을 담수화공장으로 돌릴 수도 있게 된다.

게다가 지역 에너지 인프라의 전문경험도 차곡차곡 쌓이고 있다. 사우디 'ACWA파워'는 태양에너지 프로젝트를 놓고 유럽과 아시아의 경쟁상대보다 낮은 가격에 입찰하면서 지역적 명성을 얻어가고 있다. ACWA파워는 UAE와 요르단, 모로코 등이 입찰한 여러개의 재생에너지 프로젝트를 따낸 바 있다.

사우디라는 거대공룡이 석유의존 탈피를 위해 서서히 움직이는 데 반해 몸집이 가벼운 GCC 국가들은 보다 대담한 시도를 꾀하고 있다. 국제재생에너지기구(IRENA)의 본부가 있는 UAE는 재생에너지 기술과 투자의 허브로 자처하고 나섰다. UAE 역시 사우디와 마찬가지로 전력생산에 지급되는 가스 보조금을 줄이려 하고 있다. UAE 에너지부 장관인 수하일 알마즈로에이는 "효율성이 매우 낮은 탄소배출 발전소가 너무 많다"며 "이 공장들이 여전히 가동되는 이유는 국가의 보조금이 있기 때문"이라고 비판했다.

UAE 구성국 중 하나인 두바이는 2050년까지 나라 전체 전력의 75%를 재생에너지로 대체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이를 위해 '모하메드 빈 라쉬드 태양에너지 공원'을 짓고 있다. 2020년 1000메가와트의 전력을 생산할 전망이다. UAE는 2050년까지 재생에너지에 1500억달러를 투자할 계획이다. 동시에 같은 기간 액화천연가스(LNG)에 쓰는 비용 1920억달러를 절감할 방침이다. 이와 함께 2020년 GCC 회원국이 스마트그리드(차세대 지능형 전력망)로부터 절감할 수 있는 액수는 최대 100억달러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오만은 400메가와트 전력 생산을 위해 태양에너지 발전시설에 20억달러를 투자했다. 또 태양에너지를 스팀으로 바꾸는 세계 최대 공장을 짓고 있는 중이다. 올해 스팀생산이 시작되며 1021메가와트의 에너지를 공급할 전망이다. 이는 한 해 5조6000억BTU의 천연가스를 소비해야 공급가능했던 양이다.

순수입국에서 순수출국 전환 꾀해

GCC 이외의 나라들도 태양에너지 투자를 가속화하고 있다. 모로코가 대표적이다. 에너지 97%를 수입하는 나라인 모로코는 2025년까지 필요 전력의 50%를 재생에너지에서 얻을 계획이다. 나아가 순수 에너지 수출국으로 전환하기 위한 야심찬 계획도 마련중이다. 유럽에 근접한 위치, 풍부한 태양에너지 잠재력을 이용한다는 것이다. 모로코는 태양열발전소에 90억달러를 투자했다. 완공되면 160메가와트 전력을 얻게 된다.

요르단 역시 에너지의 95%를 수입한다. 국내총생산(GDP)의 16%에 해당하는 수치다. 요르단은 과거 에너지수급 차질로 국가기반이 흔들리기도 했다. '마프라크 I, II 태양에너지 프로젝트'가 곧 착공된다. 2018년 6월 완공되면 133메가와트 용량의 전기를 생산한다. 이 프로젝트 하나가 요르단 전체 에너지 수요의 2%를 담당한다.

GRI는 "풍부한 태양에너지를 가진 천혜의 조건으로 중동, 북아프리카 지역 국가들은 21세기 에너지 시장에서 주도하기 위해 다각적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전했다. 

 

 

출처: 내일신문(2017년 4월 17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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