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동향

[서소문 사진관] 무슬림 소녀가 꿈 꿔온 한국… 2016-08-05

“알라딘의 요술램프야, 내 소원 좀 들어주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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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과의사인 라완은 드라마 `시티헌터`와 아이돌 그룹 `빅뱅`의 광팬이다.

사우디아라비아에서 태어난 무슬림 소녀는 하루도 빠짐없이 꿈을 꿨다. 한국행 비행기를 타고 있는 자신의 모습을, 또 치과의사가 된 자신을. 그렇게 꿈을 꾸며 10대를 보낸 라완(27ㆍ여)은 결국 치과의사가 됐다. 하지만 아직 이루지 못한 꿈 하나가 남아 있었다. 라완은 남은 한 가지 꿈을 이루기 위해 지난 2012년 한국행 비행기에 올랐다. 

 


라완은 어느 날부터인가 부모님과 함께 한국 드라마를 보는 재미에 빠져 있었다. 그중 드라마 ‘시티헌터’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고 말했다. 라완의 한국사랑은 그렇게 시작됐다. 라완은 한국대사관에 개설된 한국어학당에서 한글 공부도 시작했다. 벌써 2년째다. 일주일에 한번은 꼭 친구들과 함께 ‘빅뱅’ 등 K팝에 맞춰 노래와 춤을 즐겼다. 그녀의 한국사랑은 태권도로도 이어졌다. 지금 그녀는 파란 띠다.



한번이라도 한국에 가봤으면 좋겠다던 그녀는 지난달 18일 벌써 세 번째 한국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한국에 온 라완은 친구들과 함께 뮤지컬을 관람했고, 남이섬 여행도 할 계획이다. 꼭 보고 싶었던 'K-팝' 공연 관람은 표를 구하기가 어려워 미루어 놓은 상태다. 그래도 하루가 어떻게 지나가는지 모를 정도로 한국 생활은 즐겁기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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짜릿한 롤러코스터 타며 더위를 날리는 라완과 친구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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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완이 친구들과 어울려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모두 김치~!"

 

 

지난 1일 라완과 친구들은 잠실 롯데월드를 찾았다. 이곳엔 이들이 생각지도 못했던 ‘무슬림 기도실’ 이 기다리고 있었다. 그녀는 친구들과 얼싸안으며 감사했다. 그 동안 한국을 여행하면서 마음 편하게 기도할 공간을 찾지 못했기 때문이다. 기도에 너무 집중한 탓인지 배가 고팠다. 허기진 배는 할랄푸드 코너 ‘파샤’에서 할랄식으로 해결했다. 배를 채운 뒤 롤러코스터등 평소에 타고 싶었던 각종 놀이기구를 마음껏 즐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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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월드 기도실에서 메카를 향해 기도하는 라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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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랄푸드 코너에서 케밥을 먹고 있는 라완.

 


‘무슬림 기도실’과 할랄식당을 하루에 모두 경험한 라완은 이날 또 다른 꿈이 생겼다. 그것은 한국에서 자신의 평생 직업인 치과의사를 하면서 살고 싶다는 것이다. 라완은 어릴 적 꿈꿨던 두 가지 꿈을 한꺼번에 이룰 수 있다는 새로운 희망을 갖게 됐다.


전세계 무슬림 인구는 16억여 명에 달한다. 세계 인구중 약 25%다. 한국에 상주하고 있는 무슬림 인구는 23만여 명이다. 한국관광공사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을 찾은 무슬림 관광객 수는 60만여 명에 달한다. 올해에는 100만 명 이상의 무슬림 관광객이 한국을 찾을 것으로 예상되고있다.


이슬람 율법인 샤리아에 의해 허용된 음식을 ‘할랄 푸드’라고 한다. ‘할랄’ 이란 아랍어로 ‘허락된’ 이라는 뜻이다. 샤리아에 따르면 무슬림은 동물의 사체, 피, 돼지고기, 술 등을 먹어서는 안된다. 할랄인증을 받은 음식, 의약ㆍ화장품 등엔 할랄인증 마크가 붙어있다.


무슬림이 국내에서 가장 불편하게 느끼는 것이 샤리아에 저촉되지않는 할랄인증을 받은 ‘음식’ 찾기다. 이들은 “할랄음식에 관한 정보가 많이 부족하다”고 입을 모은다. 다른 나라에 비해 할랄 음식점이 상대적으로 적고, 국내 시판 할랄음식에 대한 믿음도 부족하다.


일본은 이들 무슬림 관광객들을 위해 발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공항엔 무슬림 기도실을 마련했고, 돼지고기를 사용하지않는 할랄 음식점도 늘리고 있다. 현재 일본에는 할랄인증을 받은 식당이 200여 개가 넘는다.


라완은 “몇 가지만 빼면 한국에서 지내는 하루하루가 이보다 더 즐겁고 행복할 수 없다”고 말했다. 또 “마음껏 공연을 보며 할랄식 ‘라면’과 ‘자장면’도 먹을 수 있으면 더 없이 좋겠다"며 웃어 보였다..


 

 

치과의사인 라완은 한국 드라마 `시티헌터`와 아이돌 `빅뱅`등 K팝에 흠뻑 빠져있다.


 

 

출처: 중앙일보(2016년 8월 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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