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동향

[알파고의 아시아탐구] 오만화폐 ‘리얄’, 진기한 사연만큼 소재도 다양 2014-11-24
국왕 초상화에서 용수로 성곽 전통도검 대학캠퍼스 등 담아

오만은 화폐 역사가 가장 진기한 나라 중에 하나일 것이다. 오만에서는 1940년 이전까지 ‘마리아 테레사 달레’
라는 유럽의 은 동전과 인도의 인디안 루피가 쓰였다. 그러나 이후 오만은 자국의 동전인 ‘다이사’를 주조하기
시작했고, 1959년 이후부터 ‘인디안 루피’와 같은 환율의 ‘걸프 루피’(Gulf Rupee)를 사용했다. 오만이 처음으로 1970년대 발행한 자국 화폐는 사이드 리알(Said Riyal)이었다. 현재 오만 술탄의 아버지인 술탄 사이드 빈
타이무르가 화폐에 자기 이름을 붙인 것이다. 당시 사람들은 사우디아라비아의 사우디 리알과 오만의 사이드
리알을 많이 혼동했다.


같은 해, 술탄의 외동아들 카부스 빈 사이드 알사이드는 오만에서 궁궐 쿠데타를 일으키면서 오만의 정세는
급변했다. 화폐 역시 큰 변화를 겪어야 했다. 술탄 카부스가 오만의 공식 이름으로 바꿀 때, 자신의 부친 이름이 붙여진 화폐를 잊지는 않았다. 술탄 카부스는 1973년 새로운 리알을 발행하면서 앞면에 자기 초상화를 실었다. 한 동안 동일한 디자인의 지폐를 통용시킨 오만은 1995년부터 새로운 화폐를 시리즈로 발행했다.


쿠웨이트 디나르와 바레인 디나르 다음으로 전 세계에서 환율이 3번째로 높은 단위인 ‘오만 리알’의 앞면
초상화는 역시 오만의 현재 술탄인 카부스 빈 사이드 알사이드이다. 술탄 카부스는 진기한 사연이 있는 중동
지도자다. 외동아들인 카부스는 원래 아버지로부터 술탄권을 쉽사리 계승할 수 있었지만, 아버지의 폐쇄정책에 반대해 쿠데타를 일으키며 오만의 국정방향을 완전히 바꾸어 놓았다. 폐쇄적이던 국가가 갑자기 친서방적으로 개방됐다. 연일 충돌이 발생하고 있는 중동지역에서 평화롭고, 부유한 오만의 변한 모습은 카부스 술탄의
개혁개방 정책 덕분이다.


오만의 지폐 중에 제일 작은 단위는 100바이사이다. 100바이사 앞면엔 술탄 카부스의 초상화와 함께 용수로가 보인다. 아라비아반도처럼 물 부족으로 농산물이 다양하지 못한 지역에서 용수로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오만은 이 용수로들을 통해 농산물 생산이 아라비아반도에서 그나마 좋은 나라로 꼽힌다. 이 화폐의 뒷면을 보면 2가지 동물이 있다. 하나는 중동의 상징적인 동물 중 하나인 아프리카 독수리로 알려진 베로 이글(Verreaux eagle)
이다. 이 흑색 독수리는 원래 아프리카 남부에서 많이 서식하고 있지만, 아라비아반도에서도 많이 나타난다.
독수리 옆에 영양으로 보이는 동물은 흰 오릭스(White oryx)로 오만 등 아라비아반도 국가 상징 중의 하나이다.


오만의 0.5리알에는 성이 새겨져 있다. 화폐 앞뒷면에 방어용 성곽들이 있다. 이 화폐에 나와 있는 성곽은 모두 알 바티나주에 있다. 알 바티나주의 상징이기도 하다, 0.5리알의 앞면에 있는 방어시설은 바흘라 성으로
오만에서 유네스코 유산으로 지정된 건축물 가운데 하나다. 13세기 무렵 세워지고 방어시설로 쓰인 바흘라 성은 오만 관광산업에 중요한 위치를 차지한다. 뒷면에 있는 나크할 성은 알 바티나주의 나크할시에 있다. 150년 전에 세워진 나크할 성은 다른 성들과 달리 이 안에서 각종 전시회도 열린다. 뒷면의 밑 부분에 있는 알 하짐 성은 역시 알 바티나주에 있는 3대 성 가운데 하나다. 오만 화폐에 이렇게 성이 많이 등장하는 것은 남다른 의미가 있다.
오만은 역사상 해상무역을 활발하게 해오면서 “우리는 석유만으로 부자가 된 나라가 아니다”라는 메시지를
강조하기 위해서란다.


1리알의 앞면에서 보이는 축구장은 술탄 카부스 종합운동장이다. 아라비아반도에 있는 대형축구장 중 하나인
술탄 카부스 경기장은 1980년대 중반 관중 4만명 수용기준으로 만들었는데, 최근 리모델링하면서
3만4천명으로 축소되었다. 하지만 주차장엔 1만대의 차량이 들어갈 수 있다고 하니 그 규모를 짐작할 수 있다.
1리알 뒷면엔 화려한 오만인들의 장식품이 나와 있다. 제일 먼저 눈에 띄는 칼은 오만의 상징이다. ‘칸자르’라고 하는 이 칼은 오만의 국장과 국기에도 있다. 오만의 수도 무스카트에는 칸자르 칼을 들고 있는 동상들을 흔히 볼 수 있다. 예전 칼을 지니고 다니는 남자들은 칼에 자기가 좋아하는 무늬를 새겨넣었다. 화폐에서 보이는 나머지 장식품들 중에 팔찌는 은이며 나머지는 모두 금 제품이다. 이슬람 문화권에서는 은이 중요하다. 왜냐하면
이슬람에서 남자가 금을 가지고 다니는 것은 종교적으로 부적절한 행위이기 때문이다.


5리알을 살펴보면 오만에 대한 신기한 사연들을 얻을 수 있다. 5리알 앞면에 있는 건물은 술탄 카부스 대학이다. 1980년대 중반 개교한 술탄 카부스 대학은 오만의 유일한 국립대학교다. 재미있는 것은 이 대학의 남녀학생
비율이다. 1만5천명 가운데 8천명이 여학생으로 남학생보다 많다. 적극적인 여대생들이 오늘날 오만의
자랑거리가 되고 있다.


5리알의 뒷면에 보이는 경치는 니즈와라는 고대도시의 모습이다. 수도 무스카트에서 140km 떨어진 니즈와는 오만에서 가장 오랜 역사를 자랑한다. 니즈와는 6~7세기 오만의 수도였으며 20세기 초반 반정부군에 의해
설립된 오만 이맘국의 수도이기도 하다. 니즈와는 5리알 앞면에 초상화가 있는 술탄 카부스가 정권을 잡으면서 크게 발전했다. 니즈와가 발전하면서 오만 국내의 반정부 세력은 지지기반을 잃어갔다.





출처 : 아시아엔 (2014년 11월 24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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