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동향

객실에는 기도 세트, 식당엔 할랄 음식… 특급호텔 '무슬림 모시기' 2015-04-02

무슬림 관광객 5년새 倍 증가, 미국인 관광객 수와 맞먹어
씀씀이 커 '특A급 손님'… 호텔들 무슬림 행동패턴 연구

 
30일 서울의 A 특급호텔 연회장. 이 호텔 객실 담당 직원들이 이슬람 경전인 코란과 카펫, 세면대를 여기에 놨다 저기에 놨다 하며 분주히 오갔다. 이 물건들은 무슬림(이슬람교도)들이 알라에게 기도할 때 쓰는 이른바 '무슬림 기도 세트'다. 카펫은 아랍풍 무늬가 들어간 1인용(가로 60㎝ 세로 120㎝), 나침반은 동서남북 외에 이슬람 성지(聖地)인 '메카'가 표기된 특수 제품이었다. 그 사이 다른 한 직원은 호텔 내 연회장 내부를 아랍인들이 좋아하는 금빛으로 치장하기 위해 색상 견본을 놓고 고민하고 있었다. 다음 달 말 이 호텔에서 행사를 갖는 한 아랍계
회사의 특별 주문 때문이었다.


A 호텔이 하루짜리 아랍계 회사 행사에 이렇게 공을 들이는 건 이들이 '큰손' 고객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이들은 하루 행사를 위해 행사 6일 전부터 연회장을 전세 냈다고 한다. 예약을 담당했던 호텔 직원은 "하루 행사를
하려고 굳이 일주일씩이나 빌릴 필요가 있겠느냐고 했더니 '비용은 상관없다. 기도실 설치와 인테리어 등 행사
준비에 6일간 매진해달라'고 하더라"며 "중동의 왕족·부호 관광객은 교육 수준이 높고 매너가 좋은 데다
씀씀이가 크다보니 호텔 입장에선 '특A급 손님'"이라고 했다.




		31일 서울 용산구 한남동의 한 특급 호텔에서 한 무슬림이 메카를 향해 기도하고 있다(왼쪽). 한국을 찾는 무슬림 관광객이 늘자 특급 호텔들은 코란·카펫·나침반 등으로 구성된 ‘기도 세트’를 준비해 이들에게 제공하고 있다. 한 호텔 직원이 60x120㎝ 크기 무슬림 기도용 카펫을 들어 올려 확인하고 있다(오른쪽). /이덕훈·김지호 기자
 
31일 서울 용산구 한남동의 한 특급 호텔에서 한 무슬림이 메카를 향해
기도하고 있다(왼쪽). 한국을 찾는 무슬림 관광객이 늘자 특급 호텔들은 코란·
카펫·나침반 등으로 구성된 ‘기도 세트’를 준비해 이들에게 제공하고 있다. 한
호텔 직원이 60x120㎝ 크기 무슬림 기도용 카펫을 들어 올려 확인하고 있다
(오른쪽). /이덕훈·김지호 기자
 

한국을 찾는 아랍 관광객이 늘면서 이들을 겨냥한 관광업계의 맞춤형 서비스가 속속 선보이고 있다. 특히 '오일 머니'로 무장한 아랍계 '큰손'들의 한국 방문이 늘면서 특급호텔들까지 '아랍 마케팅'에 나섰다. 2010년
38만여명 수준이던 무슬림 관광객은 지난해 75만여명으로 5년 사이에 배 가까이로 늘었다. 한국을 찾은 미국인 관광객(77만명)에 맞먹는 수준이다. 이런 바람을 타고 최근 서울 시내 특급호텔 상당수가 속속 하루 5번 '메카'를 향해 기도하는 이슬람교도들을 위한 '기도 세트'를 갖췄다. 강북의 한 특급호텔 관계자는 "우리 호텔에선
무슬림이 기도 전에 씻는 부위와 기도 과정 전체의 행동 패턴까지 연구하고 있다"고 했다.


무슬림들을 위한 '할랄(이슬람교도에게 허가된 것) 푸드'도 호텔 식당의 기본 메뉴로 자리 잡았다. 할랄
푸드에서는 돼지고기와 알코올 성분이 있는 음식이 제외되며, 이슬람식 종교 의례에 따라 도살된 동물의 고기가 사용된다. B 특급호텔 관계자는 "무슬림 투숙객이 많아 호텔 뷔페에 할랄 음식 재료로 만든 음식을 상시
공급하고, 고객이 요청하면 '할랄 푸드 연회'도 준비해준다"고 했다. 서울 강남의 한 특급호텔에 입점한 한식당도 최근 '할랄 한식(韓食)' 코스 요리 메뉴를 내놨다. 중동 관광객 러시를 타고 서울 한남동의 고급 식당가와 남이섬 등지에서 유행하기 시작한 '할랄 음식'과 이슬람 기도실이 특급호텔에도 파고든 것이다.





	전세계 무슬림 관광객 추이 그래프

의료계에도 무슬림 바람이 불기 시작했다. 의료관광이 산유국의 왕족·부호가 다수인 중동 관광객의 주요 관광
코스로 자리잡으면서다. 실제 서울대병원을 비롯한 상당수 대형병원은 무슬림 환자를 위한 기도실과 할랄
식단을 제공하고 있다. 일부 한방병원은 최근 무슬림 의료관광객을 위한 아랍어 통역 서비스까지 지원하며 중동 손님 유치에 열을 올리고 있다. 한 대형병원 관계자는 "무슬림 관광객은 건강검진을 받는 데도 한국인의 몇 배
이상을 쓰는 'VIP'들"이라고 했다. 한국관광공사에 따르면 2013년 방한한 의료관광객 중 1인당 평균진료비
지출이 가장 높은 나라는 중동의 아랍에미리트(1771만원)로 전체 관광객 평균 진료비(186만원)의 10배에
달하는 돈을 썼다.


정부는 이런 흐름을 '제2의 중동붐'으로 연결시켜보려 부심하고 있다. 문화체육관광부는 내년부터 5개 등급으로 구분되는 '무슬림 식당 친화 등급제'를 시행하기로 최근 결정했다. 정부 관계자는 "중동지역 한류(韓流)
동호회가 2013년 76개에서 지난해 84개로, 한류 팬 숫자도 6만명에서 10만명으로 늘어났다는 조사가 있다"며 "중동 관광객을 잡기 위한 관광업계의 경쟁이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출처 : 조선닷컴(2015년 4월 1일)
첨부파일
관련 첨부파일이 없습니다.
이전글,다음글
이전글 붉은 사막, 와디람에 들다
다음글 레바논 영화 '모두의 천사 가디', 해외 유수 영화제 수상으로 관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